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위' 상상 이상 헌법기관 선관위...자정 노력 효과 있을까

김대겸 2024. 5. 4.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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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얼마 전, 감사원의 감사 결과 발표로 헌법기관인 선관위 직원들의 자녀 채용 비리 의혹과 근무 태만, 방만한 인사운영 실태가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감사 과정에서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면접 자료 파쇄 등 조직적인 감사 방해 행위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선관위가 자정노력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실효적 조치로 이어질지는 의문입니다.

김대겸 기자입니다.

[기자]

감사원 감사로 밝혀진 선거관리위원회의 각종 비위는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자녀 특혜 채용 수단으로 활용된 경력채용 전수조사 과정에서 무려 800여 건의 규정 위반이 확인됐고 49명이 채용 비리에 연루됐습니다.

선관위 직원들은 지방직 공무원이던 장관급 고위 간부 자녀 A 씨를 세자라고 부르며 채용 절차를 유리하게 만들어줬습니다.

세자로 불리던 A 씨는 선관위 직원으로 채용된 뒤 단독 관사를 사용하는 등 온갖 혜택도 누렸습니다.

채용 청탁과 점수 조작, 무단결근 등이 만연했던 것으로 드러났지만, 헌법 기관이란 이유로 외부 감사를 피해갈 수 있었고 내부감사는 있으나 마나였습니다.

[이만희 / 국민의힘 의원(지난 2일, 국회 행안위) : 정말 굉장히 충격적이지 않나 생각을 합니다. 헌법 기관이라는 그런 이름 아래 사실 모든 어떤 외부의 감사라든지 업무 행태에 대한, 감독에 대한 사각지대로….]

환부를 들춰내기까지 걸린 기간은 7개월.

선관위 직원들의 조직적 감사 방해로 과정 역시 순탄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감사원 관계자는 YTN과 통화에서 특혜 의혹 자녀들의 신상 정보를 검은색 펜으로 지운 뒤 복사본을 제출하거나 윗선 결재 등을 이유로 자료 제출을 미루는 경우도 잦았다고 말했습니다.

전직 선관위 사무총장은 재직시절 사용하던 휴대 전화와 노트북을 반납하지 않았는데, 뒤늦게 감사원에 제출했을 땐 이미 모든 자료가 삭제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3급 이상 고위직 운영 관련 자료는 끝내 받지 못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앞서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이 알려졌던 지난해 중순에도 선관위는 헌법 기관이라는 이유로 감사원 감사와 권익위 조사 등을 거부하며 여론에 뭇매를 맞기도 했는데

[노태악 / 중앙선거관리위원장(지난해 6월) : (감사원법상 감사가 가능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수고하십니다. (오늘 회의 핵심 안건은 어떻게 될까요?) 수고하십니다.]

[정승윤 /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지난해 6월) : 선거관리위원회는 감사원의 감사를 전면적으로 수용하고 권한쟁의를 영원히 포기하겠다고 선언해야 합니다.]

이후 여론에 떠밀리듯 감사원 감사를 수용하기는 했지만, 뒷모습은 달랐던 겁니다.

감사원 발표 이후 선관위는 자정 노력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지만, 역시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앞서 선관위는 지난해 7월, 헌법기관인 선거관리위원회는 감사원 감사 대상이 아니라며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습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겉으론 자정 노력을 강조하는 선관위가 정작 외부감사는 받지 않겠다는 이중적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YTN 김대겸입니다.

영상편집 : 김지연

디자인 : 우희석

YTN 김대겸 (kimdk1028@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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