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헝거 스톤 "내가 보이니, 울어라" [황덕현의 기후 한 편]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2024. 5. 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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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는 인류의 위기다.

문화 속 기후·환경 이야기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끌고, 나아갈 바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체코나 독일 국민에게 가장 와닿는 기후변화의 증거를 물으면 열이면 열 '헝거 스톤'을 말할 것이다.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트 호수 아래에도 헝거 스톤처럼 모습 자체로 기후변화 심각성을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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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예술가 로버트 스미드슨의 1970년작 '나선형 방파제'
잠겼다가 가문 날씨에 다시 드러나…강수량 20% 이상 감소

[편집자주] 기후변화는 인류의 위기다. 이제 모두의 '조별 과제'가 된 이 문제는, 때로 막막하고 자주 어렵다. 우리는 각자 무얼 할 수 있을까. 문화 속 기후·환경 이야기를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끌고, 나아갈 바를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1993년에 촬영한 설치예술가 로버트 스미드슨의 1970년작 '나선형 방파제' ⓒ 뉴스1

(서울=뉴스1) 황덕현 기후환경전문기자 = 체코나 독일 국민에게 가장 와닿는 기후변화의 증거를 물으면 열이면 열 '헝거 스톤'을 말할 것이다. 헝거 스톤(Hunger Stone)은 최악의 가뭄 상황일 때 기록해 놓은 '내가 보이면 울어라'는 문장석으로, 동유럽에 다수 분포해 있다.

강바닥의 이 지시문은 단 한 문장으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빈궁함을 잘 설명한다. 최고(最古) 1616년에 새겨진 헝거 스톤은 1947년과 1959년, 2003년, 2018년에 드러났다.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트 호수 아래에도 헝거 스톤처럼 모습 자체로 기후변화 심각성을 알리고 있다. 설치예술작가 로버트 스미드슨이 만든 '나선형 방파제'다.

로버트는 지난 1970년 호숫가에 현무암 6000톤을 쏟아부어 만든 450m짜리 구조물을 만들었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환경 오염에 대한 우려를 담았다.

나선형 방파제가 기후위기의 상징이 된 것은 호수의 수위가 올라갔다 내려가기를 반복하면서부터다. 한동안 일정 수위를 유지하던 이 호수엔 작품 설치 2년 뒤 물이 불어나며 수장(水葬)됐다.

한동안 물속에 '보관'되던 나선형 방파제가 제대로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05년이다. 작품을 다시 볼 수 있다는 점은 예술 애호가 입장에선 좋았겠으나 환경계는 우려 목소리를 높였다. 비가 내리지 않으며 저수량이 줄었고, 땅까지 메마르며 수위가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2년, 물에 잠겼다 드러난 나선형 방파제에 소금이 묻어 있다. ⓒ 뉴스1

실제 솔트레이크 시티의 평균 강수량은 연평균 약 406㎜에서 최근 5년 312㎜로 약 23% 감소했다. 2021년에는 역대 최저 수준인 279㎜까지 줄었다.

현재는 작품을 설치한 주변의 물이 모두 말라서 작품 위를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다.

이런 안타까운 상황은 지구 전역에서 건조화가 진행 중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가뭄은 단순히 물 부족 문제로 그치지 않고 생태계 변화, 농업 생산성 감소, 그리고 지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주며 사회적, 경제적 문제로 이어진다. 수위의 감소는 지역 생물 다양성에 영향을 주고, 수질 오염의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

안타깝게도 로버트는 작품을 만들고 3년 뒤인 35세 나이에 비행기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살아 있었다면 올해 86세였을 것이다. 그가 나선형 방파제를 만들고 기후변화로 인한 풍파를 다 맞았다면,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말을 남겼을까.

죽은 자는 말이 없지만, 나선형 방파제는 우리에게 남아서 예술을 넘어선 지속적 환경 감시와 대책 마련의 지표가 되고 있다.

황덕현 사회정책부 기자 2022.2.21/뉴스1 ⓒ News1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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