[통일로 미래로] 분단 상처 딛고…희망 꿈꾸는 ‘DMZ 숲’

KBS 2024. 5. 4.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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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DMZ는 1953년 7월 '한국 군사 정전에 관한 협정' 제1조 1항에 따라 만들어졌습니다.

이 지역에선 무력 충돌 방지를 위해 군대 주둔과 무기 배치 등을 금지하고 있는데요.

군사분계선 기준으로 남쪽과 북쪽으로 각각 2km씩을 DMZ로 설정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군사분계선에서 남쪽으로 10km 이내 지역을 민간인통제선으로 지정해 놓고 있습니다.

'DMZ 일원'으로 불리는 이 지역은 7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민간인 출입이 제한돼 왔는데요.

그만큼 개발도 어려운 지역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이곳에 숲을 조성해 DMZ의 활용 가능성을 찾고 있는 이웃이 있다고 합니다.

그 현장을 찾아 파주에 다녀왔습니다.

함께 보시죠.

[리포트]

낮게 깔린 구름 아래로 북한 땅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서부전선 최북단 휴전선 너머의 풍경입니다.

손에 잡힐 듯 가까워 보이지만 철책에 막혀 오갈 수 없는 곳이죠.

인적이 끊긴 세월 동안 천혜의 자연을 보전해온 비무장지대, DMZ.

DMZ 가까이에 자리한 농장에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집니다.

사람들은 분단의 긴장감 대신 평온한 휴식을 만끽하고 있었는데요.

[임민아/경기도 파주시 : "북한과 가까이 와 있는데도 전혀 위험하다는 생각이 안 들고 오히려 정말 마음이 너무 편안하고 좋아서 그것 때문에 깜짝 놀라게 됐어요."]

이곳은 군사분계선에서 2km 떨어진 남방한계선, 다시 그 아래로 불과 1km 인근에 위치해 있습니다.

약 5만 제곱미터에 이르는 이 숲은 어떤 곳일까요.

[임미려/농장 대표 : "임업과 숲을 근간으로 해서 많은 사람들이 DMZ와 숲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그런 공간입니다."]

["군사분계선에서 남쪽으로 3km 떨어진 이곳은 민간인의 자유로운 출입과 경제활동이 제한된 지역이기도 한데요, 오랜 기간 금단의 땅으로 여겨졌던 이곳에서 숲을 통해 새로운 시도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민통선 안의 울창한 숲길로 향합니다.

["이쪽으로 가면 DMZ 숲이 나온다고 합니다. 저와 함께 가보실까요."]

한적한 산길의 중간 즈음, 마중을 나온 이가 있었는데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맨발로 저를 마중 나오셨네요.) 여기가 맨발로 걸을 정도로 안전한 공간이라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이렇게 리포터님을 맨발로 마중 나오게 됐습니다."]

숲에는 전쟁의 상처를 딛고 싹을 틔운 참나무들이 가득했습니다.

[임미려/농장 대표 : "전쟁이 났을 때 산불이 인위적으로 나게 되잖아요. 산불이 나서 (숲이) 훼손됐을 때 가장 먼저 올라오는 나무가 바로 참나무입니다. (그럼 이런 게 다 참나무인가요?) 네 이게 바로 (참나무 열매인) 도토리가 바닥으로 떨어져서 여기서 씨앗이 발아해서 싹이 난 겁니다."]

숲에서는 전쟁의 흔적들도 어렵지 않게 발견되는데요.

[임미려/농장 대표 : "과거 전쟁 중에 쓰였던 참호입니다. 굴이 동그랗게 파진 걸 보실 수 있죠. 이건 과거에 이 안에 숨어서 적들의 동태를 파악하고 숨기 위해서 쓰였던 공간입니다."]

황해도 실향민 3세대인 임 대표에게 각별한 애정이 느껴지는 물건도 있습니다.

[임미려/농장 대표 : "저희가 숲에서 발견한 맷돌인데요.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시죠. 민간인 통제구역이지만 전쟁 전에는 사람이 살았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라고..."]

분단의 상흔이 남아있는 숲에는 조금씩 새로운 기운이 스며들고 있었는데요.

땅과 바위 위를 초록으로 물들인 이 식물들은 모두 이끼입니다.

[임미려/농장 대표 : "깃털 이끼인데요. 보시는 것처럼 너무 너무 가볍죠. 바람이 불면 날아가요."]

정원에 식재된 4종류의 이끼들은 저마다의 매력을 뽐내며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살짝 몽환적인 느낌도 나고 그런 느낌도 나요.) 그렇죠. 아주 깊은 숲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이끼가 주지 않습니까."]

임 대표는 한때 산림연구원으로 DMZ와 백두대간을 연구한 경험이 있는데요.

당시의 경험을 통해, 민통선으로의 귀촌을 결정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임미려/농장 대표 : "비무장지대와 민간인 통제구역 역시도 80% 가까이가 숲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 공간을 어떤 식으로 우리가 활용하고 발전시켜 나가야되지 않을까에 대한 모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런 관점에서 임업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2017년, 파주시 최초로 여성 임업후계자가 되었고, 2022년엔 DMZ 일대에서 처음으로 산림청 공모 사업에 선정됐습니다.

지역에선 모두가 전례 없는 창업이었습니다.

["임미려 대표는 이 숲을 통해 농업과 임업, 관광이 결합된 사업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는데요. 이 접경지역에서 터전을 잡으면서 어떤 결실을 꿈꿨을까요."]

농장 한편에선 표고버섯이 자라고 있습니다.

참나무에 표고 종균을 심어 재배하고 있는데요.

[임미려/농장 대표 : "참나무가 표고버섯을 재배하기에는 최적의 나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희가 인허가를 받아서 나무를 중간중간 간벌(솎아 베기)을 해서 간벌한 나무로 표고를 생산해서 순환하는 방법의 임업을 보여주고 싶어서..."]

여기에 한방 약재로도 사용되는 작물도 재배하고 있습니다.

정원에 심은 작약과 구절초, 맥문동의 소담한 꽃은 보는 즐거움도 선사한다고 하는데요.

숲에서의 휴식 여행을 계획했다는 방문객들은 기대감에 차 있습니다.

[이지연/경기도 파주시 : "쉽게 들어갈 수 없는 곳이어서 저도 지금 40세가 넘는 나이지만 처음 와 봤거든요. 그래서 많이 기대하고 구경하고 싶습니다."]

유리병 안에 식물을 넣어 기르는 테라리움 수업에는 농장에서 재배한 이끼를 활용합니다.

[김미경/농장 조경식재팀장 : "들덩굴초롱이끼. 초롱초롱. DMZ의 숲, 자연을 용기 안에 담고 추억도 함께 담아 보는 수업입니다."]

두 동의 유리 온실은 교육과 숲 체험이 이뤄지는 구심점이 되고 있는데요.

[임미려/농장 대표 : "언젠가 전 세계 사람들이 이 DMZ 민간인 통제구역 안에 조금 더 편안하고 자유롭게 이곳에서 체험이나 교육 등을 진행하고 싶어서 만들었고요."]

전쟁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민통선에서 진행되는 요가와 명상 수업.

참가자들은 잠시나마 평화의 마음을 느껴봅니다.

[한진희/요가 강사 : "(이곳이) 분단되어 있고 평화와는 거리가 있다고 느끼실 수 있는데 민통선 안에서 요가를 함으로써 좀 더 평화에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고요."]

임 대표는 푸른 자연이 전하는 DMZ의 기운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온전히 전해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임미려/농장 대표 : "남북관계가 요동칠 때마다 이 공간은 춤을 추는 공간입니다. 주변에 있는 분들의 마음을 모아서 이 공간에서 임업과 숲을 베이스로 저희 청년들이 만들어가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이 안에서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전쟁과 분단이라는 상처로만 기억되는 DMZ 일대.

추억과 즐거움을 쌓고 경제적 가치도 찾을 수 있는 희망의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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