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주했죠, 순탄했으니까"…GG 받고 포지션 박탈, 좌절? 처절히 반성했다

김민경 기자 2024. 5. 4.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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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 이글스 정은원 ⓒ 한화 이글스
▲ 한화 이글스 정은원 ⓒ 한화 이글스

[스포티비뉴스=광주, 김민경 기자] "야구 하면서 계속 순탄했던 것 같아요. 처음으로 순탄하지 않은 상황을 겪으니까 힘들기도 하고, 여러 복잡한 감정도 많이 들었죠."

한화 이글스 정은원(24)은 2021년 골든글러브 2루수였다. 그해 139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3(495타수 140안타), 6홈런, 39타점, OPS 0.791을 기록했다. 볼넷 105개로 리그 2위에 오르며 빼어난 선구안을 자랑했고, 3루타도 5개를 쳐 6위에 올랐다. 인천고를 졸업하고 2018년 한화에 입단해 4년 만에 리그 최고 2루수로 인정받았으니 굴곡 없이 탄탄대로를 걸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다 지난해 정은원은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공격과 수비가 모두 흔들리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다. 122경기에서 타율 0.22(388타수 86안타)에 그치면서 2021년 정점을 찍은 뒤 처음으로 한 시즌 100안타를 넘기지 못했다. 게다가 그해 신인 문현빈의 기세가 대단했다. 114안타로 KBO 역대 7번째 고졸 신인 100안타의 주인공이 됐고, 한화에서는 역대 최초 타이틀을 달았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정은원에게 외야 수비 훈련을 같이 하도록 지시했다. 주전 2루수로 문현빈을 구상했다. 지난 시즌 기준 공수에서 정은원보다 안정감이 있었기 때문. 정은원은 골든글러브까지 품었던 포지션을 내려놓기가 쉽지 않았지만, 구단의 결정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정은원은 좌익수로 먼저 훈련을 시작했고, 지금은 중견수도 볼 수 있을 정도로 수비 안정감을 더해 갔다.

정은원은 3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 2번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1홈런) 1볼넷 2타점으로 활약하며 4-2 승리를 이끌었다. 1-0으로 앞선 5회초 추가점이 필요한 상황에서 우월 투런포를 쏘아 올리면서 KIA 선발투수 황동하를 울렸다. 캠프부터 지금까지 새로운 자리에 적응하면서 힘들었던 시간까지도 날려버리는 시즌 마수걸이 홈런이었다.

정은원은 "홈런은 항상 기분 좋다. 오늘(3일) 감독님 100승 경기이기도 했고, 추가점이 필요한 상황에서 나온 홈런이라 더 기분이 좋다. 타이밍이 계속 좋다고 느꼈다. 첫 타석부터 타이밍이 좋아서 최대한 좀 자신감 있게 투수랑 싸우려고 노력했는데, 망설임 없이 방망이가 나온 게 홈런이라는 결과로 나온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오랜만에 인터뷰에 나선 정은원은 올 시즌 포지션 변화와 관련해 "순탄하진 않았다. 내 인생에 있어서도 그렇고, 야구를 하면서 계속 순탄하기만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제 처음으로 겪는 순탄하지 않은 상황들을 겪으니까. 힘들기도 했고, 여러 복잡한 감정도 많이 들었다. 뭔가 그냥 사람 정은원으로서도 발전하는 계기가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야구 선수로서도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너무 일찍 자신을 믿고 안주했던 과거를 반성하기도 했다. 정은원은 "늘 순탄하게 큰 경쟁 없이 없었던 것 같다. 물론 경쟁을 해서 자리를 잡긴 했지만, 그냥 계속 경기에 나가다 보니까. 어떻게 보면 스스로 안주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까 누군가와 경쟁해야겠다는 생각이 크게 없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 한화 이글스 정은원 ⓒ 한화 이글스
▲ 한화 이글스 정은원 ⓒ 한화 이글스

이어 "지난해부터는 경쟁도 계속해야 했고, 다시 이제 신인 때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과 상황들이 이어지면서 많은 것들을 느꼈다. 이런 시기조차 이겨내야 조금 더 발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그런 마음으로 묵묵하게 견디면서 열심히 밝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포지션을 바꾸고도 1군 경쟁에서 밀리면서 잠시 머리를 비우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정은원은 시즌 초반 타격 부진을 이유로 지난달 8일부터 24일까지 17일 동안 2군에서 재정비하는 시간을 보냈다. 1군 콜업 이후 나선 7경기에서는 타율 0.235(17타수 4안타), 1홈런, 4타점, OPS 0.910을 기록했다. 최근 4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하는 등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정은원은 최근 타격감과 관련해 "캠프에서는 계속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원래는 항상 시즌에 맞춰 준비했다면, 올해는 캠프에 맞춰서 빨리 끌어올렸다. 캠프부터 계속 잘해야 경기에 나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시즌 초반 시작했을 때 잘 안 풀리면서 경기에 못 나갈 수 있겠다는 예상도 했고, 2군 갈 수 있겠다는 예상도 했다. 일단 경기에 나가려면 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포커스를 맞췄다"고 했다.

이제 외야 수비도 자신감이 어느 정도 붙었다. 정은원은 "도와주시는 분들도 많고, 크게 문제없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정은원의 목표는 1군 경기에 꾸준히 나가는 것이다. 그는 "계속 경기에 나갈 수 있도록 잘해야 한다. 어찌 됐든 지금 1번이 경기에 나가야 어떤 상황이든 주어지는 거니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최대한 경기를 많이 나갈 수 있게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정은원의 홈런에 힘입어 KBO 역대 57번째로 100승을 달성한 최원호 감독에게 감사를 표했다. 정은원은 "감독님 되시고 작년부터 계속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서 실망시켜 드린 점도 있을 것이다. 감독님의 100승 경기라도 잘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 한화 이글스 정은원 ⓒ 한화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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