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사과가 사라진다?!

손인하 기자 2024. 5. 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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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사과가 사라진 이유

사과는 국민이 먹는 국산 과일 중 3분의 1을 차지할 만큼 많이 먹는 과일입니다. 그런데 2023년 12월 통계청은 전국 사과 생산량이 39만 4000t(톤)으로 2022년보다 30.3%나 줄었다고 발표했습니다.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80년 이후 43년 만에 가장 크게 감소했어요. 생산량이 줄면서 지난 3월 사과 값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두 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기상 여건과 병충해 발생에 따라 사과 생산량이 크게 변한다고 밝혔다. 자료 : 농업관측 과일 2024년 4월호, 단위: t(톤), 어린이과학동아 제공

사과 생산량이 급격하게 줄어든 건 기후 위기로 3월이 지나치게 따뜻해졌기 때문입니다. 사과나무는 보통 기온이 15~16℃인 4월 중순에 꽃이 활짝 피고 6월에 열매가 맺힙니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3월이 빨리 따뜻해져 사과 꽃이 5~10일 정도 빨리 폈어요. 이후 최저 기온이 영하 2℃까지 떨어지는 꽃샘추위가 찾아오면서 폈던 사과 꽃이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얼어버렸습니다.

사과의 피해 현황. 네이버 블로그, 동아 DB, 국가농작물병해충관리시스템 제공

여름도 사과가 자라나기 힘들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지난해 전국 장마철 강수량은 660.2mm로 1973년 이후 3번째로 많았어요. 비가 지속되는 시간도 길었지요. 비가 오래, 많이 오면 공기에 떠 다니던 병원균이 사과나무에 묻어 번식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곰팡이균의 일종인 탄저균이 사과나무에 묻어 많은 사과나무가 탄저병에 걸렸어요. 잎이 일찍 떨어지는 갈색무늬병도 유행해 잎이 열매에 충분한 영양분을 주지 못했습니다. 이동혁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연구센터 소장은 "사과 열매 하나에 병해가 생기면 주변 사과까지 번져 과수원 전체가 병해 피해를 받기 쉽다"고 말했습니다.

사과나무에 뿌리는 예방 약도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이 소장은 "비가 오지 않는 날에 병해충을 예방하는 작물보호제를 뿌리는데 지난해엔 비 오는 날이 많아 뿌리지 못했다"며 "보호제를 뿌려도 비가 오면 다 씻겨 나가 병을 예방하지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수확기인 10월에는 사과가 많이 나는 경상북도 지역에 우박까지 내렸습니다. 이 소장은 "기후 위기가 계속되면 4월 말에 사과 꽃이 피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처럼 봄이 빨리 따뜻해지거나 우박 같은 돌발 기상 현상이 발생하면 사과 재배에 피해가 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사과 주산지인 경북 포항, 경주 등 동해안 지역은 지난해부터 아열대기후로 바뀌고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 사과 어디서 자랄 수 있을까

온대과일인 사과는 기온이 15~18℃ 정도로 선선할 때 재배하기 좋아요. 그런데 사과 주산지인 경상북도 포항, 경주 등 동해안 지역은 지난해부터 아열대기후로 바뀌었습니다. 아열대기후는 월평균 기온이 10℃ 이상인 달이 한 해에 8개월이 넘는 기후를 의미합니다.

박종택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연구센터 박사는 "날씨가 계속 따뜻해져 평균 기온이 20℃가 넘는 적도와 날씨가 비슷해지면 우리나라 사과 재배량의 61%를 차지하는 부사 품종은 재배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2022년 4월 농촌진흥청은 기후 위기에 따라 과일 재배에 적합한 곳이 어떻게 바뀔지 예측한 결과를 발표했어요. 

사과뿐 아니라 배, 포도, 복숭아의 재배지가 바뀌고 재배할 수 있는 땅 면적이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반면 제주에서 자라는 감귤 같은 아열대과일의 재배 지역은 남해안과 강원도 해안까지 넓어질 예정입니다.

새로운 사과 품종을 만드는 방법. 사과연구센터, 어린이과학동아 제공

● 기후 위기 쏙쏙 피할 사과 탄생

우리나라에서 사과가 자라지 않으면 다른 나라에서 사과를 사올 수 있지 않을까요. 안타깝게도 다른 나라에서 사과를 수입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새로운 사과 품종을 만드는 방법. 사과연구센터, 어린이과학동아 제공

외국산 사과가 우리나라로 들어올 때 각종 전염병이나 해충과 함께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연구자들은 새로운 사과 품종을 만들고 있습니다. 박종택 박사는 "병에 강한 품종들은 현재 많이 먹는 품종보다 맛이 없거나 소비자가 먹기 어려울 정도로 사과가 조그맣다"고 말했습니다.

박 박사는 그러면서 "병해에 강한 품종과 맛있는 품종을 교배하면 맛도 있고 병에도 강한 사과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빨리 핀 사과 꽃이 꽃샘추위에 어는 것을 막기 위한 연구도 이뤄지고 있어요. 박 박사는 "꽃샘추위 이후에 꽃을 피우는 품종을 만들기 위해 꽃 피는 시기가 늦지만 맛없는 품종과 인공 교배할 맛있는 품종을 고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관련기사
어린이과학동아 5월 1일, [기획] 사과가 사라진다?
 

[손인하 기자 cown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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