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왕’ 윤석열 대통령이 2년간 파괴한 10가지 [논썰]

이재성 기자 2024. 5. 3.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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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에 왕(王)자 쓰더니 국가의 모든 기능 파괴
마지막으로 파괴할 것은 자신과 아내일 수밖에
[논썰] ‘파괴왕’ 윤석열 대통령이 2년간 파괴한 10가지 한겨레TV

안녕하세요. 논썰의 이재성입니다.

오는 5월 10일이면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2년이 됩니다. 윤 대통령은 불과 2년 만에 국가의 거의 모든 기능을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망가뜨렸습니다. 워낙 많아서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인데요. 손바닥에 왕(王)자를 쓰더니 결국 ‘파괴왕’이 된 것입니다. 오늘은 윤 대통령의 국가 파괴 리스트를 10가지로 압축해 보겠습니다.

① 국가에 대한 신뢰 파괴
해병대 채 상병 죽음과 이태원 참사에 대한 은폐 및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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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34조입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헌법적 의무입니다. 채 상병의 죽음과 이태원 참사는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기는커녕 위험으로 몰아넣은 사례입니다. 해병대는 무리한 수색 작전을 강요해 꽃다운 나이의 젊은이를 죽게 했습니다. 이태원 참사는 경찰이 용산 대통령실 경호에 온 정신이 팔려 기초적인 질서 유지 의무조차 다하지 않아 발생한 유례없는 사고입니다. 국가가 참사의 주체이자 원인 제공자입니다.

더욱 어처구니없는 반헌법의 극치는 참사 발생 이후 정부와 대통령실이 보인 행태입니다. 책임을 회피하려 사건을 은폐하고 축소하는데 전력을 기울였습니다. 채 상병 사망 사건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해병대 사단장을 수사 대상에서 제외하려고 대통령실이 개입했습니다.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 대사로 빼돌렸다가 호주 상원의원이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공영방송이 보도하는 등 나라를 국제적 비웃음의 대상으로 전락시켰습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증거와 증언은 이 모든 반국가적, 반국민적 행위의 몸통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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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심각한 문제는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줄 것이라는 신뢰를 무너뜨렸다는 점입니다. 국민이 국가를 믿을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국가와 국민에 대한 배신입니다. 이것이 가장 큰 잘못입니다.

② 헌법 파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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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총선 전 24차례의 민생토론회를 강행해 사실상 선거에 개입했습니다. 야당과 시민단체가 관권선거라며 비판하고 고발하자 중단하겠다고 했다가, ‘후속조치 점검회의’라는 기만적인 명분을 만들어 재차 강행했습니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규정한 헌법 제7조와 공직선거법 제9조를 대놓고 조롱한 것입니다. 헌법과 법률의 수호자여야 할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무시하고 짓밟고 있습니다. 국가의 존립 기반을 흔드는 반국가적 폭거입니다.

③ 법치주의 파괴
하위 규정으로 상위법 흔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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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헌법과 법률 무시는 일상이 됐습니다. 검찰은 영장 범위를 벗어난 압수 자료를 폐기하지 않고 서버에 저장해온 사실이 드러나자 대검찰청 예규에 따랐기 때문에 합법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우리 헌법은 수사기관이 강제력을 행사할 때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 의해서만 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영장에 적시되지 않은 자료는 압수해서도 안 되고, 보관해서는 더욱 안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법률의 하위 규정인 시행령보다도 더 아래에 있는 자체 예규로 헌법을 흔들고 있습니다. 대검이 헌법 위의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검찰의 무도함이 하늘을 찌릅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시절에는 검찰의 직접 수사를 제한한 검찰청법을 무시하고 시행령으로 재개하려다 헌법재판소에 의해 제지를 당했습니다. 그러자 시행령보다도 하위 규정인 ‘수사준칙’을 개정해 검찰이 원하는 사건을 보완수사와 재수사를 통해 착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검찰청법이 규정한 경찰의 수사종결권을 사실상 무력화한 것입니다. 이 밖에도 행정안전부 경찰국 설치, KBS 수신료 분리 등 법 개정을 건너뛰고 시행령으로 강행한 사례가 부지기수입니다. 법치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법률기술자’들의 정부라고 할 수 있죠. 알량한 법률 지식으로 법치주의를 파괴하고 있으니, 법치 파괴 세력이라고 불러야 마땅합니다.

④ 정치 파괴
여당은 졸개, 야당은 무시, 거부권 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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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를 “내부총질이나 하던 당대표”라고 비난하며 축출하고, 자기 말 잘 듣는 김기현을 당 대표로 만들기 위해 나경원, 안철수 등 경쟁자를 압박하는 등 여당을 대통령실 ‘여의도 출장소’로 전락시켰습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감찰반원이었던 김태우를 무리하게 사면하여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공천했다가 참패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4·10 총선의 전주곡이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년 가까이 아예 만나주지도 않았습니다. 여당은 졸개로 만들고 야당은 무시했습니다.

거부권을 남발하여 국회의 입법권을 무력화했습니다. 취임 2년도 안 된 상태에서 횟수로 다섯번, 법안으로는 아홉 번째입니다. (△양곡관리법 개정안 △간호법 제정안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특검법 △이태원 참사 특별법) 1950년대 이승만 대통령 이후 최대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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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참패 뒤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하자 이재명 대표와 만나긴 했는데 본인 하고 싶은 말만 하는 태도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정치가 파괴됐습니다.

⑤ 외교 파괴
미·일 편중외교, 바이든 욕설, 잼버리·엑스포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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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편중외교로 불필요한 지정학적 긴장과 대결을 자초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를 불필요하게 자극했고, 미국과 일본에는 저자세 굴종외교로 일관했습니다. 2022년 9월 미국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 것이라고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밝혔는데, 실제로는 다른 행사(글로벌 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가 끝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도열한 채로 기다려 ‘48초 스탠딩 환담’을 하는 수모를 당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무시당해서 화가 나서였을까요? 이른바 ‘바이든-날리면’ 욕설이 나온 게 바로 그 직후입니다.

미국의 의도에 따라 일본과 밀착하느라 강제동원 배상 문제에서 일본 편을 들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해 일본 정부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찬성 논리를 홍보하는 등 친일적 행태로 일관했습니다. 최근엔 일본 정부가 일본에서 메신저 서비스(라인야후)를 하고 있는 네이버에 지분을 매각하고 나가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항의조차 못 하고 있습니다. 보따리 내주고 뺨 맞는 격입니다.

새만금 잼버리 대회를 엉망으로 치러 세계적인 망신을 당했고, 부산시조차 가능성이 별로 없어서 손 놓고 있었던 엑스포 유치의 경우 윤 대통령의 과도한 개입으로 뒤늦게 국가적 자원을 집중했다가 예상 밖의 큰 표 차이로 사우디에 지는 바람에 또 한 번 망신을 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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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부인은 리투아니아 순방 도중 명품 매장을 돌다가 현지 언론에 들켰고, 대통령은 논의할 현안도 없는 네덜란드를 방문해 과도한 의전을 요구했다가 대사가 초치당하는 결례를 범하기도 했습니다. 외교는 파괴되고, 국격은 이미 추락할 대로 추락했습니다. 어떻게 복원할 수 있을지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입니다.

⑥ 재정·경제 파괴
세수펑크, ‘합리적 대파’ 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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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신자유주의 이념을 맹신해 재정과 경제를 망쳤습니다. 무리하고 공격적인 부자감세로 지난해 56조원 규모의 사상 최대 세수펑크를 낸 데 이어 올해도 세수펑크 가능성이 큰 상태입니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이라는 ‘신3고’ 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사상 최초로 실질임금이 2년 연속 줄어 서민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대파 한단에 “875원이면 합리적”이라는 윤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국민의 속을 뒤집어 놓았습니다. 재정과 경제를 파괴한 것도 모자라 국민의 오장육부마저 파괴할 기세입니다. 그런데도 경제 정책 기조를 바꿀 생각은 전혀 없어 보입니다. 정말 큰 일입니다.

⑦ 미래 파괴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재생에너지·탄소중립 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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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이전과 해외 순방에는 몇백억씩을 펑펑 쓰면서 국가의 미래를 준비하는 일에는 돈을 아낍니다. 세수펑크로 정부가 돈이 없으니 연구개발 예산부터 잘랐습니다. 과학자들을 카르텔로 몰아 범죄 집단 취급했습니다. 과학자들의 사기가 땅에 떨어졌습니다. 그래놓고 내년부터는 역대 최대로 늘리겠답니다. R&D 예산이 대통령 마음대로 늘렸다 줄였다 할 수 있는 고무줄입니까? 과학기술은 하루아침에 성과가 나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장기 계획이 필요합니다. 윤 대통령 한 사람 때문에 대한민국의 백년대계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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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를 비난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의 역점 사업이었던 재생에너지와 탄소중립을 노골적으로 천대했습니다. 예산을 깎았고, 이행 계획을 늦췄습니다. 에너지 전환의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시대착오적인 처사입니다. 재생에너지만을 100% 사용하는 RE100이 새로운 무역장벽이 될 날이 머지않았는데, 윤석열 정부는 관심이 없습니다. 앞으로 몇 년 뒤, RE100이라는 통상 무기가 우리 기업을 본격적으로 습격할 때는 후회해도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 벌써 두렵습니다.

⑧ 자유 파괴
입틀막, 언론 탄압

국민의 입을 틀어막는 ‘입틀막’은 윤석열 정부의 앰블럼이 되었습니다. 국회의원의 입을 틀어막고, 카이스트 학생의 입을 틀어막고, 언론사 기자에게 군사정부의 ‘회칼 테러’를 상기시키며 협박을 합니다. 제도에 의한 입틀막은 더욱 심각합니다. 대선 기간 윤석열 후보에게 불리한 보도를 했다고 기자의 집까지 압수수색하고 구속영장을 남발합니다. 정권에 비판적인 MBC에 하루에만 5건의 제재를 쏟아냅니다. 독재 정권에서나 가능한 일들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스웨덴 예테보리 대학에 본부를 둔 민주주의다양성 연구소는 지난 3월 한국을 독재화가 진행 중인 국가로 분류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문재인 정부를 독재정권이라고 비난하곤 했는데요. 문재인 정부 시절엔 ‘입틀막’ 같은 사건이 전혀 없었죠. 윤 대통령의 뒤틀린 인식에 속이 뒤틀립니다.

⑨ 공정과 상식 파괴
검찰권의 편파적 남용 유도 및 방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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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공정과 상식을 표방하며 집권을 정당화했습니다. 자신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한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이른바 ‘살권수’)가 공정과 상식의 상징인 양 포장했습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검찰은 어떤 모습입니까? 윤 대통령이 ‘살아 있는 권력’이 되자 ‘살권수’라는 말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오히려 살아있는 권력의 성역화가 진행 중입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의 공범들은 모두 법의 처벌을 받았는데, 김건희 여사는 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거의 모든 검찰력을 동원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야당 인사들을 탈탈 털고 있습니다. 대장동이 안 되니, 백현동을 엮고, 백현동이 안 되니 위례신도시를 끌어들입니다. 별건의 별건의 별건을 수사합니다. 윤 대통령은 이 모든 검찰권의 편파적 남용을 유도하고 방조하고 있습니다.

검찰이야말로 윤 대통령의 집권을 위해 동원된 가치(공정과 상식)를 정면으로 배반하는 불공정하고 비상식적인 집단이라는 사실을 온 국민이 알게 됐습니다. 이른바 살권수는 민주당 정권에서만 선택적으로 작동하는 한시적 기능이라는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수사와 기소 기능 분리는 필연적입니다.

⑩ 다시 한 번, 헌법 파괴
자신과 아내 치외법권화

헌법 1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선언합니다. 법 앞의 평등은 민주주의 시작이자 끝입니다. 윤 대통령은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로 법 앞의 평등이라는 민주주의 기본 질서를 짓밟았습니다. 김 여사에 대한 검찰 수사도 사실상 윤 대통령이 틀어막고 있을 것이라는 게 합리적 의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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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사망 특검법이 5월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국민의힘은 표결을 거부했습니다. 윤 대통령 본인이 관련된 사건이라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대통령실은 “죽음을 이용한 나쁜 정치”라며 “입법 폭주”라고 비난했습니다. 하지만 거부권으로는 진실을 막을 수 없습니다. 의혹만 더 커질 뿐입니다. 조선일보마저 거부권 행사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국민 다수의 뜻을 거스르고 반민주적 국정을 지속한다면, 윤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파괴할 것은 자기 자신과 아내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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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보수의 관점에서 보면,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실무에 개입한 대통령실이 아니라 법과 원칙에 따라 국가와 군에 대한 의무를 다한 박정훈 대령이 보수에 걸맞은 사람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보수는 박 대령 같은 사람을 투사로 만듭니다. 총선 참패 뒤에도 여당 안의 합리적 보수가 숨 쉴 공간은 크지 않아 보입니다. 여야의 극단적인 대립을 비롯하여 우리 현대사가 노정한 불행의 대부분은 보수가 보수답지 못해서 생긴 일입니다. 양비론으로 뭉갤 사안이 아닙니다.

지금 한국의 보수가 살길은 딱 하나입니다. 위헌 정부, 법치주의 파괴 정부를 견제하고 스스로 혁신하는 것입니다. 80년대 대학생들은 ‘청년이 바로 서야 나라가 산다’고 했는데, 이제 그 말을 이렇게 바꿔야 합니다. ‘보수가 바로 서야 나라가 산다.’

지금까지 논썰이었습니다.

기획·출연 이재성 논설위원 san@hani.co.kr

연출·편집 조소영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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