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인 줄 알았는데…피부암, 봄볕이 더 무섭다

김태훈 기자 2024. 5. 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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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 늘어나는 야외활동 계획을 세울 때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자외선이다. 보통 자외선은 한여름 햇빛이 강하게 내리쬘 때 주의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기상청이 발표하는 자외선지수는 5~6월에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다. 이 시기는 한여름보다 비 오는 날이 적고 평균 습도가 낮아 지상에 도달하는 자외선량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자외선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대체로 피부에 집중돼 있다. 피부 노화를 촉진할 뿐 아니라 피부암까지 유발할 수 있다. 백인에 비하면 아시아인의 피부암 발병률은 비교적 낮은 편이지만 최근에는 국내서도 피부암 환자가 늘고 있다. 지난해 발표된 중앙암등록본부의 통계를 보면 2021년 국내 피부암 신규 환자는 8158명으로 전체 신규 암 환자 중 2.9%를 차지했다. 연령대별로는 80대 이상이 34.6%로 가장 많고 70대 27.9%, 60대 20.7% 순이어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차지하는 비율이 컸다.

피부암은 크게 흑색종과 비흑색종 피부암으로 나뉜다. 비흑색종 피부암은 기저세포암과 편평세포암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이들 암은 흑색종과 함께 3대 피부암으로 불린다. 가장 흔한 기저세포암은 표피의 기저층이나 모낭 등을 구성하는 세포가 악성화한 종양으로 코와 뺨, 눈꺼풀, 이마 등 얼굴과 머리 등 목 윗쪽으로 주로 나타난다. 암이 생긴 범위가 좁은 편이고 다른 부위나 장기로의 전이가 드문 점이 특징이다.

피부암 부르는 자외선, 5·6월 ‘연중 최고’
방사선 치료·면역 저하 때도 발생 위험 높아
갑자기 생긴 점, 커지고 출혈 땐 ‘주의’
손발톱 주변 반점 6㎜ 넘으면 병원 찾아야

김혜성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피부과 교수는 “기저세포암의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는 자외선 노출이지만 만성적 비소 노출, 방사선 치료, 면역 저하도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며 “색소성 건피증, 바젝스 증후군 등 유전적 소인이 있는 경우엔 어린 나이에도 다발성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기저세포암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편평세포암은 피부 가장 바깥쪽 표피의 각질형성세포에 발생한 암이다. 대부분 광선각화증이나 보웬병 같은 암이 되기 쉬운 병변이 있다가 암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기저세포암과 마찬가지로 자외선 노출이 가장 주된 위험요소지만 비소, 가공되지 않은 우물물, 공업용 절삭유, 부패한 와인, 방사선 등 특정 환경에 노출됐을 때도 걸리기 쉽다. 또 장기이식을 받거나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이 있어 면역이 억제됐을 경우, 인체유두종바이러스(HPV), 흡연, 만성 염증 및 피부 손상 등도 위험인자에 해당한다. 종양이 나타나는 원인이나 위치와 크기, 암 조직 특성 등의 면에서 기저세포암보다 복잡한 특성을 나타낸다.

흑색종은 멜라닌 세포에서 생기는 암으로, 발생 빈도는 비교적 낮지만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고 사람의 피부색을 결정하는 멜라닌 색소가 멜라닌 세포에 있는데, 이 세포가 존재하는 곳이면 어느 부위든 흑색종이 생길 수 있다. 백인에겐 자외선 노출과 유전적 요인 등이 주요 위험인자로 꼽히지만, 한국인에게선 자외선 노출과 관련이 적은 손·발가락, 손바닥, 발바닥 등에 잘 생긴다.

피부에 기존에 없던 특이한 형태의 병변이 나타났다면 피부암이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흔한 점이라고 생각했으나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커지거나 모양이 변하고, 피가 나는 등의 변화가 나타나면 주의해야 한다.

기저세포암은 얼굴에서 유심히 살펴보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귀나 입술 등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몸통에선 유두나 음경에도 발생할 수 있다. 결절 기저세포암은 표면에 모세혈관이 확장된 모습이 나타나는 밀랍 모양의 반투명하고 작은 결절로 시작한다. 서서히 자라면서 중앙부에 궤양이 생기게 된다. 색소 기저세포암은 멜라닌을 함유하고 있어 갈색 또는 검은색으로 보이고, 경화 기저세포암은 표면이 매끄럽고 편평한 상아색의 단단한 판처럼 보여 흉터와 비슷하게 생겼다. 그 밖에 하나 또는 여러 개의 각질이 있는 붉은 반점이 주변부로 퍼지는 표재 기저세포암 등도 있다.

편평세포암 역시 햇빛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얼굴을 비롯해 손등과 팔의 전완부에 많이 발생한다. 초기에는 국소적으로 솟아오른 모양의 병변이 생겼다가 점차 커지면서 단단해진다. 살구색이나 붉은 빛의 반점, 결절 등 모양이 다양한데 사마귀처럼 보이는 경우도 있다. 궤양이 잘 발생하고 출혈이 있을 때가 많다는 점도 특징이다.

한국인에겐 주로 손·발바닥과 손·발톱 주변에 나타나는 흑색종은 경계가 불규칙하면서 비대칭인 반점 형태다. 색깔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는데, 크기가 6㎜를 넘어서면 병원을 찾을 필요가 있다. 흑색종 역시 점점 커지면서 궤양, 출혈, 결절 형성 등의 변화를 보인다. 또 손·발톱에 생겼을 땐 띠모양의 검은 선이 보이기도 하며 반점이 퍼져 나가는 형태로도 나타난다.

피부암이 의심될 경우 조직검사를 통해 확진할 수 있다. 치료 방법은 암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우선 종양이 있는 주변 피부를 절제하는 것이 기본적이다.

기저세포암은 전이가 드문 편이어서 보통 종양 주위 정상 피부를 포함해 절제하는데, 암 조직이 퍼져 있는 경계부를 정밀하게 확인해 최소한만 잘라내는 ‘모즈미세도식 수술’을 쓰면 미용 측면에서도 결과가 좋다. 비수술적 치료 방법으로는 냉동치료와 방사선 치료, 세포독성 약물주사 등이 있다.

반면 기저세포암보다 재발과 전이가 흔해 5년 전이율이 5% 정도인 편평세포암은 종양의 크기가 2㎝를 초과할 경우 예후가 좋지 않다. 편평세포암 역시 수술로 제거하는 치료를 우선하되, 위험도가 높다면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방사선 치료를 진행한다. 다른 곳으로 전이된 환자는 전신 항암화학요법을 시행할 수도 있다. 흑색종도 초기에 발견하면 먼저 종양을 수술로 제거하면서 암이 진행한 정도를 고려해 주변의 림프절을 함께 절제하기도 한다.

피부암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외선 노출을 줄이는 것이다. 날씨예보에서 자외선지수 단계가 ‘매우 높음’에서 ‘위험’ 수준이라면 수십분 안에 피부 화상을 입을 정도이므로 야외활동을 최소화해야 한다. 또 태닝이나 일광욕은 피하고, 외출할 때는 긴팔과 긴바지, 챙이 넓은 모자를 착용하며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것이 좋다. 김혜성 교수는 “암이 되기 쉬운 전암 병변을 진단받았다면 초기에 반드시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특히 몸에 있는 점과 손·발톱의 흑색선을 주기적으로 관찰하고, 크기나 모양이 변했다면 피부과 진료를 조기에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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