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높아진 中 의존도 … 3국 동맹 맺고 핵심광물 '독립전쟁'

이희조 기자(love@mk.co.kr) 2024. 5. 3.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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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호주·인도네시아와 '공급망 협약' 연내 체결
33종 광물 중국산 수입 의존
3년새 12.7%서 21.6% 급등
희토류·리튬·니켈 등 광물
수입국 다변화로 공급망 안정
美·EU·日도 자원 '합종연횡'

◆ 기로에 선 공급망 ◆

중국 네이멍구에 위치한 광산에서 희토류 광물이 포함된 흙을 파내는 작업이 한창이다. 국내 희토류 수입의 중국 비중은 지난해 61.2%까지 증가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희토류를 포함한 핵심 광물 수입처 다변화에 본격적으로 나선 배경에는 최근 한국의 경제안보가 위협받고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유럽연합(EU)의 핵심원자재법(CRMA)과 같이 공급망이 '각자도생' 형태로 찢어지는 양상이 지속되자 한국 정부도 국제 협력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글로벌 공급망을 폭넓게 갖추는 것이 현재로서는 경제안보의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여러 국가로 수입처를 뚫어놔야 특정 품목과 연관된 위기가 닥쳤을 때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핵심 광물 수입·투자 기업에 대한 지원 방안을 찾으려는 것도 경제안보 구축이 목적이다.

기획재정부가 베트남, 호주, 인도네시아와 핵심 광물 수입 확대의 물꼬를 트려는 것은 공급 부족의 트라우마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2021년 요소수 대란 이후 중국발 위험 요인이 생기면 한국은 꼼짝없이 공급 부족에 시달리게 된다는 문제의식이 커졌다. 최근 프랑스·일본, 일본·EU 등이 공급망 관련 협력에 속속 나서고 있다는 점도 이번 국제 협력 시도의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핵심 광물의 수입처 다변화가 정부 주요 과제로 꼽힌 것은 이들 광물의 대중국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희토류 5종과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흑연 등 핵심 광물 33종의 대중국 수입 규모는 지난해 93억달러에 달했다. 2020년 수입액(33억달러)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급증했다. 같은 기간 수입 의존도는 12.7%에서 21.6%로 두 배가량 치솟았다.

중국이 핵심 광물을 다량 수출하는 것은 보유량과 생산량이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핵심 광물의 대표 격인 희토류의 경우 중국 쏠림이 심하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희토류 부존량의 38%는 중국 몫이었다. 2위인 베트남(19%)의 두 배 수준이다. 생산량은 더 압도적이다. 희토류 생산량의 절반을 훌쩍 넘는 68%는 중국에서 나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제 정세와 경제 상황이 시시각각 변하는 만큼 핵심 광물의 수입을 더 이상 중국에만 기댈 수는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정부는 글로벌 공급망 구축을 주요 목표로 잡고 국제 협력의 범위를 넓혀 가는 중이다. 기재부가 베트남, 호주, 인도네시아와 공급망 관련 실무 논의를 시작한 것도 이 같은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베트남은 희토류, 호주는 리튬·니켈, 인도네시아는 니켈을 보유한 국가다. 3개국과의 논의가 결실을 볼 경우 이들 광물의 수입처가 늘어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할 전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앞으로 3개국 외에도 핵심 광물 수입처를 뚫을 만한 국가를 계속해서 발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급망과 관련된 국제 협력은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일본의 행보가 가시적이다. 일본과 프랑스는 최근 희토류, 코발트를 비롯한 주요 광물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한 협력을 공식화했다. 일본은 EU와도 경제안보 강화를 위해 반도체 등 전략물자 조달에서 국제적인 원칙을 마련하기로 공식 합의했다. 기재부가 국제 실무 논의를 개시한 데는 일본이 국제 협력 강화에 나선 영향도 작용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공급망의 탈중국 추세가 이어지면서 희토류 등에 대한 중국의 장악력이 약해질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달 중국의 희토류 장악력이 공급망 다각화로 인해 흔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내 희토류 대기업들의 수익률 악화를 비롯한 증거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핵심 광물에 대한 대중국 의존도가 높은 만큼 수입처 다변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박지형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핵심 광물 공급망 불안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며 "수입처를 여러 개 구비해 놓고 있다가 비상시에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또 "수입처를 다양화한 후 민간이 관련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급망 구축에 있어 정부뿐 아니라 민간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의미다. 양희승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민간이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정부가 각종 지원을 통해 기업의 참여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희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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