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윤의 작심한달] 4. 당신의 존재와 연결에 감사를 '나마스떼'

이채윤 2024. 5. 4.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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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롭게 시작한 요가, 알고보니 고강도
신체 통증·스트레스 완화 효과도
안정을 원하는 이에게 추천·코어 근육없다면 어려워

해가 바뀔 때마다 올해는 무언가 큰일을 이루겠다고 마음먹지만, 연말이 되면 어떤 다짐을 했었는지조차 가물가물해지곤 합니다.

‘작심삼일’의 사전적 의미는 ‘단단히 먹은 마음이 사흘을 가지 못한다는 뜻으로, 결심이 굳지 못함을 이르는 말’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삼일’에 그치는 ‘작심’을 자꾸만 계속해 작심 일주일, 작심 한 달, 작심 일 년으로 이어갈 수 있다면 ‘굳지 못한 결심’은 느슨한 채로 이어져 목적지에 이를 수 있을 겁니다.

작심삼일을 밥 먹듯이 일삼는 이채윤 기자가 여러 취미를 찾아 한 달 동안 체험해 봅니다.

작심삼일을 반복해 작심한달을 한다면 ‘내 일’이 ‘내일’이 될 거란 기대로 말입니다. 일터가 아닌 곳에서 삶의 재미를 찾는 독자들에게 참고가 될 만한 생생한 경험담을 전합니다.
 

▲ 작심한달 컷

4. 당신의 존재와 연결에 감사를, 나마스떼
 

▲ 요가하는 모습[출처=아이클릭아트]

지난 작심삼일에서 보셨을 독자들도 있을텐데 풋살을 하러 가서 가벼운 스트레칭을 할 때조차 뻣뻣한 몸놀림을 자랑하는 나는 지금껏 요가나 필라테스같이 유연성을 요하는 운동은 본격적으로 해본적이 없었다.

어렸을 때 딱 한 번 어머니를 따라 요가원에 갔었는데, 10대의 내가 30~60대의 분들보다 자세를 취하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됐다.

나와는 다르게 10년 넘게 요가에 푹 빠져 꾸준히 하시는 어머니의 ‘권유같은 잔소리’에도 그때의 부끄러웠던 기억으로 ‘요가는 내 인생에 없다’를 외쳤다.

이랬던 내가 두달 전 요가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렇게 운동을 하지 않고 살면 안되겠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이십년 넘게 사용한 몸은 고장이 나기 시작했다. 사무실에 앉아 있을 때면 거북목과 굽은 어깨와 틀어진 허리가 종종 다발적인 통증을 주곤 했다.

주위 선배들의 경험담을 들으니, 운동을 해야만 지금 20대를 현상 유지라도 하면서 살 수 있다고 했다. 자세를 교정해주고 풋살로 인한 근육통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운동을 찾아보다가 요가를 골랐다.

퇴근하고 바로 요가원으로 향하는 내 모습이 멋있기도 하고, 성실하게 운동하면 좋은 루틴이 될 것 같았다.
 

▲ 요가 수업 날, 요가가 힘들 줄을 모르고 호기롭게 매트에 앉아 사진을 찍고 있다. 이채윤

■ 쉬워 보였던 요가에 큰 코 다쳐

강원 도내에서도 요가 수업을 제공하는 곳들이 많았다. 그 중 합리적인 가격을 제공하는 곳에서 6:1로 진행하는 수업을 듣기로 했다. 처음 갈 때까지만 해도 요가는 정말 평화로운 운동일 거로 생각했다. 미디어에 나오는 요가를 하는 사람들은 다들 차분하고 멀쩡해 보였고 나 또한 그러리라고 착각했다. 그러나 그건 내 오만에 불과했다.

누군가가 어떤 일을 편하게 하는 것처럼 보이는 건, 그 사람이 정말 잘하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 말이 딱 맞았다. 요가 첫 수업은 절망 그 자체였다.

요가 선생님은 뒷자리에 있는 나를 매번 주시하고 계셨고, 선생님이 말하는 요가 내용과 단어가 낯설어서 하나도 이해가 안 됐다. 그래서 자세를 자꾸 틀리거나 전혀 수행하지 못했고, 강사님은 유독 나에게 와 자세를 교정해 주기 일쑤였다. 요가는 전혀 평화롭지 않았다. 내겐 고강도 근력 운동 같았다. 요가는 코어 근육을 정말 많이 필요로 하는 운동이었다. 근육이 없으니 자세가 틀어졌고, 몸은 덜덜 떨렸고, 호흡까지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온 몸이 땀에 젖어 만신창이가 된 후 강사님은 마지막에 “귀한 시간을 내주신 분들에게 나마스떼”라며 다 함께 인사했다. “나마스떼”의 뜻은 당신의 존재에게 감사와 존경을 표한다는 뜻으로, 단순한 인삿말 그 이상이다. ‘당신’과 ‘나’가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도 있고, 당신이 어떤 사람이든 간에 당신을 존중한다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 수강생들은 다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함께 눈을 맞추고 인사를 할 땐 묘한 평화가 느껴졌다.
 

▲ 유튜브로 요가 영상을 보며 요가 수업에서 배운 기본자세를 자택에서 어설프게 단련하고 있다. 이채윤
▲ 유튜브로 요가 영상을 보며 요가 수업에서 배운 자세를 반려견과 함께 자택에서 단련하고 있다. 이채윤

■ 호흡과 몸에 대해 들여다보는 시간

분명히 요가는 꽤 괜찮은 경험이었지만 이후 피곤을 핑계로, 몇 주간 요가를 빼먹었다.

우물쭈물하며 다시 찾은 요가는 여전히 힘들었다. 나는 복식호흡도 제대로 못 하는 풋내기였다. 그러나 강사님은 아마도 그 수업의 유일한 초보일 내게 다가와 자세를 고쳐주셨고, 몸의 안 좋은 부위를 짚으시며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팔을 꺾고 다리를 치켜세우는 자세를 할 때마다 힘들어서 복식호흡을 종종 잊어버릴 때면 내게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내쉬라고 했다. 한 번도 사용해 보지 않았던 자세를 하고 깊게 숨을 들이쉬고 내뱉었다. 강사님은 내게 호흡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강사님은 천천히 호흡하기와 힘 빼기를 조언했다.

요가 수업의 마지막은 명상과 모두가 함께 나누는 인사다. 명상 시간에 나는 한 번도 내 호흡과 몸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어떻게 숨을 쉬면서 세상을 바라볼까. 누군가의 몸은 그가 살아왔던 시간을 반영한다는데, 내 몸은 과연 어떤 몸일까. 좀 더 오래 걷고, 오래 듣고, 오래 보는 사람의 몸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계속 요가를 하면서 내 몸에 대해 더 알아가고 싶다고 느꼈다.

요가 수업을 등록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요가 수업을 매번 빼먹고 있는 상태다. 요가는 분명히 즐거웠지만 꾸준히 다니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요가 수업을 계속 등록할 예정이고, 이번 달엔 꼭 수업 안 빼먹고 열심히 할 생각이다. 원래 안 친한 친구였던 요가는 이제 너무 힘들 때 술기운을 빌려 가끔 전화하면 얘기 들어줄 것 같은 친구처럼 느껴진다. ‘나마스떼’를 말하며 일상에서 느낄 수 없는 ‘평안함’이 오는 게 좋았다. 몸은 고됐지만 요가를 다 하고 나올 때의 가벼움도 좋았다. 스트레칭으로 인해 늘 뭉쳤던 몸의 통증이 나아지는 효과도 있었다. 퇴근 후 휴대전화만 잡는 내가 잠깐이라도 방해 없이 다른 일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 유튜브로 요가를 틀어두고 요가 수업에서 배운 복식호흡과 명상을 자택에서 연습하고 있다. 이채윤

◇ 유연성 있고 안정을 원하는 이에게 추천·코어 근육이 없다면 비추천

유연성이 있다면 요가 입문자도 어렵지 않게 운동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정적인 분위기를 추구하고 내향적이라면 요가가 제격이다. 고요한 분위기에서 차분하게 운동을 이어나가면서 ‘나’에게 집중할 수 있다.

아울러 안정감을 원한다면 요가를 강력히 추천한다. 수축과 이완을 통해 평안함과 안정감이 찾아오는 경험을 요가하며 느낄 수 있다.

단 코어 근육이 없다면 추천하지 않는다. 요가는 생각보다 근육을 많이 필요로 한다. 운동과 담쌓았다면 요가는 평안의 운동이 아닌 고강도 다이어트 캠프처럼 느껴질 수 있다. 아울러 활동적이고 정적인 분위기를 선호하지 않는다면 요가는 다른 운동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시끄러운 일상에 지쳤다면 요가를 한번 해보는 건 어떨까. 잠깐이라도 호흡하며 몸에 집중해 보자. 존중의 의미를 담은 인사말을 건네보고 눈을 맞춰보자.

어쩌면 찰나의 평화가 당신에게 깃들지도 모른다. 

#요가 #운동 #당신 #수업 #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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