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이밍 월드컵 스피드’ 한국 첫 메달 정지민… “파리行 찍겠다”
리드-볼더링과 달리 상대와 맞짱
7초안에 승부 끝나지만 변수 많아
최연소 태극마크 달았다 종목전환… “中-헝가리 예선서 본선티켓 따낼것”
스포츠클라이밍은 △두 선수가 동시에 출발해 15m 암벽 정상까지 누가 빨리 오르는지 겨루는 ‘스피드’ △제한 시간 6분 내 15m 암벽에 가장 높이 오르는 사람이 이기는 ‘리드’ △미리 정해둔 홀드(손과 발로 잡거나 디딜 수 있는 부분)만 활용해 가장 적은 횟수로 4, 5m 벽을 오르는 선수가 우승하는 ‘볼더링’으로 나뉜다.
‘암벽 여제’ 김자인은 “리드, 볼더링과 비교하면 스피드는 ‘암벽을 오른다는 것’ 이외에는 공통점이 없다고 할 정도로 다른 종목”이라며 “리드, 볼더링이 마라톤이라면 스피드는 100m 달리기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자인도 주 종목인 리드(30회)와 볼더링(1회)에서만 금메달을 수확했을 뿐 스피드에서는 메달이 없다. 7월 26일(현지 시간) 개막하는 파리 올림픽 때도 리드와 볼더링은 ‘콤바인’이라는 종목으로 함께 묶이지만 스피드는 경기를 따로 치른다.
정지민도 원래 리드, 볼더링이 주 종목인 ‘마라토너 타입’이었다. 철봉이나 구름사다리에 매달리는 걸 좋아했던 ‘끈기 소녀’ 정지민은 2020년 한국 스포츠클라이밍 역사상 최연소(15세 6개월)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IFSC 월드컵 개인 첫 메달도 당연히 리드 아니면 볼더링에서 딸 것이라고 생각했다.
2020년 겨울 발목 수술을 받으면서 운명이 바뀌었다. 수술을 받고 재활에 힘썼지만 이듬해 국가대표 선발전 때까지 통증이 가시지 않았다. 리드나 볼더링에서는 대표팀 승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정지민은 선수층이 얇은 스피드 국가대표에 도전장을 냈다. 정지민은 “한 시즌을 통째로 날리기가 아까워 스피드를 선택했는데 하다 보니 진심이 됐다”며 “리드, 볼더링에 미련이 없다면 거짓말이지만 스피드로 종목을 바꾼 걸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리드, 볼더링은 기록을 놓고 벌이는 ‘자신과의 싸움’에 가깝다. 반면 스피드에서는 기록이 아무리 좋아도 상대보다 터치패드를 늦게 찍으면 탈락이다. 이번 IFSC 월드컵 3, 4위전에서 개인 최고기록(6.623초)을 새로 쓴 정지민은 “스피드는 7초 안에 승부가 나는 데다 변수도 많다. 그래서 허무할 때도 많지만 그게 매력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계속해 “상대 선수가 빠르면 나도 무의식적으로 몸이 빨라진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아, 나 얘보다 빠르다’고 생각하는 순간 실수가 나왔다”면서 “지난해 (파리 올림픽) 아시아 예선 3, 4위전 때는 워낙 잘하는 선수를 만났다. 그래서 모든 걸 내려놓고 ‘내 등반만 신경 쓰자’고 마음먹었더니 오히려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정지민은 예선 시리즈 준비차 진천선수촌으로 향하며 “‘정말 중요한 대회다’라고 생각할수록 내가 가진 게 다 안 나온다. 최선을 다해 연습하되 대회 때는 ‘준비한 걸 재미있게 보여주자’, ‘에라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뛸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아산=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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