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추종 그리스 극우당 대표 가석방…면죄부 논란

니코스 미칼롤리아코스의 2020년 10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나치를 추종하는 그리스 극우 정당 황금새벽당 창립자이자 당수인 니코스 미칼롤리아코스(66)가 가석방으로 출소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칼롤리아코스는 5년 6개월에 걸친 긴 재판 끝에 2020년 법원에서 정당을 가장한 범죄단체를 운영하고 2013년 좌파 음악인 파블로스 피사스 살해를 사주한 혐의 등으로 13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가 불과 4년 만 복역하고 출소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피해자 유족과 다른 정당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피사스 유족을 대리하는 변호인단은 그리스 국영 ERT 방송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황금새벽당의 피해자와 그 가족, 그리고 그리스 사회 전체에 대한 최대 모욕"이라고 성토했다.

제1야당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의 스테파노스 카셀라키스 대표는 "도발적인 결정"이라며 "네오나치 성향의 황금새벽당에 면죄부를 줬다"고 비난했다. 다른 야당인 변화운동(PASOK-KINAL·이하 파속)은 그가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며 이번 가석방 결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로이터 통신은 경찰 관계자를 인용해 미칼롤리아코스가 지난 1일부터 자택에 머물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스 시민보호부 관계자는 가석방 심사위원회가 그의 건강 문제를 고려해 가석방을 허가했다고 설명했다.

미칼롤리아코스는 가석방됐지만 거주지가 아테네로 제한되고, 자택 인근 경찰서에 정기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1980년대 네오나치 조직을 모태로 하는 황금새벽당은 1993년 정당으로 정식 등록하면서 정치권에 발을 들여놨고 2012년 총선에서 7%의 전국 득표율로 300석 가운데 18석을 차지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금융위기 여파로 고강도 긴축 재정이 시행되던 와중이던 당시 총선에서 황금새벽당은 이민자가 일자리를 빼앗는다며 노골적으로 외국인 혐오 정서를 자극해 표를 얻었다.

이후에도 외국인 노동자와 좌파 정치인, 노조 활동가, 동성애자 등 그들의 극우 이념과 맞지 않는 집단을 공격 대상으로 삼으면서 폭력적 성향을 드러냈다.

그러던 중 2013년 피사스가 황금새벽당원에 의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고 이를 계기로 미칼룰리아코스를 비롯한 당시 지도부 인사 여러 명이 범죄조직 운영 등 혐의로 기소돼 징역 10년 안팎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7년 뒤인 2020년 그리스 사법부가 황금새벽당을 범죄 단체로 규정하면서 이 당은 사실상 정치권에서 사라지게 됐고 그리스 의회는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황금새벽당과 같은 나치 추종 정당이 후보를 내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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