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문화예술패스, 제주선 '빛 좋은 개살구'

제주방송 신동원 2024. 5. 4. 08: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음악회 자료 사진. 기사 내용과 직접 연관 없음.


정부가 청년들의 문화생활을 지원하겠다며 올해 처음 내놓은 '청년문화예술패스'가 제주에서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청년문화예술패스는 성인이 된 19세 청년에게 현금성 포인트를 지급해 원하는 공연·전시를 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중앙 정부 예산에 더해 지자체 예산까지 매칭해 추진하는 사업인데, 정작 지자체 예산이 투입된 제주지역 공공 공연장의 자체 기획 공연에는 청년문화예술패스를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앙과 지자체의 엇박자가 원인으로 보이는데, 결국 지역 청년들만 아쉬움을 삼키게 됐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전날(3일) 기준 청년문화예술패스를 발급받은 전국 19세 청년 약 9만 6,899명으로 당초 모집 대상 16만 명 중 60.5%가 발급받았습니다.

가장 호응이 큰 서울에선 이미 모집 정원의 80.7%(2만 899명)가 찼지만, 제주지역 발급률은 2,374명 모집에 1,076명이 신청하며 45.3%에 그쳤습니다.

지난 3월 28일부터 시행된 '청년문화예술패스'는 15만 원 상당의 현금성 포인트를 2005년생 19세 청년에게 지급해 본인이 원하는 공연이나 전시를 관람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입니다. 포인트는 사업 협력처인 예스24와 인터파크를 통해 지급되는데, 이를 활용해 원하는 공연 피켓을 예매하면 포인트가 차감되는 방식입니다.


해당 사이트에 티켓 오픈이 된 공연이라면 사용이 가능하며, 사용 범위는 오페라나 연극, 뮤지컬, 전시회, 발레·무용, 국악, 전시 등 순수예술 분야 공연·전시에 한합니다.

문제는 예술의전당 등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공 공연시설의 자체 공연은 청년문화예술패스 사용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점.

제주에선 제주도문예회관, 제주아트센터, 서귀포예술의전당 등 3곳이 이 같은 공연시설에 해당하는데, 올해 이 3곳에서 여는 자체 기획 공연에선 청년문화예술패스를 사용하지 못합니다.

해당 시설들이 올해 계획 중인 자체 공연은 '베를린 필하모닉 스트링 콰르텟' 공연 등 56건에 달합니다. 높은 공연의 질이나 대규모 관객의 수용성, 공연장 접근성 등의 측면에서 볼 때 아쉬움이 남는 대목입니다.

수도권에 비해 뮤지컬 등 대형 공연이 적고, 타 지역에서 열리는 행사를 보러 가기 어려운 점에서 아쉬움을 키웁니다. 실제 관계부서의 한 공무원도 자신의 자녀도 사업 대상이지만 제주에선 청년문화예술패스를 사용하기가 애매하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현금성 포인트 15만 원 중 5만 원이 지자체 추경 예산을 통해 편성된다는 점 또한 아쉬움으로 다가옵니다.

이에 대해 제주자치도에선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제주도 한 관계자는 "15만 원 중 5만 원은 지자체에서 집행해야 하는 예산"이라며 "보통 뮤지컬 관람료가 15만 원 정도 하는데 제주에선 이런 공연 자체가 적고, 소극장이 몰려 있는 대학로도 없다. 예산 부담이 있지만 다른 지역에선 청년들에게 예산을 집행하는데 제주도만 지급되지 않는 것은 형평성 등 여러 측면에서 좋지 않은 모양새라 울며 겨자 먹기로 편성하기로 했다"고 했습니다.

특히, "중앙에서 사업 시행 10일 전인 3월 18일에야(공공 공연장 자체 기획 공연에 대한) 협조 공문을 보내왔다"며, "단순히 청년문화예술패스에 참여하겠다고 의사만 전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청년문화예술패스에 맞는 예매 시스템을 추가로 구축해야 한다. 이미 자체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는데, 부가적인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문체부 관계자는 "내륙이 아닌 제주도에선 비행기를 타고 가지 않는 이상 지역 내에서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훨씬 더 좋을 텐데 왜 참여를 안 하는지 모르겠다"고 동떨어진 입장을 전했습니다.

한편, 다른 지역의 상황도 비슷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전국 지자체 공연장 223곳 중 제주도 사례처럼 청년문화예술패스를 받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예외적으로 청년문화예술패스를 적용하겠다고 밝힌 곳은 지난달 3일 기준 대구 오페라하우스를 비롯한 대구와 강원도, 경북, 부산, 세종 등에 소재한 공연장 10여 곳으로, 이곳에서 운영하는 82개 프로그램에만 청년문화예술패스를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제주

JIBS 제주방송 신동원 (dongwon@jibs.co.kr) 기자

Copyright © JI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