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정책 접고 1억 달라”…정부 딜레마 빠뜨린 국민들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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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권익위원회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각각 5월 1∙2일 하루 걸러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민권익위는 '정부가 1자녀 1억원을 직접 지원한다면 아이를 낳게 하는 동기 부여가 되겠느냐'고 물었고, 이에 "된다"는 응답이 62.6%로 나타났다.
표본은 다르지만 국민 10명 중 9명이 기존의 저출산 정책에 부정적이었고, 10명 중 6명은 1억원 직접 지원을 효과적인 대안으로 꼽은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번 국민권익위 조사 참여자 일부는 현금 지원 대신 사회정책 개선해 힘써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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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중 9명은 “저출산 정책 효과 없다”, 10명중 6명은 “1억 주면 출산 동기부여 될 것”
(시사저널=공성윤 기자)
'저출산 정책은 효과 없다. 하지만 1억원 주면 아이를 낳겠다." 최근 공개된 정부 기구의 저출산 대책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를 종합하면 이 같은 결론에 다다른다. 지난 18년 간 총 380조원 규모의 예산을 쏟아붓고도 해결되지 않는 저출산의 해법은 여전히 돈이란 인식을 보여준다. 다만 그 돈을 직접 지원하고 액수도 늘려야 한다는 조건이 따라붙었다. 이제 정부는 물가 인상 등 풍선효과를 막는 동시에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두 마리 토끼 앞에 놓였다.
국민권익위원회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각각 5월 1∙2일 하루 걸러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민권익위는 '정부가 1자녀 1억원을 직접 지원한다면 아이를 낳게 하는 동기 부여가 되겠느냐'고 물었고, 이에 "된다"는 응답이 62.6%로 나타났다. 또 저출산위 조사 결과 응답자의 90.8%가 "지금까지의 저출산 정책은 효과 없다"고 답했다.
국민권익위의 조사는 3월 17~26일 불특정 다수 1만3640명을 상대로 이뤄졌다. 저출산위의 조사는 3월 29일~4월3일 만 25~49세 남녀 약 2000명을 상대로 진행됐다. 표본은 다르지만 국민 10명 중 9명이 기존의 저출산 정책에 부정적이었고, 10명 중 6명은 1억원 직접 지원을 효과적인 대안으로 꼽은 것이다.
저출산고령사회 기본법이 만들어진 이듬해인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정부가 출산율 제고에 들인 돈은 380조원이 넘는다. 하지만 합계출산율은 2000년 1.48명, 2010년 1.23명, 그리고 지난해 0.72명으로 계속 감소했다. 0.72명은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다. 통계만으로 보면 예산액과 출산율이 사실상 반비례하는 수준이다. "저출산 정책이 효과 없다"는 대다수 국민들의 인식을 뒷받침하는 근거다. 심지어 저출산위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8.0%는 "그간 저출산 정책 캠페인에 반감이 든다"고 답했다.
그렇다고 저출산 정책을 전부 철회하는 데에 국민들이 동의한 건 아니다. 정책의 일환으로 예산을 직접 개인에게 주면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는 게 국민권익위 조사 결과의 요지이기 때문이다. 산모나 출생아에게 현금 1억원을 직접 지급할 경우, 지난해 출생아 수 기준 연간 약 23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이 정도 규모의 재정을 투입해도 좋은가'라는 질문에는 63.5%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동시에 50.9%는 재정 확보를 위해선 지역소멸 대응 등 다른 비슷한 목적에 들어가는 예산을 활용할 수도 있다고 봤다. '출산지원금 1억원 지원책'은 지난 2월 부영그룹이 민간기업 중 최초로 시행하면서 화제가 됐다.
부영이 불붙인 '출산시 1억원 지급'...현금 지원 대안 될까
장관급 기구 두 곳의 조사 결과는 과반의 국민이 저출산 정책을 현금 지급 방향으로 바꾸는 데 동의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러나 사회적 영향을 고려하면 쉽게 접근할 문제는 아니다. 당장 시중 통화량 증가로 인한 물가 인상이 우려된다. 이미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보다 3.6% 올라 정부의 물가 안정 목표치인 2%를 상회했다.
부동산 시장도 요동칠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아파트 중 30대의 매입 비중이 26.1%로 작년 4분기(25.0%)보다 증가했다. 9억원 이하 주택에 최대 5억원까지 지원하는 신생아특례대출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의 현금 지급은 매수세를 부추겨 집값의 가파른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
현금 지급이 저출산 해결에 효과적이지 않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이 2009~21년 226개 기초단체의 출산장려정책 효과를 분석한 결과, 출산장려금 100만원 지급 시 합계출산율은 0.03명 증가했다. 반면 인프라 예산 100만원 상승 시에는 0.098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프라 확대가 현금성 지원보다 3배 이상 효과가 크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이번 국민권익위 조사 참여자 일부는 현금 지원 대신 사회정책 개선해 힘써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1억원을 모아서 기업에 특혜를 주거나 삶의 질 향상에 신경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당장 주형환 저출산위 부위원장은 "체감도 높은 저출산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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