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입장 밝힐수도” 영수회담 한주 만에 직접 충돌 위기

현일훈 2024. 5. 4. 01:2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여야, 채상병 특검법 강대강 대치
더불어민주당이 2일 채 상병 특검법(고(故) 채수근 해병대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의혹 관련 특별검사법)을 일방처리하면서 가늘게 이어지던 협치의 가능성을 휘발시킨 여파는 컸다. 바로 다음날인 3일에도 강(强) 대 강 충돌이 이어졌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해 ‘범인’이란 단어를 입에 올렸다. 전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에 이어 이날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강하게 반박했다. 대통령실에선 윤 대통령이 조만간 입장을 밝힐 수도 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회동한 지 일주일여 만에 직접 충돌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채 상병 특검법과 관련,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수년간 현직 대통령부터 여당이 끊임없이 해 왔던 말이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다’”라면서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이) 범인이 아닐 테니까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며 “저번 대선 경선 때부터 수년간 계속 대통령 후보부터 여당이 끊임없이 되뇌었던 것 아닌가. 현수막만 붙인 게 수만 장 되지 않을까 한다”라고 했다.

대통령실에선 국회 해병대전우회장 출신인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나섰다. 그는 “사법 절차에 상당히 어긋나는 입법 폭거”라며 특검법을 수용하는 걸 ‘직무 유기’라고까지 표현했다. 전날엔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대단히 유감”이라며 “채 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정치”라고 공개 비판했었다.

여권에선 특검법안 내용도 처리 과정도 크게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우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에서 수사 중인 사안이란 점이다. 홍 수석은 “수사 중인 사건이기에 이 절차가 끝나는 것을 기다려야 합법적”이라고 말했다. 실제 특검법은 수사 자체의 공정성을 기대할 수 없거나 수사가 공정하게 이뤄졌다고 볼 수 없을 때 도입하는 제도다.

홍 수석은 “여야 합의도 더더욱이나 없었다”며 “결국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면 나쁜 선례를 남기는 것이고, 더 나아가 직무 유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간 13차례 특검은 여야 합의로 도입됐다. 홍 수석은 2021년 군사법원법 개정으로 해병대 수사단에 수사권이 없어졌기에 야당이 주장하는 ‘수사 외압’ 논리도 성립되지 않는다는 설명도 했다. 홍 수석은 “군내 사고를 군인이 직접 수사하는 것을 믿지 못하겠으니 경찰이 수사하도록 하자는 게 (개정법의) 법 취지”라고 했다.

대통령실에선 윤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힐 수도 있다고 알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을 포함한 법률안 재의요구(거부권)도 직접 설명하고 질의응답도 하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사안에 대단히 부정적으로 알려졌다. 실제 홍 수석은 “대통령이 아마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국민의힘도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협치의 싹이 거대 야당의 폭주로 꺾였다”는 정희용 수석대변인 논평을 비롯해 “수사 가로채기”(최형두 의원), “거부권 행사는 대통령의 헌법상 권리”(윤상현 의원) 등의 발언이 이어졌다. 다만 대통령실에선 시점(수사기관의 수사 종료), 구성(야당의 특검 후보 추천), 공표(수사과정 브리핑) 등의 변경이 있을 경우 법안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 대표의 ‘범인’ 언급에 대해 “현재 범인으로 지목돼 여러 개 재판을 받고 있는 사람이 현직 대통령을 범인 취급하는 건 넌센스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영수회담 한 지 며칠 되었다고 그러느냐”며 “이때 하는 적절한 말이 적반하장이라고 한다”고 꼬집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SUN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