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너의 이름 부르러 국립수목원으로 간다[김선미의 시크릿 가든]
● 희귀한 광릉요강꽃과 복주머니란
개불알꽃은 가운데가 길게 늘어지는 꽃잎 모양을 보고 민간에서 익살스럽게 불렀던 이름이다. 하지만 국가수목유전자원목록위원회는 입에 올리기 민망했던 이 꽃의 이름 대신 ‘복주머니란’을 선택해 2007년 펴낸 국가표준식물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고로 개불알꽃은 이제 복주머니란으로 불러야 한다.
복주머니란속(屬) 식물은 세계적으로 멸종 위험에 처해 있다. 한국에는 복주머니란, 털복주머니란, 광릉요강꽃 등 이렇게 3개 종(種)이 자생한다. 특히 광릉요강꽃은 동아시아에만 분포하는 희귀식물로 국내에서도 경기, 강원, 전북 등에서 매우 제한적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1931년 광릉숲 죽엽산 자락에서 처음 발견됐다. 입술 모양 꽃잎이 요강처럼 생겼다고 해서 광릉요강꽃으로 불린다. 서양 이름은 ‘Korean lady’s slipper’(한국 숙녀의 슬리퍼). 무분별하게 채취돼 자생지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이 희귀식물을 국립수목원이 2021년 세계 최초로 기내(시험관이나 배양기 안) 종자 발아에 성공했다. 대량 증식의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많은 이들이 광릉요강꽃과 복주머니란(개불알꽃)이 같은 꽃인 줄로 잘못 알고 있다. 하지만 둘의 모습은 완전히 다르다. 복주머니란은 분홍빛을 띠고 통통한 형태인 데 비해 광릉요강꽃은 중앙의 붉은 부분을 미색 꽃잎이 갸름하게 감싼다. 특히 광릉요강꽃은 잎이 360도 퍼지는 여성의 풀(full) 스커트 형태라 ‘치마난초’로도 불린다. 치마를 확 펼쳐 춤 추는 무용수 같은데, 어딘지 모르게 동양적 느낌이 물씬 난다.
국립수목원 희귀특산식물보존원 부근 나무 장벽 구역에서는 광릉요강꽃과 복주머니란을, 약용식물원 가는 방면 복주머니란속 전시원에서는 교잡종인 ‘얼치기복주머니란’을 볼 수 있다. 빛이 들 때마다 카메라 셔터들이 찰칵찰칵. 이번 주말을 넘기지 않고 방문하면 좋겠다. 지금 놓치면 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한다.
● 수목원에서 생각하는 과거와 미래
국립수목원은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국가가 운영하는 수목원이 필요하다는 시대적 요구에 따라 1984년 조성공사를 시작해 1987년 문을 열었다. 조선 세조 능(陵)인 광릉의 부속림이어서 500년 넘게 잘 관리된 땅에 전국 임업시험장에서 가져온 나무들을 심었다. 수목원 명칭은 처음 광릉수목원에서 1999년 국립수목원으로 바뀌었다. 개원 당시 수목원 입구에 세웠던 ‘광릉수목원’ 표석은 수목원 산림박물관 앞으로 옮겨졌다.
전시 공간이 102ha 규모인 국립수목원에는 7개 테마 숲길이 총연장 20km에 걸쳐 조성돼 있다. 숲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숲생태관찰로(길이 460m)를 걸은 뒤 커피 한 잔을 즐기며 육림호를 바라보는 코스가 가장 사랑받는다. 호숫가 벤치에 앉아 새 소리를 들으며 ‘물멍’(물을 멍하니 바라보기)을 하면 감각은 열리고 마음은 내려놓게 된다. 어른 팔 만한 물고기들도 보인다. 40여 년 전 경기 청평 내수면연구소에서 기르던 물고기 5000여 마리를 옮겨왔는데 그중 잉어와 비단잉어가 살아남았다고 한다.
개원 25주년을 맞은 국립수목원은 어린이날을 맞아 ‘알숲놀숲’이라는 산림 새싹 키움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알파 친구들아, 숲에서 놀자, 놀면서 숲을 즐기자’라는 뜻으로 식물학자와 정원사 같이 수목원을 둘러싼 다양한 직업군을 아이들이 체험하도록 준비했다. 미래 세대가 디지털 기기를 잠시 내려놓고 숲과 친해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 국립수목원 속 나만의 시크릿가든
:금강산도 식후경: 국립수목원 직원들이 꼽은 인근 맛집 |
① 광릉불고기: 불고기만큼 밑반찬도 호평 ② 동이손만두: 건강한 맛 만두전골. 무한 리필 물김치도 인기 ③ 모심: 봉선사 근처 손두부 요리 전문점. ④ 하마네추어탕: 고모리 추어탕 맛집. ⑤ 어반제주: 고모리 저수지 인근 제주 감성 피자 & 파스타 집. |
글·사진 포천=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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