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서미경 ‘증여세 소송’ 재판부 “신격호 소송 결과 보고 판단”

홍인석 기자 2024. 5. 3.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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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롯데홀딩스 주식 서미경 회사에 매각
과세당국, 명의신탁 했다며 증여세 부과
서미경, 증여세 취소 소송 1심서 승소
항소심 재판부 “신격호 취소 소송 결과 보자”
증여 시점 2003년 인정되면 세금 취소 될 수도
롯데 임직원이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 마련된 '상전 신격호 기념관'에서 창업주 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홀로그램을 바라보고 있다./뉴스1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 명예회장과 사실혼 관계에 있던 서미경씨가 제기한 증여세 부과 취소 소송이 잠시 중단됐다. 재판부가 신 명예회장이 생전 제기한 증여세 취소 소송의 대법원판결을 보고 판단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서씨에 대한 증여세는 신 명예회장으로부터의 증여가 2006년 이뤄졌다고 보고 부과됐는데, 신 명예회장 소송 2심 재판부는 2003년이라고 봤다. 이 판단이 대법원에서도 유지되면 다른 시점을 기준으로 부과된 증여세는 적법하지 않다는 판결로 이어질 수 있다.

신 명예회장과 서씨는 과세당국으로부터 2017년 각각 약 2100억원, 580억원의 증여세를 부과받았다. 2016년 검찰이 롯데그룹 총수 일가 경영 비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신 명예회장이 롯데홀딩스 지분 6.21%를 차명으로 보유하다가 2003년 3월 서씨와 딸 신유미씨가 지배하는 경유물산에 매각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과세 당국은 세금을 회피할 목적으로 ‘명의신탁’(타인의 명의를 빌려 매매계약 등을 하는 행위)을 했다고 봤다. 명의신탁으로 증여하면 실소유자에게 납세 의무가 생긴다. 이에 양측은 각각 증여세 부과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신 명예회장 증여세 취소 소송을 심리한 1·2심 재판부는 명의신탁이 아니라고 판단하면서 롯데그룹 일가 측 손을 들어줬다. 주식을 가족에게 증여하기 위해 명의를 이전한 것이므로 명의신탁을 전제로 과세한 것은 부당하다는 신 명예회장 측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다. 2심 재판부는 “만약 명의신탁이라면 경유물산이 망인(신 명예회장)에게 주식 매매대금을 지급할 이유가 없고, 형식적으로 지급하더라도 이후 반환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롯데홀딩스 주식이 경유물산으로 이전된 2003년 3월이 서씨에 대한 증여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현재 이 사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서씨는 별도로 2021년 7월 증여세 부과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1심에서 승소했다. 서씨 측의 판결문 열람 공개 제한 요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구체적인 판결 이유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재판부는 서씨가 과세기준일 당시 국내에 1년 이상 체류하지 않았고 특별한 경제활동도 하지 않아 비거주자에 해당하므로 증여세 과세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이유로 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판결에 과세당국이 불복하면서 3일 항소심 첫 변론기일이 열렸다. 이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고법 행정1-3부(부장판사 이승한 심준보 김종호)는 “관련 사건의 대법원판결이 나올 때까지 재판을 추정(추후 지정)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부과 처분 전제와 (신 명예회장 사건에서) 인정된 사실이 양립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과세 당국은 경유물산에 넘어간 롯데홀딩스 주식 중 3.21%가 서씨 보유 페이퍼 컴퍼니로 이전된 2006년 3월을 증여세 과세 시점으로 잡았다. 그런데 신 명예회장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가 증여 시점을 2003년 3월로 판단한 만큼 서씨에 대한 증여세 과세 처분 근거와 인정 사실이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대법원에서 2003년 3월에 증여가 이뤄졌다고 판단을 유지하면 과세 당국도 이 사건 부과 처분을 유지할 수 없지 않으냐”며 “만약 대법원에서 관련 사건 사실관계를 부인해 (증여 시점이) 2006년 3월이라고 하면 이 사건 기본적인 증여 시기는 적법하다는 전제로 주식 평가 등을 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과세당국에 대법원에서 2003년 3월이 증여 시점이라고 판단하면 증여세 처분을 유지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하겠냐고도 물었다. 이에 반포세무서 측은 “송무와 실무 등 부서가 나뉘어 있어 지금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날 재판에서 과세 당국은 서씨를 국내 거주자로 볼 수 없다는 1심 판단이 잘못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포세무서 측은 “서씨가 국내 5개 기업 주식을 가지고 있고 사업도 하고 있다”며 “1년에 60일 정도 국내에 체류한다. 일본 체류 기간이 길고 재산이 많더라도 일본 거주자라고 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서씨 측은 재판을 비공개로 진행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서씨 측은 “개인적인 이야기가 나올 수 있어 비공개로 진행할 수 있느냐. 미리 신청서를 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오늘 특별히 그런 내용이 나올 게 없을 것 같고 피고 측에서도 변론할 때 그런 (사적인) 내용이 있으면 자제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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