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독소년 출신 슈나이더 차관…통일 기회에 韓정치가는 결심할 수 있나?
카르스텐 슈나이더 독일 총리실 정무차관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989년 11월 동독 튀링겐 주 에르푸르트에 사는 13세 소년이었다. 성년이 되어 사회민주당에 입당해 22세의 나이로 고향인 에르푸르트에서 최연소 연방하원의원으로 선출된 뒤 7선을 했다.
독일 총리실 정무차관으로 동독 특임관을 겸임하고 있는 그가 한국을 방문해 한독통일자문회의에 참석한 뒤 3일 통일부에서 약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북한이 올들어 남북에 대해 동족관계를 부정하며 2국가론을 제기하는 상황에서 분단과 통일을 먼저 경험한 동독출신 차관인 만큼 음미할만한 발언들이 있었다. 기자회견에서 나왔던 주요 질문과 답변을 재구성해 게재한다.
(질문)
이번에 한독자문회의가 열린 시점이 굉장히 재미가 있습니다. 평양은 최근 통일이라는 것을 아예 배제하는 방침을 밝힌 바 있습니다. 평양의 근본적 태도 변화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이번 한독자문회의에서는 어떤 논의가 이뤄졌습니까?
(답변)
1989년 봄에만 해도 그해 11월에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것이라는 것 그리고 그 다음 해에 통일이 될 것이라는 것을 예견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세계 역사를 보면 몇몇 사건은 우연은 아니지만 미리 예측할 수 없는 어떤 상황에 의해서 일어납니다.
"정치가가 기회를 잡으려고 결심하는지가 통일에 아주 결정적"
중요한 것은 그런 상황과 여건이 발생했을 때 과연 그 기회를 잡을 것인가, 정치가인들이 그 기회를 잡으려고 결심을 하는가가 통일 달성에 아주 결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같은 경우 그런 기회가 왔을 때 북한 주민들의 상황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또 통일 목표를 달성함에 있어 (평소에) 그 목표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그런 감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반만년 한국 역사 감안하면 지금 분단 시기는 정말 짧은 시기"
사실 전 세계적으로 비교해볼 때 한국이라는 나라는 굉장히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몇 안 되는 나라입니다. 반만년 5천년의 역사를 감안하면 지금 분단의 시기라는 것은 정말 짧은 시기입니다.
앞으로 정세가 어떻게 바뀔지 예측할 수는 없지만 다시 한 번 말씀드리자면 세계사적으로 굉장히 큰 의미가 있는 몇몇 사건들은 정말 전혀 뜻밖의 그런 상황에서 이루어지곤 합니다. 그런 뜻밖의 상황이 벌어졌을 때 저희가 단결해서 그런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독자문회의에서도 한국을 지원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표현했습니다.
최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태도 변화도 회의에서 논의됐습니다. 북한이 지금 대외적으로 강력한 메시지를 내보내고 있는데 이게 북한 내부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북한 내부를 잠재우기 위한 액션인지 그런 것도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질문)
최근 한국에서는 굳이 단일국가로의 통일을 추구하기보다는 자유롭게 왕래하며 남북이 공존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는 의견이 있습니다. 동서독은 통일 전에 서신교환이나 자유로운 상호 왕래가 가능했다고 하는데 이런 상태로 공존해도 된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답변)
사실 '자유'라는 것은 상대적인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단 시절에 서독 사람들은 동독으로 자유롭게 갈 수 있었지만 동독 사람들은 서독으로 자유롭게 갈 수 없었습니다. 당연히 서신 왕래가 있었지만 서독에서 온 편지를 받을 때 당연히 검열을 합니다. 비밀경찰들이 그 내용을 읽고 위험하다 싶으면 감시하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자유 왕래라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자유는 아니었습니다.
"독일통일은 국민들이 결정한 것, 후회하지 않아"
그리고 체제공존에 대해 물어보셨는데, 이것은 남한과 북한이 스스로 자결 원칙에 의해 결정해야 할 정치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독일 같은 경우도 스스로 선택을 한 겁니다. 1990년 3월 동독에서 자유롭게 선출된 의원들로 국회가 처음 탄생해서 국민의 대표들이 서독과의 통일을 투표로 결정을 했습니다. 국민 대표들이 선택한 것이었고 저희는 그것을 후회하지 않았고 행운의 케이스라고 생각합니다. 또 그 행운의 케이스가 정말 다행스럽게 진행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독일통일은 사실 굉장히 행운이 따랐던 사건입니다. 독일통일로 인해 저희는 유럽 내에서 전체 지역을 안정화시킬 수 있는 그런 역할을 하게 됐습니다. 독일 통일로 조금 더 안전하게 살 수 있게 되었고, 또 위협이 많이 사라진 상태에서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독일 내에서도 통일 비용에 대한 논란이 많았지만 제 생각에는 독일 통일은 정치적 의미뿐만 아니라 경제적 의미에도 굉장히 큰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질문)
차관께서는 동독 출신으로 13세의 나이에 통일을 맞이했는데 사춘기이기도 해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미래 불안감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궁금하고 그런 차원에서 북한의 10대 학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은가요?
(답변)
저는 '자유'라는 것을 마법의 단어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사실 13살이 될 때까지 동독에서 살았고 동독 체제 안에서 생활했습니다. 동독 정권이 제시하는 모든 것에 참석했습니다. 예를 들자면 동독 청소년 조직의 회원이기도 했습니다. 그 때 저는 집에서 하는 얘기와 공식적으로 하는 얘기가 다르다하는 것을 배웠고요. 폴란드와 헝가리, 체코 등 주변나라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것이 자유를 위해서 그렇게 하는구나, 실제 그런 것을 봤습니다.
"자유라는 마법의 단어를 北 청소년들에 말해주고 싶어"
그래서 북한의 청소년들에게 만약에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는 이 자유라는 키워드를 말해주고 싶습니다. 북한 청소년들도 당연히 자유를 갈망할 것이고, 정권이 제시하는 법 규칙에 매이지 않고 독립적으로 자유롭게 살고 싶어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 세대에 속한 많은 아주 많은 동독사람들이 서독으로 이주했고, 또 서독에서 여러 가지 성공적인 삶을 꾸려나갔습니다. 서독 입장에서 보면 동독의 아주 우수한 전문 인력들, 젊은 청년 세대를 받은 것이고, 동독 사람들은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사회의 일부가 됐습니다.
(질문)
34년 전으로 돌아가서 독일이 다시 통일과정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바꿨으면 하는 정책이 있는지, 독일 통일정책에서 다시 세팅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답변)
사실 바꿀 것은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90년대 초 독일 통일을 결정했을 때 그 과정에 동독 사람들의 의견을 조금 더 많이 대변할 수 있는 그런 기회가 있었으면 어떤가하는 생각을 합니다.
"어떤 한쪽이 굴복하는 통일 아니라 같은 눈높이 통일이 중요"
한국과 비교해봤을 때 같은 눈높이에서 통일을 이룩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러니까 어떤 한쪽이 승자이고 다른 한쪽은 그 승자에게 굴복하는 형태라기보다는 똑같은 눈높이에서 통일을 이루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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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학일 기자 kh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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