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이려는 국립대, 보류하라는 법원…"무산되려나" 제동 걸린 의대증원

정심교 기자 2024. 5. 3.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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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휴진 단체행동에 나선 의사들이 3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서 의대 증원 정책 철회를 촉구하는 피켓시위를 마친 후 의료대란 해법 모색을 위한 세미나 참석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4.05.03. kgb@newsis.com /사진=김금보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 증원책'에 제동이 걸린 분위기다. 의대생과 국립대 총장·정부의 법정 공방이 계속되는 데다, 재판부가 이달 중순까지 모집 정원 최종 승인을 보류하라고 권유하면서 증원 자체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여기에 대한의사협회는 초강경파의 임현택 회장을 필두로 '타 직역 없이' 정부와 의사집단의 일대일 대화를 위한 의사 조직인 '범의료계 협의체'를 꾸리고 있어, 정부가 만든 '의료개혁 특별위원회'의 존재감을 무색케 하고 있다.

3일 정부에 따르면 2025학년도 의대 모집 인원은 아직 입학정원을 제출하지 않은 차의과대를 제외하고 4487명이다. 당초 정부는 내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기존 3058명에서 2000명 늘려 5058명을 모집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의사 집단이 의대 증원에 반발하면서 의료 공백이 발생하자 국립대 총장들이 '정원 조정안'을 건의했고, 정부가 이를 받아들여 2025학년도에 한해 학교별 증원분의 50~100% 내에서 자율 모집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10개 국립대 의대는 당초 정원 1767명에서 1366명으로 401명을 줄였고, 사립대는 3211명에서 3121명으로 90명 감원했다. 감원 인원만 보면 국립대 의대가 401명으로, 사립대 의대 90명보다 4배 이상 많다. 국립대 정원 감소 폭이 유독 큰 것이다. 총정원을 보면 국립대는 1366명, 사립대는 3121명으로 2.28배 차이가 난다. 여기에 아직 조정된 정원을 제출하지 않은 차의과대 정원 80명을 모두 더하면 사립대 의대 정원은 3201명으로 국립대의 2.34배다. 정원을 조정하기 전 사립대와 국립대 정원 격차는 1.86배에 불과했다.

정부가 의대 정원을 늘리려는 취지 중 하나는 지방에 있는 국립대를 강화해 지역완결형 의료를 완성하는 것이었다. 쉽게 말해 지방에서 환자가 발생하면 해당 지역에서 모든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것. 하지만 정원 감소 폭이 사립대보다 국립대에서 더 컸다는 점에서 의대 증원 규모를 두고 정부와 국립대 간 간극이 컸다는 점을 방증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2000명 증원책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앞서 지난달 30일 서울고법 행정8부는 수험생, 의대생, 전공의, 의대 교수 등이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를 상대로 낸 '의대 정원 배정 처분 취소'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 심문에서 재판부의 집행정지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승인하지 말라고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요구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 결정에 대해 사법부가 근거를 따져보겠다며 처음으로 제동을 건 것이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박민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주요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단상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4.05.03. hwang@newsis.com /사진=황준선

이에 대해 복지부는 그간 제시해온 의대 2000명 증원의 근거가 된 의사 수 추계 보고서를 비롯해 관련 자료를 재판부에 충실히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정부는 2035년에 의사 1만5000명이 부족하다는 연구 결과를 토대로 2025학년도부터 의대 입학정원을 2000명씩 매년 늘리겠다고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기존에도 한국개발연구원(KDI)을 포함해 세 가지 논문을 참조해 10년 뒤에 전체적으로 의사 부족분이 1만5000명 정도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며 "이 중 5000명은 인력·운영 효율화와 기술개발로 상쇄하고 나머지 1만 명에 대해서는 의대 증원으로 대응하겠다는 게 증원 근거의 기본 틀"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복지부는 법원으로부터 공식적인 자료 제출 요구를 받지는 않은 상태이며 판결문을 분석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의대 증원책을 포함, 의료개혁을 위해 의사집단과의 대화를 계속 요구해왔다. 그 일환으로 약사·한의사·치과의사 등 의료계 타 직역이 함께하는 의료개혁 특별위원회를 꾸렸지만 의사집단의 불참 선언으로 지난달 25일 의사집단 없이 첫 회의를 열었다. 정부와의 일대일 대화를 요구해온 의협은 지난 1일 임현택 회장이 취임하면서 의협·전공의·의대생과 의대 교수 등 의사들이 모인 '범의료계 협의체'를 꾸리겠다고 공언했다.

이에 대해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3일 "정부는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의사협회와 전공의가 참여할 수 있도록 그 자리를 비워두고 있다"면서도 "의료계와 일대일 논의도 가능하며 형식에 구애 없이 언제라도 만나서 대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대 증원책이 탄력을 받지 못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자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195일 앞둔(5월 3일 기준) 수험생 사이에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수험생이 자주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엔 "이러다 의대 증원이 물 건너갈 수도 있겠다", "2000명 증원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할 수 있는 게 맞는 건지" 등 우려가 도배됐다.

의대 진학을 목표로 삼은 재수생 이 모 씨(20)는 "지난해 입시에서도 여러 혼란이 많았는데 올해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며 "6월 평가원 모의고사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의대 정원이 확정되지 않고 증원이 취소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려서 걱정된다"고 말했다. 재수생 자녀를 둔 40대 후반 학부모 김 모 씨는 "원래라면 입시설명회에 다니면서 구체적인 진학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상황이 계속 바뀌어 아무것도 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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