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보수당 40년만에 최악 패배”...‘이 나라’ 총리, 리더십 큰 타격

‘총선 전초전’ 지방선거
브렉시트 후 경제부진 원인
하반기 총선 앞두고 위기감

3일(현지시간) 영국 북서부 블랙풀 남구 하원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크리스 웹 노동당 후보(오른쪽)가 패배한 데이비드 존스 보수당 후보와 악수하며 윙크를 보내고 있다. [AP=연합뉴스]

2일 실시된 영국 지방선거에서 집권 보수당의 참패가 확실시되고 있다. 이번 선거가 올 하반기에 실시될 예정인 영국 총선의 전초전 성격이 짙다는 점을 감안하면 리시 수낵 영국 총리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게 됐다.

3일 오전 8시(현지시간, 한국시간으로는 오후 4시) 기준 영국 공영 BBC방송 집계에 따르면 107개 지방의회 중 35개 의회가 결과를 발표한 가운데 제1야당인 노동당이 총 2655석 중 319석을 차지해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집권 보수당은 117석을 확보해 3위인 자유민주당과 비교해 겨우 3석 앞서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개표가 끝나기도 전에 “보수당의 선거 패배로 수낵이 곤경에 처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여론조사 전문가 존 커티스는 FT에 “이번 선거 결과는 보수당에게 재앙에 가깝다”며 “지난 40년 동안 있었던 최악의 패배 중 하나”라고 말했다.

사실 보수당의 참패는 예견됐다. FT에 따르면 보수당 스스로도 선거에 앞서 최악의 경우 지방의회 의석 500석을 잃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선거 전 보수당은 전체에서 989석을 보유하고 있었다. 과반을 잃을 수 있다고 전망한 셈이다.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한 ‘브렉시트’ 이후 점차 표면화한 경제 불황이 원인이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영국 경제성장률은 전년 대비 0.3% 하락했다. 지난해 3분기 0.1% 하락에 이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으로, ‘기술적 불황’ 상태다.

수낵 총리의 리더십 부재와 보수당 내부 갈등도 유권자들이 등을 돌린 원인으로 지목된다. 수낵 총리의 ‘간판 정책’인 ‘담배 퇴출법’과 ‘난민 르완디 이송법’을 두고 당내 찬반이 극렬하게 갈렸다.

결과적으로 수낵 총리는 직을 잃을 위기다. 보수당이 다가오는 총선 승리를 위해 총리 교체 카드를 꺼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수낵 총리는 올 하반기 총선 실시를 결정할 예정이다.

FT는 “고위 보수당 의원들은 ‘수낵의 보수당이 지방의회 의석 중 실제로 절반 이상을 잃게 될 경우, 일부 의원들이 총리를 교체하려고 내부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염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오는 4일까지 발표되는 런던과 맨체스터 등 11개 직선제 광역단체장 선거 개표 결과가 주목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 현지 매체들은 웨스트 미들랜드의 앤디 스트리트 시장과 티스 밸리 벤 하우첸 시장의 선거 결과가 수낵 총리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두 시장은 영국 보수당의 유력 정치인으로 꼽힌다. 낙선한다면 집권당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의미다. FT는 익명을 요구한 수택 총리 측근을 인용해 “그들을 잃는다면, (보수당은) 삐걱거리는 시간을 겪어야 한다”고 평가했다.

보수 진영은 유력 정치인의 패배는 수낵 책임론을 부추긴다. 당사자들이 앞장서 수낵 총리 퇴진을 주장하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둘 모두 선거 기간 동안 수낵 총리와 선을 그으며 정통 보수의 면모를 강조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당내 강경파로 분류되는 보리스 존슨 전 총리와 스킨십도 있었다.

티스 밸리 시장 선거 결과는 3일 오후 1시 전후 발표되고, 웨스트 미들랜드 시장 선거 개표 결과는 오는 4일 발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