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다시 못 볼 사진[신문 1면 사진들]
※신문 1면이 그날 신문사의 얼굴이라면, 1면에 게재된 사진은 가장 먼저 바라보게 되는 눈동자가 아닐까요. 1면 사진은 경향신문 기자들과 국내외 통신사 기자들이 취재한 하루 치 사진 대략 3000~4000장 중에 선택된 ‘단 한 장’의 사진입니다. 지난 한 주(월~금)의 1면 사진을 모았습니다.
■4월 29일
주말에는 뉴스가 많지 않습니다. 뉴스의 중심에 있는 이들도, 사건도 주말에는 숨을 고릅니다. 월요일자 1면 사진을 준비하는 입장에선 곤혹스럽습니다. 그럼에도 ‘이제껏 사진 없는 1면은 없었다’는 걸 구호처럼 되뇌며 내외신 사진을 뒤집니다. 이날은 미국 대학가에서 일고 있는 반전 시위, 즉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사진이 압도를 했습니다. 미 컬럼비아대에서 시작된 시위가 전역으로 확산됐지요. 캠퍼스를 점거한 학생들은 스크럼을 짜고, 경찰이 체포를 시도하려는 사진을 선택했습니다. 통계를 내보진 않았지만 월요일자 1면에 외신사진이 등장하는 빈도가 다른 요일보다는 높을 것이라 짐작을 합니다.
■4월 30일
1면 사진은 아침 출근길부터 고민하기 마련이지만, 전날 아니 전전날에 이미 1면 사진이 정해지는 일도 있습니다. 뻔한 사진이 예상되지만 빼도박도 못하는 1면이라는 생각에 전날 퇴근과 출근하는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용산 대통령실에서 회담을 가졌습니다. 윤 대통령 취임 후 720일 만의 첫 영수회담입니다. 각각은 너무 자주 지면에 등장하는 얼굴이지만 둘이 한 앵글 안에서 활짝 웃으며 악수하는 모습은 처음 봅니다. 어쩌면 대통령 임기 내에 다시 볼 수 없는 사진일 수도 있습니다. ‘다시 못 볼 사진일 수 있다’는 게 가장 평이하고 기본적인 사진을 선택한 이유입니다.
■5월 1일
서울시내 이른바 ‘빅5’ 병원에 속하는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의 일부 교수들이 수술과 외래 진료를 하지 않는 ‘하루 휴진’에 들어갔습니다. ‘주 1회 휴진’의 첫 날입니다. 세브란스병원에서는 연세대 의대 교수들이 ‘하루 휴진합니다’라고 쓴 손팻말을 들었습니다. 청진기와 메스 대신 손팻말을 든 교수들 앞으로 휠체어를 탄 환자가 지나가는 장면을 1면 사진으로 골랐습니다. 교수도 환자도 답답한 시간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5월 2일
1년 전에 이날 1면 사진을 마감한 기억이 제법 또렷해서 특별한 이슈가 없는 한 노동절 집회 사진으로 가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동시에 크게 다를 것 없는 비슷한 현장이지만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그림을 뒤엎을 사진을 은근히 기대하기도 합니다. 양대노총이 서울 도심 곳곳에서 134주년 세계노동절대회를 열었습니다. 노동자들은 정부의 반노동정책을 규탄하고 노동기본권 확대 등을 촉구했습니다. 집회 대열의 처음과 끝이 다 보이는 사진을 선택했습니다. 표정으로 보여줄 것인가, 규모로 보여줄 것인가는 카메라를 든 기자의 고민입니다. 물론 둘 다 찍습니다. 노동절에는 규모를 보여주는 게 좀 더 낫다는 생각입니다. 사진설명이나 기사에 주최 측 추산의 규모를 적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겁니다. 경찰 추산이 주최 측 추산의 3분의 1 수준이라는 건 늘 의문입니다.
■5월 3일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이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표결에 앞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웅 의원 한 명 빼고 집단 퇴장했지요. 대통령실은 야당 단독 법안 처리를 두고 “나쁜 정치” “입법 폭주”로 규정하면서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예고했습니다. 법안 통과 후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채 상병 특검법을 거부하면 정권 퇴진 운동에 동참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날 국회 본회의를 방청하던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들은 법안 통과를 거수경례로 환영했습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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