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기 시간 여행 시작”…제31회 연천 구석기축제 첫째날 성료 [2024 연천 구석기축제]

김창학 기자 2024. 5. 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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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선 전철로 편리한 접근성…동요대회부터 구석기 나이트 DJ 파티까지

“30만 년 전 바로 이곳에 한반도 최초의 인류가 살았습니다. ‘주먹도끼’는 바로 우리나라에 매우 똑똑한 구석기인들이 살았다는 증거입니다. 주먹도끼를 한번 사용해볼까요?”

교과서에서 보던 가죽 옷과 주먹도끼를 든 원시인이 네 살, 다섯 살 어린 아이들과 손을 맞잡고 바로 옆 들판에선 AI 로봇 강아지가 원시인과 아이들에게 앞발을 내밀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한반도뿐만 아니라 독일, 스페인, 대만과 네덜란드 등 아시아와 전세계에서 온 구석기 전문가들은 지구촌 곳곳에서의 과거를 공유했다. 2024년 5월, 연천군 전곡리에서 30만 년 전 구석기인과 21세기 어린이가 인공지능 로봇기술과 교류하며 시공간을 넘나드는 잊지 못할 진귀한 장이 펼쳐졌다.

3일부터 오는 6일까지 4일간 연천군 전곡읍 전곡리유적에서 펼쳐지는 ‘제31회 연천 구석기축제’ 첫째날의 풍경이다.

■ 30만 년 전 인류가 살았던 문명 발상지, ‘1호선’ 전철·셔틀버스 타고 현대인 초대

3일 제31회 ‘연천 구석기 축제’가 4일간의 대장정 첫날을 시작한 가운데 시민들이 전곡역 앞 연천구석기축제로 향하는 셔틀버스에 오르고 있다. 이번 축제는 전곡역을 포함한 연천역까지 1호선이 개통한 후 맞는 첫번째 축제다. 이나경기자

“구석기 축제 가는 버스 맞나요?”

2024 연천 구석기 축제는 수도권 1호선 연장 개통 후 처음 열린 축제로 수도권 도심 속 시민들이 1호선 전철을 타고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큰 변화를 맞이했다.

지난해 12월 본래 1호선 종착지였던 소요산역에서 연천역을 잇는 전철이 개통하며 1호선 청산~전곡~연천역이 새로 생겼다. 교통체증이나 거리상 이유로 자가용 이용을 고민하는 시민들은 쾌적한 환경에서 대중교통만으로 편리하게 올 수 있었다.

오후 1시께, 1호선을 타고 전곡역에 도착하자 사람 파란 구석기 풍선인형이 시민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1번 출구에 도착하자 바로 앞에는 ‘연천 구석기 축제’가 적힌 셔틀버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삼삼오오 몰려든 시민들은 들뜬 마음으로 버스에 올라탔다. 정겨운 종소리가 울리자 셔틀버스가 출발했다. 셔틀버스는 5~20분 배차 간격으로 전곡역에 도착했다. 관광객들은 전철과 셔틀버스로 편하게 축제 현장에 도착해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 전세계에서 온 구석기인들, 어린 아이들과 지구촌 시간 공유해

2024 연천 구석기 축제에서는 선사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30만년 전 전곡리에서 살던 구석기인의 모습으로 분장한 참가자가 어린 시민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나경기자

200,000㎡를 자랑하는 드넓은 부지의 연천 전곡리 유적은 한탄강이 감싸안고 있다. 전곡리 구석기 유적의 발견과 보존은 ‘한탄강의 기적’이라 불리울 만큼 세계적인 문화재 활용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대중교통을 타고 도착한 축제 현장은 다채로운 행사와 볼거리로 곳곳에서 즐거운 웃음이 넘쳐 났다. 30만 년 전 이곳에서 살았던 구석기인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전곡리안’ 의상대여와 페이스페인팅 부스 등을 이용하며 아이들은 가죽 옷을 입고 얼굴에 귀여운 그림을 그렸다.

오후 1시30분께 푸른 들판이 펼쳐진 세계구석기 체험마당에서는 세계 곳곳에서 온 고고학 전문가들이 아이들과 시민들을 상대로 선사문화에 대한 참여형 시연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었다. 스페인에서 온 구석기 전문가들의 주먹도끼 사용법과 사냥하는 법 시연이 이어지자 어린이들은 빨려갈 듯 이들에게 집중했다.

4일간 오전 10시~오후 6시까지 열리는 ‘세계구석기 체험마당’은 한국, 일본, 대만, 스페인, 포르투칼, 오스트리아, 독일과 네덜란드 등 국내외 선사문화 전문기관과 박물관 관계자들이 다양한 문화유산을 소개하고 전시한다.

이날 움막처럼 마련된 각각의 부스에서는 나라별 다양한 시연·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독일 남부 최대의 고고학박물관에서 온 실험고고학 전문가는 빙하시대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사냥 전략을 알려줬고, 네덜란드에서 온 고고학 전문가들은 라임껍질로 옷 만들기를 선보였다. 한국의 전곡선사박물관 부스에서는 어린 남학생이 고사리 손으로 주먹도끼를 쥐고 고기를 직접 가르는 체험을 하기도 했다.

■ 어린이 동요대회부터 버블 마술쇼까지 ‘어린이’ 위한 시간

이날 구석기 축제에서 열린 세계구석기 체험마당에서 스페인에서 온 고고학 전문가들이 선사문화 관련 시연을 보이고 있다. 이나경기자
‘연천 어린이 동요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열띤 무대를 펼치고 있다. 홍기웅기자

오후 2시부터는 꾀꼬리 같은 목소리의 ‘연천 어린이 동요대회’가 이어졌다. 백의초·백학중·전곡중의 연천 연합 오케스트라의 특별공연으로 이뤄진 이날 동요대회는 2시간 동안 총 2부로 진행됐다. 먼저 1부는 전곡초 3학년 오주안 어린이의 ‘네잎클로버’ 등 여덟 어린이가 독창 무대를 꾸몄다. 2부에서는 온골유치원의 아들 송민규 어린이와 아버지 송병조씨 부자의 ‘친구가 되는 멋진 방법’ 등 12팀의 중창 무대가 이어졌다.

4시부터는 3년마다 열리는 세계 마술 올림픽의 국가대표로 출전했던 이상우씨가 카드마술 등 신기한 마술과 아름다운 비눗방울을 곁들인 ‘매직버블쇼’를 공연하며 어린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5시부터는 방송 프로그램 출연 등으로 유명한 김봉곤 훈장님이 ‘몸짓골든벨'을 진행하며 관객과 교류했다. 어린 학생들은 저마다 손을 들고 무대에 올라 ‘원시인’, ‘주먹도끼’ 등 김 훈장이 온 몸으로 표현하는 단어를 맞췄다.

이외 광활한 부지 곳곳에서 움직이며 사냥을 하고 도끼를 던지는 ‘실전 활쏘기’ 체험과 동굴 속 선사시대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동굴테마관·VR 전시관, 친환경 재료로 구성된 구석기 놀이터, 주먹도끼를 사용하는 전곡리안이 AI로봇 강아지와 퍼포먼스를 펼치는 ‘로봇강아지와 전곡리안’ 프로그램이 곳곳에서 이어졌다. 1m가 훌쩍 넘는 수제 나무꼬치에 꽂은 돼지고기를 참나무 숯불에 직접 구워먹을 수 있는 구석기바비큐 존에서는 삼삼오오 가족단위 시민들이 모여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 선선한 저녁 봄바람, 대미 장식한 피날레 ‘구석기 나이트 DJ 파티’

제31회 연천 구석기축제에서 열린 ‘구석기 나이트 DJ파티’에서 시민들이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조주현기자

무더운 열기가 한풀 꺾이고 시원한 봄바람이 부는 저녁 시간이 시작되자 본격적인 ‘파티’가 시작됐다. 오후 7시30분부터 시작된 ‘구석기 나이트 DJ파티’는 어둠이 찾아온 연천 전곡리 유적의 구석기 축제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렸다. 곳곳에는 노란 조명이 켜지고 카운트다운과 함께 본격적인 파티가 시작되자 어린 관객들은 함성을 지르며 기대감을 한껏 드러냈다.

아름다운 미모와 활기찬 목소리, 실력까지 갖춘 DJ수라의 등장에 객석은 한껏 달아올랐다. 본격적인 EDM 파티가 시작되자 유·아동부터 20대 청년에 60~70대 전세대가 메인 무대로 모여들며 드넓은 부지가 꽉 차기 시작했다. DJ수라는 1990년대 인기 곡부터 2024년 유행하는 아이돌 노래까지 흥나는 노래로 전세대를 아울렀다. 이어 “홍박사님을 아세요?”라는 ‘홍박사 챌린지’로 MZ세대를 중심으로 SNS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홍박사’ 조주봉과 DJ아스터가 그 열기를 이어갔다.

■ 전세계로 뻗어나갈 축제…“반려인구까지 함께하며 계속해서 진일보할 것”

‘세계구석기 체험마당’의 전곡선사박물관 부스에서 어린이들이 주먹도끼를 사용해 돼지고기를 직접 가르는 체험을 하고 있다. 홍기웅기자

특히 2024 연천 구석기 축제는 천만 반려인구가 함께할 수 있는 반려친화축제로 거듭났다. 연천에서 최초로 유적지에 반려동물과 동반입장할 수 있는 구성을 마련한 것이다. 반려견 놀이터~카페로 구성된 야외 별도 공간을 통해 강아지와 아이, 부모님은 다함께 구석기 축제를 즐길 수 있었다.

이날 김덕현 연천군수는 “연천 전곡리는 인류가 30만 년 전 존재했던 문명의 발생지로 올해는 반려인구가 천 만을 넘어서는 가운데 ‘펫존’을 따로 마련해 반려동물과 시민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등 구석기 축제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군수는 “올해로 31회를 맞이하는 구석기 축제는 그동안 쌓인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내뿐 아니라 세계화를 지향하고 있다”며 “9개 국가가 참여하며 기반을 다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 세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무엇보다 지난해 1호선이 개통해 수도권 인구가 편하게 방문하실 수 있고, 무료셔틀을 상시로 운영 중”이라며 “어린이날을 맞이해 아이들과 가족들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희망과 꿈을 다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둘째 날인 4일에는 민속놀이 한마당과 전국 청소년 댄스대회 및 마당놀이 재인폭포전이, 어린이날인 5일에는 인형극과 인기가수 김필, 안다은씨의 공연이 이어진다. 마지막 6일에는 DMZ 국제음악제와 불꽃놀이 및 드론쇼가 예정 돼 있다.

◆구석기축제 이모저모

퍼포머팀이 팝송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김창학 기자

○…“젊은 댄서들이 신나게 춤을 추니 너무 즐겁습니다.”

구석기 축제 첫날인 3일 오후 1시10분께 퍼포머 퍼레이드를 관람한 김서인씨(32·고양시 덕양구)는 경쾌한 음악에 맞춰 춤추는 댄서들을 향해 흥겨운 마음을 이같이 표현. 퍼포머 퍼레이드는 댄서·배우 등 75명이 3개 팀으로 나눠 전곡역, 셔틀버스 승차장, 구석기 축제장에서 아이돌 음악과 팝송에 맞춰 신명나는 춤판을 벌여. 이를 본 관람객들은 가던 길을 멈춰 동영상을 찍고 나무 그늘에 앉아 리듬에 맞춰 손뼉을 치거나 함께 춤을 추며 축제의 즐거움을 만끽.

특히 군장병 2~3명이 댄서들과 함께 춤을 추며 숨은 끼를 방출해 관람객과 댄서들로부터 큰 호응 얻어. 김백천 퍼포머 팀장은 “축제장 곳곳을 돌며 춤을 추는데 관람객은 물론, 어린아이들까지 좋아하니 힘이 절로 났다”며 “날씨도 좋은데다 관람객들의 호응도 좋아 내년에도 꼭 참여하고 싶다”고 강조.

○…축제장 곳곳을 돌며 체험하고 찍는 모바일 스탬프 투어, 즐거움 2배로 관람객들에게 인기

스탬프 투어는 입장밴드 QR코드로 축제장 내 전곡역, 전곡선사박물관에 준비된 QR를 찾아 미션을 마친 뒤 모바일 스탬프 10개를 획득하면 선착순 1천명에게 연천군 기념 키링을 증정.

이에 관람객들은 전곡리안 의상실, VR체험·라이브스케치북, 구석기 바비큐, 주먹도끼 ·업플링, 동물인형탈과 사진찍기, 대형연이와 사진찍고 SNS올리기, 선사마을체험 등 미션 수행에 분주. 특히 스페인, 포르투갈, 일본 등 세계구석기체험마당에는 나라별로 마련한 돌 조각으로 고기 자르기, 나무잎을 활용한 모자·비옷·팔찌 만들기, 조각돌 불지피기 등 구석기 시대를 간접 경험하기 위해 10여m 줄을 설 정도로 호기심을 자극.

축제 첫날 맨 처음 키링을 받은 김문석씨(43·의정부 산곡동)는 “가족들과 구석기 축제 방문을 위해 연차를 냈다. 올해 처음이지만 와서 보고, 체험하고 즐기니 너무 좋다”며 “날씨가 더웠지만 아이들의 웃음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즐겁고 행복하고 가족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줄 수 있어 기쁘다”고 밝혀.

구석기 축제에 참여한 학생들이 수총기를 조립하고 있다. 김창학 기자

○…연천소방서 제1회 소방과학유물(수총기)만들기 대회개최 눈길

제1회 소방과학유물 만들기는 B5 용지 크기의 나무판에 사전 작업한 수총기 형태를 떼어내 조립, 완성하는 대회. 수총기는 소방즉통 또는 완용펌프라고도 불리는 기구로 사람들이 팔로 작동하는 수동 화재진압 장비.

대회에 참여한 초등학생들은 설명서를 보며 바퀴, 손잡이 등을 색칠한 뒤 조립에 초집중. 일부 학생은 조립 순서와 위치를 잘못해 옆 친구들에게 도움을 받으며 완성.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 1시간 동안 저학년(1~3년), 고학년(4~6년)부로 나눠 진행.

대회에 참가한 김고은 학생(궁평초 5학년)은 “수총기를 처음 봤다. 이런 장비로 불을 끈다는 것이 신기하다”며 “기구를 이용해 화재를 진압 장비를 만드는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존경스럽고 이번 구석기 축제에 참여해 기쁘다”고 말하며 함박 웃음 지어.

김창학 기자 chkim@kyeonggi.com
이나경 기자 greennforest2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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