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의 바보' 감독이 전한 유아인 리스크.."연기는 만족해요"[★FULL인터뷰]

[스타뉴스 | 김나연 기자]

김진민 감독 / 사진=넷플릭스

'종말의 바보'의 연출을 맡은 김진민 감독이 주연 배우 유아인의 마약 이슈로 인한 편집 과정을 전하며 "연기는 만족한다. 당시로는 굉장히 잘한 캐스팅이었다"고 밝혔다.

3일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의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종말의 바보'의 김진민 감독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종말의 바보'는 지구와 소행성 충돌까지 D-200, 눈앞에 닥친 종말에 아수라장이 된 세상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함께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김진민 감독은 종말을 마주하게 된 한국 사회 안의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을 특유의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연출로 완성시켰다.

종말 이전의 사회를 그린 색다른 디스토피아와, 그 속에서 함께 모여 종말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만큼 재앙을 다뤘던 여타의 작품들과는 달리 전형적인 재난 블록버스터의 스펙터클이 아닌, 서로에게 의지하며 함께 일상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자체를 조명하는 감정의 스펙터클을 담았다.

김진민 감독 / 사진=넷플릭스

다만, 여러 시간대의 교차, 많은 등장인물 탓에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있는 상황. 김진민 감독은 "원작은 옴니버스 식으로 구성돼 있었는데 '종말의 바보'는 한 마을의 이야기로 묶었기 때문에 시점이나,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복잡해 보일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종말의 바보'는 디스토피아물 중에서도 독특한 설정을 가지고 있다. 원작은 모든 지구가 망한다는 설정이지만, 우리는 한반도 일대와 일본에 파괴 규모가 엄청나다는 설정으로 바꿨다. 그래야 탈출을 감행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탈출한 사람과 남은 사람이 나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로 인해 생각이 복잡해졌다. 남은 사람들은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했고, 제가 생각했어야 하는 부분은 남은 사람들이 맞이한 현실이었다. 어느 정도 생필품이 보급 되고, 전화와 문자 정도는 가능해야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여타 디스토피아 물에서 보지 못한 설정 때문에 낯설게 느껴질 수 있겠다고 짐작했다"고 전했다.

시간대가 혼재하는 연출에 대해서도 "편집 과정에서 여러 번 고민했다. 과거부터 순차적으로 보여줄지에 대해서도 고민했지만, 뒤섞을 수밖에 없었던 건 (종말까지) 남아있는 시간에 방점을 두기 위해서였다"며 "제 기억으로는 20번 정도 편집을 바꿨다. 시청자들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는데, 한편으로는 이 드라마가 너무 정돈이 잘 돼 있는 것도 몰입도가 떨어질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제가 최선을 다해서 내놓은 대답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종말까지 남은 시간을 충실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만큼, '종말의 바보'의 등장인물을 다양할 수밖에 없다. 김진민 감독은 이에 대한 장, 단점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그는 "시청자들이 이야기의 흐름을 잘 따라가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며 "12부작이라는 분량 문제도 있고, 인물들이 역동적으로 흘러가지 않으면 쫓아가기 힘들 것 같았다. 다 역동적일 수도 없고, 매회 포인트가 되는 사건이 있고, 누가 중요하게 나와야 하는가에 대해 찍는 과정, 편집 과정에서 고민했다"고 전했다.

이어 "연출 입장에서는 최대한 풀어보려고 했지만, 부족한 부분도 있었을 거다. 아이들이 등장하면서, 아이들로 이야기를 연결하고, 그 미래가 어떻게 되느냐를 어른들이 마지막에 선택하는 것으로 이야기의 중심을 잡아갔던 것 같다"며 "처음에 이 혼란이 일어났을 때 누가 가장 큰 피해를 볼까를 고민하다가 어린아이들에 포커스를 많이 맞췄다. 또 데드라인이 정해진 채로 삶을 산다면 개인의 삶도 중요하다. 삶에 대한 포커싱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영웅담을 그리려던 것은 아니었고, 시청자들이 보시면서 누구 한 명에게라도 마음을 주실 수 있었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종말의 바보'는 마약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유아인이 출연해 화제를 모은 작품으로, 당초 지난해 공개 예정이었지만, 유아인의 마약 이슈로 공개를 잠정 연기한 바 있다. 앞서 김진민 감독은 "시청자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해야 하는 게 의무이기도 하다. 분량 부분에 손을 댄 건 사실이지만, 이 인물을 (완전히) 빼기에는 캐릭터 간의 관계성이 있기 때문에 다 들어낼 수는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안은진 / 사진=넷플릭스

그러면서 공개 전 유아인의 마약 이슈에 대해서는 "이 드라마와는 별개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제가 컨트롤할 수 있는 일은 아니기 때문에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면서 "이야기의 구조를 잡을 때 주인공의 남자친구였기 때문에 큰 비중인 것은 맞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부분을 고의로 뺀 건 많지 않았다. 편집 과정에서 이야기에 충실한 쪽으로 끌고 갔다. 의도적으로 논란 때문에 편집하거나 컷을 드러낸 건 많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진민 감독은 마약 이슈와는 별개로, 유아인은 좋은 배우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일찍 이뤄진 캐스팅은 아니었다. 세경(안은진 분)의 남자친구였기 때문에 첫 번째 고민은 은진 씨가 연기를 편하게 할 수 있는 상대가 누구일지였다. 그러면서 나왔을 때 임팩트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은진 씨 소속사에 아인 씨가 있었는데 정성주 작가님과 작품을 했고, 그 작품이 공감을 많이 얻었던 작품이다. 그래서 아인 씨가 정성주 작가님 대본에 관심이 많으셨던 것 같다"며 "대본을 넘겨줬는데 본인이 끌고 가는 작품은 아니라서 고민했고,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제가 욕심을 부렸던 건 아인 씨가 은진 씨를 굉장히 아끼는 걸로 알고 있었다. 제 입장에서 아인 씨라면 은진 씨가 연기를 편하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김진민 감독은 "은진 씨의 파트너로서 굉장히 좋은 호흡을 맞출 수 있다고 생각해서 함께 하자고 했고, 실제로 현장에서도 은진 씨가 편하게 연기했고, 그렇게 받아주지 않았으면 은진 씨도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며 "(논란과는 별개로) 당시에는 잘한 캐스팅이었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을 보면서 설렘도 많았던 것 같다. 연기만 놓고 본다면 만족한다. 사실 아인 씨가 맡은 역할은 해석하기 어려운 역할이고, 연기를 보면서 '저래서 큰 배우구나'라고 생각했고, 왜 사람들한테 '연기 잘한다'라는 소리를 듣는지 충분히 이해가 가더라. 촬영이 끝나고 나서는 고맙다는 게 제 심정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진민 감독 / 사진=넷플릭스

진세경 역의 안은진에 대해서는 "학교 학생을 잃은 선생님 역할이기 떄문에 얼굴에 신뢰감이 있으면서도,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친숙함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보는데 추민하(안은진 분)가 양석형(김대명 분) 기다리는 장면이 있었다. 그때 은진 씨의 연기가 굉장히 자연스러웠고, 꾸밈이 없으면서 가지고 있는 잠재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때 은진 씨한테 꽂혔고, 소속사 대표님을 만나서 이 작품에 은진 씨가 꼭 필요하다고 청했다. (작품이) 엎어져도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밀어붙였다. 그냥 제가 꽂혔다는 말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고민을 길게 하지 않았다"며 "교실 장면을 찍으면서 확신이 들었다. 그때 '진짜 선생님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캐스팅을 잘했다는 확신을 가졌다"고 말했다.

김진민 감독은 "제작 과정에서 은진 씨가 준비해 온 것과 제가 생각했던 게 달랐던 부분도 있었다. 근데 충돌하는 게 아니라 서로 의견을 나누는 과정이 자연스러웠고, 은진 씨가 내는 의견이 설득력이 있기도 했다"며 "여러모로 굉장한 설득력을 가진 배우고, 앞으로도 강한 힘을 가진 배우가 될 것 같다. 어떤 역할을 해도 잘할 거라는 확신이 든다"고 칭찬했다.

안은진은 '종말의 바보'를 촬영한 뒤 MBC 드라마 '연인'으로 배우로서 꽃을 피운 상황. 이에 김 감독은 "저는 100% 잘 될 거라고 확신했다. 이렇게 연기하는 배우를 나만 주목하고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고, '종말의 바보'가 공개되기 전에 꽃 피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시나리오대로 흘러갔던 것 같다. 앞으로 더 좋은 작품을 만나서 더 큰 꽃을 피웠으면 한다"고 애정을 표현했다.

김진민 감독은 '종말의 바보'는 도전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디스토피아물은 (인물의) 생존 가능성을 놓고 하면 재밌긴 하다. 근데 이 작품이 그랬다면 연출하고 싶진 않았을 거다. 이 작품은 사람들에게 '이런 상황이 닥치면 넌 어떻게 살 거야?'라는 좋은 질문이 담긴 대본이라서 하겠다고 결심했다"며 "그걸 한 번쯤 생각하는 작품이 됐다면, 제가 이 작품을 통해서 하고자 하는 얘기는 다 했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진민 감독은 '종말의 바보'에 대한 호불호 반응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 "부족했던 부분은 잘 보완해서 다음 작품에서 반영할 것"이라며 "차기작은 열심히 찾아봐야 하는데, 누구와 연이 닿을지는 모르겠다. 최근에 월드와이드한 장르를 많이 한 것 같은데 '우리 이야기는 뭐 없나?' 하는 생각은 든다. '무신' 이후로 사극을 안 했는데 사극에 한 번 더 도전하고 싶다. 안주하면 끝나는 직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는 도전할 수 있는 작품이라면 다 좋다"고 말했다.

김나연 기자 ny0119@mtstar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