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4월과 상황 바뀌어”…통화정책 사실상 원점으로
연내 금리 인하 멀어지나
이창용 총재는 2일(현지시간)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 총회 참석차 방문한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원점이란 표현을 하긴 그렇지만 4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때와 상황이 바뀌어서 (통화정책 방향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 5월 통방 회의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한 달 새 바뀐 환경으로 ▶미국의 금리 인하 지연 ▶국내 1분기 ‘깜짝’ 성장세 ▶중동발(發) 지정학적 위기 확대 등 3가지를 들었다. 이들은 주로 ‘피벗’(통화정책 전환)을 지연하는 요인으로 꼽히는 변수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통해 금리(5.25~5.5%)를 6연속 동결했다.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당초 예상된 연내 3회가 아니라 1~2회 수준의 금리 인하가 이뤄질 거란 관측이 나온다. 이 총재는 “전 세계가 생각하는 건 견조한 경기, 물가 수준을 볼 때 미국 금리 인하 시점이 뒤로 미뤄졌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은은 이달 회의에선 수정 경제 전망도 내놓는다. 지난 2월 경제 전망에선 올해 연간 성장률을 2.1%로 제시했는데, 1분기 성장세가 수출·내수 모두 호조를 보이면서 전망치도 올라갈 전망이다. 이 총재는 “국내총생산(GDP)이 높게 나온 건 분명 좋은 뉴스다. (전망치를) 얼마를 상향하느냐가 문제”라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정전망치(2.2%→2.6%)만큼 갈 것인지는 자료를 보고 조정해야 하지만 상향 조정이 불가피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아세안 10개국과 한국·일본·중국이 만든 국제회의체 ‘아세안+3’가 강(強)달러 현상이 대표하는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 등을 주요 리스크(위험)로 보고 다자간 통화 스와프를 강화하기로 했다.
3일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열린 ‘27차 아세안+3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회원국은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역내 금융안전망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CMIM)’를 강화하는 데 협의했다.
2010년 시행한 CMIM은 1990년대 후반 아시아 외환위기를 되풀이하지 않게 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다자간 통화 스와프 체제다. 스와프 규모는 2400억달러(약 327조원)에 달한다. 회원국은 CMIM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신속금융 프로그램(RFF)’ 신설을 승인했다.
정종훈 기자, 세종=김민중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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