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구 통째로 뺐다넣은 수준…주택정책 신뢰 와르르
통계체계 오류 시기 데이터 토대로 부동산대책 2차례 발표
정부 '공급부족' 강조한 동안 주택가격·전세가격 동반 상승
"통계 왜곡되면, 정책 왜곡되고, 국민 고통으로 이어져"
노원구나 시흥시가 통째로 사라졌다 복원된 수준의 격변이 정부 통계에서 발생했다. 국토교통부 주택공급 통계에서 19만여채가 한때 누락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정책 신뢰성이 타격을 입었다.
3일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달 30일자로 정정된 2023년도 주택공급 실적은 인허가 42만9천호, 착공 24만2천호, 준공 43만6천호다. 각각 4만호, 3만3천호, 12만호 늘어 총 19만3천호의 주택공급이 통계에서 빠졌던 게 확인됐다.
19만호는 수도권의 웬만한 기초지자체의 주택 총량에 맞먹는다. 2022년 기준 통계청 집계로 서울 노원구(19만2천호)와 강남구(17만8천호), 경기 시흥시(18만8천호)와 안양시(18만5천호)의 주택 총량이 누락치보다 적다.
통계오류 바탕으로 부동산대책 발표
43만6천호로 바로잡히기 전까지 정부가 발표한 지난해 준공 물량은 31만6천호로, 전년 대비 23.5% 감소한 수치였다. 그러나 정정 뒤 준공 물량은 180도 뒤집혀 전년 대비 5.4% 증가했다. 정부가 강조해온 '공급 위축' 진단이 틀렸거나 과장된 것이다.
정부는 통계시스템 개편 과정에서 지난해 7월부터 연말까지 통계 누락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오류가 반년간 방치된 것도 문제이나, 이를 바탕으로 주택정책이 수립된 점이 더 지적받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정부가 내놓은 주택정책은 오류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해 9·26공급대책, 올해 1·10부동산대책으로 수도권 대규모 신도시와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등 전면적 개발정책을 쏟아냈다. "작년 하반기부터 공급여건이 악화되면서 단기적으로 주택공급이 위축됐다"(9·26대책)거나 "작년 주택공급의 선행지표인 인허가, 착공이 위축됐다"(1·10대책)면서 '오류 섞인' 통계를 근거로 공급 위축을 강조했다.
시장에 반영됐나…전국 집값·전세값 상승세
정부가 주택공급 위축을 꾸준히 강조한 영향은 시장에 반영됐을 공산이 크다. 이 경우 주택 매물이 없다는 신호가 돼 주택 매매가격은 물론, 전세가격에도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무주택 서민들 고충도 덩달아 커지게 된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전국의 월간 주택가격지수(계절조정)는 지난해 8월 95.5로 바닥을 찍은 뒤 올 3월 96.3까지 매달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세가격지수(계절조정)도 지난해 8월(91.2)부터 올 3월(93.3)까지 비슷한 추이를 보인다.
"공급부족은 맞다" vs "통계 왜곡되면 국민 고통"
일각에서는 전정부 때 집값 통계조작 혐의로 국토부 공무원들이 대거 형사재판을 받는 상황을 상기시킨다. 의도적 조작이냐 예기치 못한 오류냐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으나, 정부의 부동산 통계가 '틀렸다'는 점은 정책신뢰의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정부는 주택공급이 부족한 것은 맞다고 해명한다. 국토부는 "인허가의 경우 통계 정정 전에는 전년보다 26% 줄지만 정정 후에는 18% 줄어드는데, 이는 정책 방향성을 바꿀 정도의 큰 차이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신뢰 타격은 불가피하다. 전임 국토부 장관은 "정책결정의 근거가 되는 통계가 왜곡되면, 국가정책이 왜곡되고, 그 결과는 국민의 고통으로 이어지게 된다. 특히 국민의 주거와 직결되고, 대다수 국민들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은 더욱 그렇다"고 강조한 바 있다.
객관적이고 투명한 통계 체계를 갖출 수 있는 정책 보완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경실련 정택수 부동산국책사업팀장은 "통계조작 사건의 재발방지책을 제시하지 못한 정부가 이번 사태까지 벌인 것은 그만큼 통계를 안이하게 관리한다는 얘기"라며 "산출과정을 투명하게 점검해 특정세력 개입이나 조작이 없도록 관련법령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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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장관순 기자 ksj0810@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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