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핵 방아쇠’ 등장…‘핵 반격’ 태세 과시 외

KBS 2024. 5. 4.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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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에는 전국적으로 분주소가 설치돼 있는데, 우리나라로 따지면 파출소입니다.

북한은 지난달 30일부터 이틀 동안 평양에서 전국분주소장회의, 그러니까 파출소장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회의에서는 위법 행위들과 비타협적으로 투쟁을 벌일 것 등이 강조됐는데, 그 이상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주민들의 외부 문화 노출을 막으려고 강력한 통제를 실시해 온 북한 정권인 만큼, 주민 접촉의 최일선에 있는 분주소장들을 2012년 이후 12년 만에 다시 불러 모았다는 것은, 이번 행사의 목적이 결국 '사회 기강 잡도리'에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네, 5월 첫째 주 <남북의 창> 시작합니다.

북한이 지난달 말 초대형 방사포를 동원한 핵 반격 가상 훈련을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때 유독 눈에 띄는 용어가 있었는데요.

바로 '핵 방아쇠'란 표현입니다.

핵 단추, 핵 가방이란 표현은 익숙해도 핵 방아쇠라는 단어는 생소한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과연 북한이 밝힌 핵 방아쇠의 실체는 무엇일지, <이슈 앤 한반도>에서 살펴보겠습니다.

[리포트]

북핵 위기 국면이 절정으로 치닫던 2018년 1월.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돌연 '핵 단추'를 언급하며 미국을 상대로 핵 공격 위협을 가했습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2018년 신년사 :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있다는 것, 이는 결코 위협이 아닌 현실임을 똑바로 알아야 합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도 곧바로 "내 핵 단추가 더 크고 강하다, 작동도 한다"며 응수했습니다.

양국 정상의 도발적 발언에 전 세계가 깜짝 놀랐고, 실제 핵 단추가 존재하는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렸습니다.

[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 : "백악관 출입 기자들이 궁금했던 거죠. 트럼프를 찾아가서 이게 정말 핵 단추냐? 트럼프가 내가 한번 보여주겠다, 누르니까 핵미사일이 발사된 게 아니고 코카콜라가 배달된 거였죠. 실화입니다. 서로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 지지 않으려고 일종의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두 지도자가 허세를 부린 거라고 볼 수 있죠."]

그로부터 5년여 뒤, 북한은 실체가 없는 '핵 단추' 대신 '핵 방아쇠'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습니다.

핵 방아쇠란 북한의 국가 핵무기 종합 관리체계를 뜻하는 말로, 경보 발령부터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 실제 핵무기 발사까지 이어지는 종합 시스템을 말합니다.

[박용한/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 "우리가 언제든지 핵무기를 신뢰성 있게 사용할 수 있는 의지가 있다, 능력도 있다. 결국 본인들의 억지력을 강화하는데 기여하고자 하는 그런 의도가 있습니다. "]

미국, 러시아 등 핵보유국들은 핵무기 사용을 엄격하게 통제하기 위해 핵 지휘통제 체계를 운용해 왔습니다.

특히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를 거치면서 미국 내 일각에서 참수작전이 거론되자, 구소련도 핵무기 보복 시스템, 페리미터(Perimeter)를 만들었습니다.

일명 '죽은 자의 손'으로도 불린 이 작전은 소련 지도자가 적의 공격을 받을 경우 자동적이고, 즉각적인 핵 보복을 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와 유사한 문구는 북한이 지난 2022년 9월 채택한 핵무력 정책법에도 등장합니다.

핵을 먼저 사용하는 조건으로 국가지도부에 대한 핵 공격 등 다섯 가지를 제시했습니다.

[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 : "미국의 핵 독트린과 러시아의 핵 독트린은 냉전시대 때부터 서로 간에 핵 군비경쟁의 최선두에 서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굉장히 흡사합니다. 그 내용을 쭉 보면 북한이 여러 핵보유국들의 핵 독트린을 참고했단 걸 알 수 있죠."]

지난해 3월 핵 방아쇠 훈련에서 지하 격납고, 이른바 사일로를 통해 단거리 미사일 1발을 발사했던 북한.

하지만 올해 훈련에선 이동식 발사대를 활용해 4발의 미사일을 일거에 발사했습니다.

훈련 시간도 이틀에서 하루로 줄었고, 핵 방아쇠 안에 초대형 방사포를 운용하는 훈련도 처음 진행했습니다.

일각에선 북한의 핵반격 태세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단 관측도 나왔지만, 국방부는 무기의 정확도나 핵 반격 능력은 과장된 측면이 크다고 평가했습니다.

[앵커]

북한 핵능력…어디까지 왔나?

이처럼 북한은 핵무기를 확보하는 수준을 넘어 핵 방아쇠를 당길 수 있는 권한도 제도적으로 정비하고 있습니다.

북핵은 더 이상 칼집 속 칼날이 아닌, 실질적 위협으로 다가온 셈입니다.

그렇다면, 하노이 협상 결렬 이후 5년간 키워온 북한의 핵 능력은 과연 어디까지 와 있을까요?

[리포트]

북한은 2022년까지 전술핵무기의 투발 수단을 대부분 완성하고 실전 배치했지만, 정작 여기에 탑재할 핵탄두는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2023년 3월, 파괴력이 약 5kt(킬로톤)으로 추정되는 전술핵탄두, 화산-31을 처음 공개했습니다.

[조선중앙TV/2023년 3월 : "무기급 핵물질 생산을 전망성 있게 확대하며 계속 위력한 핵무기들을 생산해 내는데 박차를 가해 나가야 한다고 하시면서..."]

당시 북한은 이 핵탄두를 총 8종의 무기에 실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 사진 속 화산-31의 직경은 약 50cm로, 직경이 60cm인 초대형 방사포나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 등에 모두 장착할 수 있는 크기입니다.

북한은 지난해 모두 31차례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이 중 23차례, 전체의 약 74%가 단거리 탄도미사일, 순항미사일 등 전술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무기들의 시험이었습니다.

북한이 전술핵을 개발하는 단계가 아니라, 실전 배치해 사용할 수 있는 전력화 단계에 접어들었단 관측이 나오는 이윱니다.

[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 : "이게 단일한 발사체에 장착되는 용도가 아니에요. 작전 환경에 맞게 맞춤형 미사일 발사체에 핵탄두를 장착하는 이런 방식으로 지금 추구하고 있는 것이죠. 이게 한편으론 굉장히 위험합니다. 상대방을 헷갈리게 하는 거잖아요. 북한이 뭔가 단거리 발사체를 쐈다 그러면 거기 핵탄두가 장착돼 있는지, 안 돼 있는지는 폭발해 봐야 아는 거잖아요."]

하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은 핵무기화를 실현했다고 보기에는 아직 불확실한 측면들도 있습니다.

[박용한/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 "ICBM, 미국과 같은 먼 거리를 대상으로 하는 미사일은 핵탄두 탑재에 다소 어려운 부분들이 있습니다. 일단 대기권에 재진입해야 되는 문제들이 있고요. 또 단순히 한 발만 탑재해서는 요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다탄두를 탑재해야 되는 것도 있고요."]

지난 3월 초 북한 평양 외곽에 있는 강선 핵시설을 촬영한 위성사진.

건물 뒤쪽으로 확장 공사를 한 모습이 보입니다.

강선 핵시설은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있는 곳으로, 2019년 북미 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지목했던 곳 중 하나로 추정됩니다.

[트럼프/전 미국 대통령/2019년 2월 : "지금까지 (북한 핵시설에 대해) 알려지지 않은, 여러분이 보도한 것 말고 우리가 찾은 게 또 있습니다."]

지난해 말 김 위원장이 핵무기 생산 확대를 지시한 이후, 영변, 강선 등 북한 주요 핵시설의 가동 정황이 잇따라 포착되고 있습니다.

아산정책연구원과 미국 싱크탱크 랜드연구소는 지난해 10월, 한국을 주요 표적으로 한 북한의 핵무기가 최소 180기에 이를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한국국방연구원이 지난해 1월 공개한 보고서에선, 북한이 목표로 하는 핵탄두 보유량이 300여 기에 이르며, 이미 80~90기를 보유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박용한/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 "핵을 가진 작은 국가들, 중견국가들은 보면 300여 발 정도 가질 때 최소의 억지가 만들어진다고 봅니다. 북한도 한국이라든지 우리 동맹들을 대상으로 위협을 할 때 한 300여 발 정도를 갖고 있어야 본인들도 완벽한 핵 억제가 가능하지 않겠냐고 추정할 수 있고요."]

만약 북한이 이 목표에 이른다면 러시아, 미국, 중국에 이어 4번째로 많은 핵무기를 갖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최근 몇 년 간 7차 핵실험 가능성이 여러차례 제기됐지만, 북한은 여전히 핵실험 버튼을 누르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이 핵실험마저도 상대방을 위협하는 정치적 카드로 활용하려 들기 때문입니다.

[박용한/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 : "북한이 원하는 가장 효과가 좋은 시기, 정치적인 효과가 가장 좋은 시기를 선택해야 되는데 여러 가지 국제정세로 북한이 핵실험을 했을 때 얻는 이득이 그렇게 크지 않다고 판단해서 아껴두고 있다."]

일각에선 북한이 여섯 차례 핵실험을 한 만큼, 당장 기술적으로 급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정욱식/평화네트워크 대표 : "이미 전술핵 같은 경우에는 거기에 필요한 핵실험 데이터는 6차례 핵실험 통해서 어느 정도 확보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그 필요성은 덜하다고 볼 수 있고, 군사 기술적으로 핵실험의 필요성을 느낀다면 북한이 얘기한 초대형 핵탄두, 수소폭탄을 사실상 의미하는 것이죠. (하지만) 그 파장은 훨씬 더 크기 때문에 북한이 거기까지 갈지는 아직 예단하긴 좀 어렵다."]

결국 북한은 정치적·군사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기를 저울질해 핵실험을 감행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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