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신화, 이 남자가 잇는다”…베트남 두번째 ‘K감독’ 2년전 족집게 예언 화제 [신짜오 베트남]
베트남 현지 기자들은 김 감독을 붙잡고 이걸 물어봤습니다. “베트남 선수들이 한국 선수보다 실력이 좀 떨어지는데, 베트남 선수들이 K리그에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가 질문이었습니다.
당시 베트남 축구는 박항서 전 베트남 축구국가대표팀 감독의 조련으로 전성기를 달리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르엉쑤언쯔엉과 응유옌콩푸엉 등 두 명의 선수가 K리그에 진출하기도 했습니다.
둘 다 K리그에서 아쉽게 조기 퇴출되는 결과를 맞았지만, 베트남 취재진 입장에서는 김 감독의 긍정적인 답변을 내심 바랬을 것입니다.
김 감독의 답변은 이러했습니다. “베트남 선수 뿐 아니라 다른 동남아 선수들도 현재는 K리그 선수들보다 낫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2~3년 뒤에는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 과거 베트남 빈즈엉 팀과 경기를 했는데 만만치 않았던 기억이 있다.”
이 발언이 선견지명이 있었던 것일까요. 그로부터 정확히 2년 뒤 한국 U23팀은 인도네시아와의 경기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 끝에 패했습니다.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 대업 달성에 실패했습니다.
한국이 인도네시아와 U23 대표팀 간 대결에서 승리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2020년부터 인도네시아 A대표팀과 U23 대표팀을 번갈아 가면서 지휘한 신태용 감독이 모국 한국을 잡으며 인도네시아에 영광을 안겼습니다.
이 경기는 여러 측면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우선 박항서 전 감독의 ‘베트남 신화’로 동남아에서 한껏 몸값이 올라간 ‘K-감독’ 열풍이 인도네시아에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신 감독 인기는 전성기 베트남 박 전 감독 못지않은 상황입니다. ‘한국’이라는 아시아 절대강자를 꺾고 인도네시아가 4강에 올랐기에 그 기쁨은 배가 되었습니다.
2년 전 김상식 당시 전북 감독이 “2년 뒤면 동남아 선수가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발언한 내용이 그대로 먹힌 것입니다.
박 전 감독 부임 시절 피파랭킹 100위 안에 들며 ‘동남아 절대강자’로 군림했던 베트남은 사라졌습니다. 동남아 1위자리를 태국에게 뺐겼고, 세계 랭킹도 100위 밖으로 밀려났습니다. 박 감독 시절 세계를 상대로 썼던 깜짝 스토리는 이제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가 쓰고 있습니다.
결국 베트남은 ‘K-감독’이 아니면 나락에 빠진 자국 축구 경쟁력을 살릴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느꼈고, 한국인 감독을 위주로 새 감독 물색에 나선 상황이었습니다.
김 감독을 포함한 몇 명의 후보가 최종리스트에 올랐지만 결국 최근까지 프로팀을 지휘한 김 감독이 낙점된 것으로 보입니다.
김 감독은 K리그를 호령한 선수이자 명감독이었습니다. 2009년 전북에 입단해 2013년 플레잉코치, 2014∼2020년 수석코치를 거쳤습니다. 2021년 조제 모라이스 전 감독의 후임으로 전북 사령탑에 올라 데뷔 첫 해 K리그1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2022년에는 FA컵(현 코리아컵) 우승컵을 들었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4강 진출의 성과를 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성적부진으로 구설수에 올랐고 팀이 강등권까지 떨어지자 지난해 5월 사임의사를 밝히고 지휘봉을 내려놓았습니다.
김상식을 선택한 베트남이 원하는 것은 한가지일 것입니다. 만신창이에 빠진 팀 분위기를 일신하고 다시 동남아 1위 자리에 팀을 올려달라는 것입니다.
이를 기반으로 다시 베트남의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팀으로 만들어달라는 주문도 할 것입니다. 신태용의 지휘를 기반으로 한국을 꺾고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4강에 오른 인도네시아는 이미 이 길을 차근차근 걷는 중입니다.
박 감독이 있을 당시 베트남은 인도네시아 대비 한 단계 위인 팀이었지만, 이제 상황은 역전됐습니다. 인도네시아가 명경기를 펼치는 반면, 베트남은 연전연패하며 존재감을 상실한 상황입니다.
과연 김상식 감독의 지휘 하에 베트남은 다시 견고하고 폭발적이었던 과거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한국인 감독의 지휘로 동남아 축구 전반적인 경쟁력이 상승하는 모습입니다. 이번에 김상식 감독의 도전도 성공한다면 당분간 동남아에 부는 ‘K-감독’ 열풍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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