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인터뷰] "'봐달라'는 것은 비겁한 변명"..'종말의 바보' 김진민 감독의 소신(종합)

문지연 2024. 5. 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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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종말의 바보' 김진민 감독이 작품에 대한 '소신'을 드러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종말의 바보'(정성주 극본, 김진민 연출)는 지구와 소행성 충돌까지 D-200, 눈앞에 닥친 종말에 아수라장이 된 세상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함께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넷플릭스가 지난 1일 발표한 글로벌 톱10 비영어 TV 부문 랭킹에 따르면, 4월 마지막 주(22일~28일)에서 최근 공개된 신상 '종말의 바보'는 9위를 기록했다.

공개되기까지 긴 표류기간이 있던 작품이다. 지난해 유아인의 마약 혐의로 인해 공개가 무기한 연기됐으며 1년여가 지난 4월 26일 공개를 확정했던 바 있다. 다만, 주인공인 유아인은 여전히 마약 혐의와 관련한 재판을 진행 중으로 선고는 아직인 상황. 김진민 감독은 3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오랫동안 여러 이유 때문에 공개가 미뤄졌던 작품이기에 그것에 대한 간절함까지 섞여 여러 감정이 들었다"면서 "울컥하기도 했었다"고 밝혔다.

김진민 감독은 '종말의 바보' 제작발표회에서 유독 긴장했던 모습. 그도 그럴 것이 이날 최대 이슈는 마약 혐의로 인해 작품의 공개를 늦췄던 유아인이었다. 김 감독은 유아인에 대해 "유아인 씨와 그전에도 문자를 가끔은 주고받았는데, 공개된 이후에는 많이 시간이 지나지 않았으니 언젠가는 연락이 올 것이다. 일이 벌어진 후에는 미안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본인이 책임감이 없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여러 방법으로 그런 걸 전달한 걸로 알고 있고, 저에게도 개인적으로 그런 얘기를 했고, 그건 제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에 본인이 정리가 되고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서 지켜볼 수밖에 없던 것 같다"고 밝혔다.

'종말의 바보' 속 유아인의 분량에 대한 관심도 계속됐지만, 극중 중요한 역할인 진세경(안은진)의 연인 하윤상을 연기했기에 완전히 덜어내기는 어려운 부분이 존재했다. 김 감독은 이에 대해서도 "현재 유아인 씨의 분량이 원래 대본에 있던 분량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일정 부분 손을 댄 부분이 아예 없다고 하지는 못한다. 손을 보기는 했다. 여러 논란 때문에 거부감이 있는 부분이 있으니, 그 부분에서 노력하지 않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많은 인물이 나오지만, 아인 씨가 맡은 역할이 있으니, 이야기가 흔들리지 않도록 가져갈 수 있는 부분은 버리지 않고 가져온 게 많다. 또 뒤를 보면 이상해지는 부분도 있어서 지켜야 할 부분과 편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며 고민이 됐던 부분을 고백했다.

그러나 '종말의 바보'는 유아인의 분량이라는 큰 숙제를 넘어 '재미' 부분에서도 논란이 많았던 작품이다. 일부 네티즌은 '종말의 바보'가 너무 어렵다고 하기도 했고, 한 유튜버는 "종말의 바보는 끝까지 본 내가 바보"라는 원색적인 비판을 하기도. 김 감독은 이에 대해 "기대했던 디스토피아물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었는데, 디스토피아물이 장르화가 돼서 저희가 만든다고 하니 보셨던 분들이 '이게 왜 디스토피아냐'고 하실 수도 있다. 그분들이 기대했던 것과는 다르기에 작품에 대한 시선이 다름으로 인해 생긴 충돌이라 '네가 잘못 보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그분의 기대와 많이 달랐다고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혹평을 받기도 하지만, '종말의 바보'는 김진민 감독이 그동안 해왔던 어떤 작품들보다도 노력을 기해야 했던 작품이다. 김 감독은 "편집은 스무 번보다도 훨씬 더 많이 했다. 혼란스럽고 복잡하다는 것을 막기 위해 편집만 수십 번을 했고, 뒷 부분도 많이 바꿨다. 내부적으로밖에 모니터를 할 수 없으니, 넷플릭스 프로듀서가 요청을 했고 편집을 하면서 가장 오래 걸렸다. 어려움도 해결해야 했고, 전달이 되어가고 있는지도 고민해야 했다. 또 재미있느냐는 문제도 해결해야 했다. 제가 했던 드라마 중에 가장 어려운 편집이었고 가장 만흔 시간을 들였다. 하루 일과에서 끝이 나면 편집자를 집에 보낸 뒤에 또 다시 보다가 다시 아침에 고치자고 하기도 했고, 자고 일어나면 생각이 또 바뀌어서 모니터를 시켜보기도 했다. 바꿀 수 있는 여자가 너무 많이 생기는 부분에 있어서 최종적 판단을 내리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혹평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는 김진민 감독이다. 2회 이상의 진도를 나가기 어렵다는 시청자들의 반응도 받아들이며 고개를 숙였다. 김 감독은 "'지켜보시면 볼만하다'고 하는 것은 변명에 가까운 것 같다. 억지로 주장해서 봐달라고 하는 것은 정직한 태도는 아닌 것 같다. 시간이 금인 시대에서 저희 드라마가 소중하니 봐달라는 것은 비겁한 변명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관심이든 제가 받아들이고 한걸음 더 나아가야하는 국면의 상황인 것이다. 그걸 '드라마를 잘못 보았다'는 말을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내가 잘했으니 봐달라는 것은 제가 만들 때의 행복을 갉아먹는 것 같다. 저는 충분히 행복했고, 만약에 후회가 있었다면 지금의 기분이 이상했을텐데 작품을 만들며 이렇게까지 열심히 했던 적이 없었을 정도로 최선을 다한 것 같다. 이렇게까지 나를 자학했던 드라마도 오랜만이다. 후회는 없다.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있어서 굉장히 좋은 밑거름으로 삼고 다음엔 좀 더 많은 대중들이 좋아할 드라마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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