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 다 똑같아"… 아르헨 외교장관 중국인 비하 발언 논란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 지역) 중국기지에서 그 누구도 군사 인력이 있다고 확인할 수 없었다. 그들은 중국인들이고 다 똑같다"
아르헨티나 최대 부수를 자랑하는 일간 클라린과의 인터뷰에서 디아나 몬디노 외교장관이 중국인들을 비하하는 발언을 해 큰 논란에 휩싸였다고 아르헨티나 언론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동양인의 작은 눈과 낮은 코를 조롱할 때 "동양인은 다 똑같이 생겼다"라는 인종차별적 발언을 사용하는데, 단순해 보이는 이 표현은 동양인 얼굴이 납작해서 누가 누군지 분간이 안 된다는 뜻으로 동양인 비하 발언의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중국을 방문한 후 클라린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발언한 몬디노 장관의 기사가 보도되자, 기사 댓글난과 엑스(전 트위터)에서 몬디노 장관을 성토하는 댓글이 가득했으며, 현지 다수의 TV 방송에서도 이 논란에 대해 대대적으로 다뤘다.
전문가들과 시민들은 일반인도 아닌 고위 공직자가, 특히 외교장관이 세계 2위 경제 대국이자 아르헨티나의 중요한 교역 파트너인 중국을 비하할 수가 있냐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몬디노 장관은 대규모 경제사절단과 아르헨티나 중앙은행 총재, 경제부 재경차관까지 이끌고 중국과의 경제협력과 오는 6월 만기가 되는 50억 달러(6조7천950억) 규모의 통화 스와프 연장을 요청하기 위해 지난 주말 중국을 방문했다.
중국 측은 "아르헨티나는 중국의 중요한 경제 파트너"라고 치켜세웠지만, 몬디노 장관 중국방문의 성과는 빈손인 것 같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우선 밀레이 정부가 가장 관심 있는 50억 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 연장에 대해 중국 측은 그 어떤 확답도 주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6월 만기가 되는 50억 달러 규모의 중국과의 통화 스와프가 연장되지 않고 상환해야 한다면, 밀레이 정부가 바라는 외환 규제(CEPO) 완화는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극우 자유경제학자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부터 공산주의자들은 살인자이며 자유를 모른다고 맹비난하면서 공산주의자 국가인 중국과는 교역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당선 이후, 밀레이 정부는 실용주의로 돌아서면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듯한 제스처를 보여줬다.
중국 정부는 밀레이 대통령 취임식에 대통령 특사를 파견했고 이에 밀레이 대통령은 답례로 친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밀레이 대통령 취임 이후 중국 정부가 기증한 30여대의 앰뷸런스가 도착하자, 코로나-19 팬데믹이 언제 끝났는데 앰뷸런스가 이제 왔는지 모르겠다는 대통령실 대변인의 발언에 이례적으로 주아르헨티나 중국대사관에서 이는 이동식 병원이라고 반박하면서 불쾌감을 감추지 못한 에피소드가 발생했다.
또한, 아르헨티나 남쪽 파타고니아 지역에 위치한 중국 기지에 대해 학문적 용도가 아니라 군사적 용도일 것이라는 루머가 퍼지자, 밀레이 정부는 조사단을 보냈다.
하지만, 해당 기지에서는 군사 인력도 군 관련 사항도 발견하지 못했다.
몬디노 장관의 논란이 된 발언은 이 부분을 설명하기 위해 한 것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몬디노 장관은 "내가 하려고 했던 말은 군사 인력은 없고 다 같은 민간인이었다"란 뜻이었다면서 비하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한 대통령실도 논란을 진화하기 위해 "몬디노 장관은 그런 영혼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라면서 인종차별 발언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몬디노 장관의 이런 말실수는 처음이 아니다.
그는 현지 유명 TV 프로그램에서 은퇴자들이 낮은 이자로 대출을 받는다는 말에 "은퇴자들은 곧 죽을 사람들인데 대출을 왜 해주는지 모르겠다"라는 발언 등으로 구설에 휘말린 전력이 있다.
몬디노 장관의 말실수 외에도 중국과의 외교 관계에서 잦은 실수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12월 몬디노 장관이 아르헨티나 주재 대만 경제사무소 대표를 만나 중국측이 매우 불쾌해 했다는 기사가 보도되었으나, 아르헨티나 외교부는 이를 확인해 주지 않은 바 있다.
그런데 몬디노 장관의 이번 방중 직후, 밀레이 대통령의 절친이자 아르헨티나 국회 하원 예결위원장인 호세 에스페르트 의원이 대만 경제사무소 대표와 만나 사진까지 찍어 자신의 개인 SNS에 올려 논란이 일었다.
익명을 요구한 국제관계전문가는 "외교장관은 50억 달러 통화 스와프 만기 연장을 위해 방중하는데 밀레이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권력의 핵심에 있는 하원의원은 대만 대표를 만났다니 이게 무슨 도발인지 모르겠다"라면서 중국의 경제 보복을 우려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sunniek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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