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화자~!"…기립박수 받은 한-불 국가대표급 파리 댄스공연[르포]
2일 밤 파리 중심가 1구역에 위치한 1862년 건축된 유서깊은 샤틀레극장에선 "브라보!"와 "지화자 좋다!"가 어우러졌다. 저녁 8시부터 시작된 한국을 대표하는 댄스그룹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와 프랑스 대표 비보잉그룹 '포케몬크루'의 대결을 보러 온 관객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70여분을 보냈다.
7월26일 개막될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프랑스 현지에서 열릴 K-컬처 홍보행사인 '2024 코리아시즌' 개막을 알리는 '어반 펄스 업라이징(Urban Pulse Uprising)'이었다. 지루할 틈 없던 공연은 양국 대표 댄스팀의 화려한 춤과 노래로 채워졌다. 오페라 공연장으로 지어진 샤틀레극장에서의 브레이킹 댄스 공연이라 더욱 특별한 무대였다.
공연 직전 열린 '코리아시즌' 개막 리셉션에선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자크 랑 프랑스 전 문화부 장관 등 주요 인사들과 함께 참석해 "파리에서 열리는 문화 올림피아드로 '2024 코리아시즌'을 함께 할 수 기쁘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지화자~'를 선창하고 '좋다'를 청중이 따라할 수 있도록 건배사도 외치며 공연 관람을 앞둔 관객들의 흥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공연 시작은 리아킴이 객석에서 무대로 올라오면서 추는 '팝핑'으로 알렸다. 과거에 '각기춤'이란 별칭으로 불렀던 절도있는 춤 동작에 현지 관객들은 환호했다. 객석을 가득 채운 1700여명의 관객 중 상당수는 앳되어 보이는프랑스 Z세대였다.
전반 공연을 책임진 원밀리언은 다양한 장르의 K-팝과 아델 등 유명 가수의 음악에 맞춰 특유의 고난도 동작을 선보이며 객석을 흥분케했다. 특히 TV예능으로 인기를 끌었던 '스트릿 우먼 파이터'에 출연했던 여성 멤버들로 구성된 그룹이 무대에 설 때엔 환호성을 지르는 관객들이 더 많았다. 이들이 소속된 '원밀리언 댄스 스튜디오'는 K-팝 댄스 팬들이 한국 여행시 꼭 방문하고 싶어 하는 'K-댄스 성지'로 불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원밀리언의 유튜브 채널은 댄스 영상이 올라오면 수백만 조회수가 보장될 정도로 전 세계 K-댄스 팬들에겐 필독 채널이다.
K-댄스 인기를 반영하듯 이날 비가 오는 추운 날씨에도 샤틀레 극장 앞은 입장을 기다리는 긴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전석이 자유석으로 돼 있어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는 관객들이 빗속에서도 우산도 없이 한참을 줄 서 있었다.
후반 공연에 등장한 포케몬크루는 프랑스의 현실을 다소 블랙코미디적 요소로 버무린 뮤지컬 느낌의 공연을 선보였다. 공원과 거리 벤치에서 숙식하는 노숙인과 지하철에서 춤을 추다 경찰에 쫓기는 무리도 등장하면서 공연에 긴장감을 부여하면서도 이들이 춤과 몸짓으로 보여주는 상황과 재미있는 대사는 해학을 담았다. 프랑스 특유의 정치적 농담을 듣는 듯한 무대 구성으로 불편할 것 같은 소재를 가볍게 다뤄 무대 위 장면을 관객들이 어렵지 않게 여기고 동시에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했다.
프랑스 리옹 국립 오페라 앞 광장서 정기적으로 모였던 춤꾼들이 1999년 결성한 포케몬크루는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공식 '문화 올림피아드' 행사의 일환으로 '거리에서 올림픽까지'라는 댄스공연 프로그램을 맡고 있다. 이날 원밀리언과의 합동 공연 외에도 지난 달부터 올림픽 성공을 축원하는 댄스 공연을 프랑스 전역을 돌며 진행하고 있는 팀이다.
이날 공연에서도 팀원들이 입은 의상에 태극기 등 각국 국기를 그려 넣고 오륜기를 배경으로 춤을 춰 파리올림픽 분위기를 끌어올리기도 했다. 공연 마지막 20여분은 원밀리언과 포케몬크루가 무대에 설치된 디제잉박스 앞에서 스트릿댄스 문화 특유의 배틀형식 무대를 선보였다. 서로 한명 혹은 단체로 댄스 경쟁을 하던 이들은 마지막엔 두 팀이 같이 한 팀인 양 조화로운 무대를 구성하며 마무리 인사를 함깨 했다.
포케몬크루의 예술감독인 리야드 프가니(Riyad Fghani)는 공연 전 인터뷰를 통해 "한국 친구들과 함께 공연하게 돼 영광이고 재미있게 준비했다"며 "원밀리언 크루들과 굉장히 만족스럽게 협업했다"고 말했다. 공연 내용에 대해 그는 "프랑스를 담고 포케몬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질 수 있었던 그런 폭발적이고 아크로바틱한 스타일을 살려 공연으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올림픽에 메달이 걸린 정식종목이 된 '브레이킹 댄스'의 결과에 대해선 "미국과 한국 그리고 프랑스가 가장 잘할 것으로 예상하고 프랑스가 미국이나 한국과 결승에서 붙을 것 같다"며 "특히 한국은 뭐 하나 실수 없이 해내는 팀이라 좋은 성과를 낼 것 같다"고 예상하기도 했다.
원밀리언 이사를 맡고 있는 댄서 백구영도 "한국 비보잉팀들은 항상 세계 여러 대회를 석권하고 다녔기때문에 이번 올림픽에서도 메달을 기대할만 하다"며 "파리에서도 팬들이 많이 알아보기도해서 K-댄스와 원밀리언의 인기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원밀리언 공동대표인 리아킴은 "K-댄스가 K-팝과 함께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는데 그 분야를 개척해가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며 "이 곳에서 프랑스 댄서들과 교류하고 K-댄스 클래스 워크샵에도 많은 팬들이 찾아줘서 재미있게 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객석에서 공연을 지켜보던 유인촌 장관은 공연 마무리에 양팀이 함께 관객에게도 춤을 추며 박수를 쳐 달라고 유도하자 주변 관객들과 함께 일어나 어깨 춤을 추며 박수를 쳤다. 유 장관은 배우출신이면서 현대무용을 수년간 배우고 직접 무대에 서기도 했던 댄서 출신이기도 하다.
유 장관은 이날 오전 파리 '코리아센터'에서 만난 도미닉 에르비유 파리 '문화 올림피아드' 총괄 감독이 무용수 출신임을 밝히자 "저도 젊을 때 5년간 현대무용을 했고 일본 등 해외와 대한민국무용축제에서도 춤을 춰봤다"며 무용과의 인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 달 국립공연단체 합동 공모에 합격한 청년교육단원들의 발대식에서 국립무용단 청년단원들에게도 무용수 시절을 회고하며 "앞으로 무용수로서의 삶이 쉽지 않겠지만 젊은 단원 시절엔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당부하며 격려하기도 했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주관한 개막 댄스 공연을 시작으로 앞으로 6개월간 주프랑스한국문화원, 국립예술단체, 한국관광공사,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17개 문화예술기관이 참여해 프랑스 전역에서 공연과 전시, 공예, 관광,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의 34개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된다.
파리(프랑스)=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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