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도 자본주의도 구원하지 못한 민초의 읊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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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을 받은 벨라루스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저자는 수상작 '붉은 인간의 최후'에서 소련이 해체되고 자본주의가 사회에 이식된 후 돈의 세계로 쫓겨난 '붉은 인간들'의 욕망과 후회를 생생하게 전한다.
작가에 따르면 개인과 자본보다는 이념과 평등을 우선시했고 돈이 아니라 배급쿠폰에 움직였던 소련 사람들은 소련이 해체된 이후 돌연 돈과 자본주의의 냉혹한 얼굴을 마주하면서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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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인간의 최후/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김하은 옮김/ 이야기장수/ 2만2000원
“1990년대에 우리는 행복했다. 하나 그때의 순진함을 되돌릴 수 있는 길은 없다. 우리는 그때 선택했다고 믿었고, 공산주의는 처참하게 패배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그 후 20년이 흘렀다. 이제 자녀들은 부모에게 말한다. ‘고작 사회주의로 우리를 겁줄 생각 마세요.’”
작가는 어느 쪽이 옳고 그르다는 섣부른 판단이나 개입 없이 사회 격변의 시기에 흔들리고 분노하고 환호하고 쓰러지는 다양한 인물의 목소리를 담는다.
2013년 처음 출간된 책은 그해 프랑스 에세이 부문 메디치상과 독일비평가협회상을 수상했고, 2년 뒤에는 “다성악 같은 글쓰기로 우리 시대의 고통과 용기를 담아낸 기념비적 문학”이라는 호평과 함께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작가는 노벨문학상 시상식 연단에 올라서 말했다. “위대한 사상은 가차 없이 자기 사람들을 집어삼켰습니다. 사상은 아픔을 모릅니다. 사람들은 가엾습니다.”
책은 일명 ‘목소리 소설’이라는 이름으로 노벨문학상을 받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작품이었지만, 한국에선 일찍 절판된 탓에 작가의 책 가운데 가장 덜 알려졌다는 분석이다. 출판사는 이번에 재출간을 준비하면서 한국인에게 낯선 표현인 ‘세컨드핸드 타임’이라는 비유적인 원제 대신 직관적인 ‘붉은 인간의 최후’로 바꿨다.
소련을 경험한 수많은 이의 목소리를 담고 있는 책은 마지막에는 어느 이름 없는 민초의 넋두리로 끝난다. 사회주의도 자본주의도 끝내 구원하지 못한 이 민초의 읊조림이야말로 ‘붉은 인간’의 오늘을 보여 주는 듯.
“여기 사는 우리는 그냥 살던 대로 계속 살고 있어요. 사회주의가 와도 민주주의가 와도 우리가 사는 건 똑같아요. 우리에겐 ‘백군’이나 ‘적군’이나 그 나물에 그 밥이에요. 이제 봄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해요. 감자도 심어야 하고… (오랫동안 침묵한다) 내 나이가 예순이에요. 난 성당도 다니지 않아요. 하지만 누군가와 얘기는 하고 살아야 하잖아요. 뭔가 다른 주제의 얘기들… 늙기가 싫다는 이야기들이요…. 정말이지 늙기 싫어요.”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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