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하는 자가 바로 범인”...채상병 특검법 놓고 협치 ‘먹구름’

우제윤 기자(jywoo@mk.co.kr), 위지혜 기자(wee.jihae@mk.co.kr) 2024. 5. 4.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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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나쁜 선례 안돼”
국힘은 “점령군 같은 행태”
李, 尹후보때 발언 인용하며
“범인 아니니 거부 안할것”
당선자 총회선 ‘군기잡기’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 [사진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집중호우 희생자를 수색하다 순직한 해병대 채수근 상병 사건 특검법안을 단독 처리하면서 협치 분위기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대통령실이 거부권 행사 방침을 시사하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며 압박에 나섰다.

3일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라디오에 출연해 채상병 사건에 대해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수사 중인 사건”이라며 “대통령실에서는 이 절차가 끝나는 것을 기다려 봐야지 합법적이다, 이렇게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 수석은 이어 “부족하다고 판단되거나 아니면 좀 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면 민간위원회 구성이라든지, 더 나아가서 특검을 한다든지 입법부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면 그때 가서 볼 노릇”이라며 “결국 대통령께서 이걸 받아들이시느냐의 여부는 어쩌면 이걸 받아들이면 나쁜 선례를 남기는 것이고 더 나아가서 직무유기가 될 수 있다, 이렇게까지 보는 것”이라고 대통령실의 입장을 전했다.

거부권 행사 시점은 오는 14일이 거론된다. 다음주 말쯤에나 국회에서 정부로 법안이 이송될 것으로 보이는데 다음 국무회의가 이날 열리기 때문이다.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입법부도 아니고 특정 정당이 수사권을 휘두르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고 격앙된 분위기를 전했다. 국민의힘 정희용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합의를 강조하던 국회의장을 겁박하는 점령군 같은 행태는 민주당이 대한민국의 공당이 맞는지 의심케 했다”며 “의회민주주의를 훼손한 사례로 헌정사에 오점을 남긴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다만 영수회담으로 마련된 협치 분위기는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 수석은 “우리는 묵묵하게 소통하고 신뢰 구축하고 협치하자, 그것을 아직까지는 견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상병 특검을 강행 처리한 야당도 강경한 입장이긴 마찬가지다. 이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의 ‘채상병 특검법’ 수용을 촉구했다.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은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이 대표의 ‘대장동 개발 로비 특혜 의혹’과 관련해 특검법 처리를 압박할 때 사용했던 문구다. 이 문구를 그대로 받아치며 정부·여당 압박에 활용하고 나선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은 거부권 행사를 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범인이 아닐 것이니까”라 말했다. 이어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다’는 현직 대통령님부터 여당이 끊임없이 해 왔던 말”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인들이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선인 총회에서 해병대원 특검법 즉각 수용 촉구 결의문을 채택하고 있다. [김호영 기자]
민주당은 이날 ‘당선인 일동 결의문’을 통해 “대통령이 채해병 특검법을 끝내 거부한다면, 국민은 대통령이 스스로 진실을 은폐하려는 것으로 간주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병대 특검법’의 수용으로 ‘국정 쇄신의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또 이날 국회에서 열린 첫 22대 총선 당선자 총회에서 “개인적 이유로 당론을 무산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군기 잡기에 나섰다. 또 “불필요하게 당내 갈등, 대결을 만들어내는 것은 경계한다”고 강조했다. 당내 다양한 목소리를 보장하는 것보다는 일사분란한 ‘원 보이스’ 체제에 힘을 실은 것이다.

이 대표는 “당론으로 어렵게 정한 어떤 법안들도 개인적인 이유로 반대해서 추진이 멈춰버리는 사례를 몇차례 봤다”며 “그건 정말로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독립된 헌법기관들이기는 하지만 또 한편으로 더불어민주당이라는 정치결사체의 구성원”이라며 “당론 입법을 사실상 무산시키는 일들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당의 발전을 위한 개혁적인 발언은 세게 해 줘야 한다. 그런 소리는 클수록 좋다”며 강성 발언을 독려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이에 따라 22대 국회에서 민주당은 이 대표의 강력한 리더십 아래 ‘강성 개혁 기조’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취임 2주년 기자회견 개최일로 오는 9일을 가장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날 홍철호 수석은 한 방송에 출연해 “9일이 가장 저희가 볼때는 적일로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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