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쿠팡, 유료 멤버십 꼼수…소비자·자영업자만 덤터기

오유진 2024. 5. 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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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 구독 경쟁
무료배달로 출혈 경쟁에 나섰던 배달 플랫폼(배달앱) 업체들이 한달새 노선을 급선회했다. 주춤하던 배달시장이 무료배달 개시 이후 다시금 살아나자 서비스 유료화와 가격 인상으로 본격 시장 굳히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지난달 25일 배달의민족이 구독형 유료 멤버십인 ‘배민클럽’을 출시하겠다고 밝히면서 배달앱 3사(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는 모두 구독형 유료 멤버십 체계를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그래픽=김이랑 기자 kim.yirang@joins.com
문제는 이들의 잇따른 유료 멤버십 확대가 무료배달 선언 이후 채 한 달이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쿠팡이츠는 지난 3월 26일 자사 멤버십인 와우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무료 배달을 시작했고, 지난달 1일에는 배달의민족이 알뜰배달(다건배달) 무료 정책을 도입했다. 업계 3위인 요기요는 이에 질세라 유료 멤버십인 ‘요기패스X’ 구독비를 4900원에서 2900원으로 인하했다. 소비자들은 “고래 싸움에 배달료가 줄었다”며 환호했지만 쿠팡이츠는 18일 뒤인 4월 13일 멤버십 이용요금을 월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인상했고, 배민 또한 한 달이 채 되기 전 유료 멤버십 도입을 공지했다.

무료배달 경쟁으로 비용이 급증하자 멤버십을 미끼 삼아 사실상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한 셈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겉으로는 무료배달인 것처럼 보여지지만, 멤버십 가입비용을 고려하면 실제 배달비는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며 “3사가 동시에 유료 멤버십을 시작하게 되면서 멤버십 미가입고객은 사실상 배달 앱 시장에서 배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배달비 조사에 따르면 쿠팡이츠 입점업체들은 무료배달 개시 이후 멤버십 미가입회원 배달비(세이브배달)를 되레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대비 3월 배달앱 3사 입점 업체별 배달비는 평균 25.4% 상승했는데, 쿠팡이츠의 경우 64.4%의 업체가 배달비를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건 배달앱을 울며 겨자 먹기로 이용할 수밖에 없는 자영업자들이다. 현재 외식업자가 배달앱을 통해 주문을 받을 경우 최소 6~10% 달하는 중개수수료와 배달비 일부 등을 감수해야 하는데, 유료 멤버십이 도입된 이후 이 중개수수료가 오히려 늘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현재 배달의민족이 제공하는 무료배달 서비스는 ‘배민1플러스’라는 요금제에 가입한 업주만 이용이 가능한데, 이 요금제는 6.8%의 중개수수료와 2500~3000원으로 고정된 배달비를 부담해야 한다. 무료배달이 도입되기 전 요금제인 ‘배민울트라콜’이 결제수수료 3.3%만 징수한 것과 비교하면 최소 2배~3배가량 점주 부담이 늘어나는 셈이다. 무료 배달로 매출이 잠시 증가할 수 있지만, 팔면 팔수록 이익은 오히려 감소하는 적자 구조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래픽=김이랑 기자 kim.yirang@joins.com
쿠팡이츠 또한 무료배달 주문 건을 받으려면 ‘스마트 요금제’에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데, 이 요금제는 기본 중개수수료 9.8%, 업주 부담 배달비로 최소 1900~2900원을 징수한다. 광역시 지역에서 배달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다솜 씨는 “쿠팡이츠 무료배달로 1만원 배달주문이 들어오면 배달료로 2600원, 중개수수료 980원, 결제수수료와 부가세가 500원 정도”라며 “홀과 배달음식 비용을 동일하게 측정하지 않으면 제재를 받는데, 비용구조를 고려하면 홀 식사고객이 역차별을 당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무료배달이 가능한 요금제에 가입해야만 고객을 더 많이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에 가입은 했지만 조만간 매장 직배달로 변경할 계획”이라고 하소연했다.

과도한 수수료 부담에 곳곳에서 신음이 새어 나오지만 배달 플랫폼 특성상 수수료율을 임의로 규제할 수도 없다 보니 뚜렷한 해결책도 없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는 배달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 소상공인 간 갑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배달 플랫폼 자율규제 방안’을 발표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일부 포장주문을 제외하곤 수수료율은 오히려 올랐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수수료율을 규제하거나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며 “결국 소비자들이 이들 업체의 서비스 경쟁을 유도해서 소비자 최적화가 일어날 수 있도록 자극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전했다.

이 가운데 치솟는 배달비를 막겠다며 일부 지방정부가 출시했던 공공배달앱들도 하나둘 사업을 포기하고 있다. 부산시는 2022년 1월 출시한 공공 배달앱 ‘동백통’을 이달 15일 사업 종료한다. 동백통 관계자는 “예산이 전액 삭감된 데다 민간 배달앱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져 더 이상 사업을 운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서 교수는 “배달 앱 시장의 성장이 한풀 꺾인 상황에서 출혈 경쟁을 반복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서비스 차별화, 자영업자나 라이더와의 상생 등 생태계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만 배달앱 3사와 소상공인, 소비자가 공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유진 기자 oh.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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