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관찰] 일본 맥주는 왜 잘 팔릴까

2024. 5. 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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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화제 아사히 생맥주캔
익숙한 맛을 거품으로 차별화
소비자들 매너리즘 싫어하지만
친숙하면서 참신한 것은 대환영

일본 맥주가 수입 맥주 판매 1위를 5년 만에 탈환했다는 기사를 봤다. 2019년의 노재팬 불매 운동으로 판매가 꺾인 이후 다시금 예전의 위치를 회복한 것이다. 단순히 순위만 회복한 것이 아니라 판매량도 가장 많이 팔리던 2019년 초의 수치를 회복했다. 이게 놀라운 점은 현재 수입 맥주 시장은 매년 두 자릿수의 역성장을 기록 중이란 점이다. 즉, 다른 맥주들이 다 안 팔리는데 오직 일본 맥주만 폭발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일본 맥주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일까.

사실 일본 맥주는 2010년부터 2018년까지 9년 연속 수입 맥주 판매 1위를 기록한 적이 있다. 일본 맥주가 국내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던 것은 일본 맥주가 특별히 맛이 좋거나 훌륭해서가 아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브랜드이면서도 우리 맥주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관광지다.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부터 수많은 사람이 관광으로 일본을 가곤 했으며, 2010년대 후반의 경우엔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도 다녀올 수 있는 곳이 됐을 정도다. 이는 엔저가 겹친 지금 또한 마찬가지다. 그래서 일본의 주요 맥주 브랜드들은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매우 익숙하고 마셔본 경험도 많다. 소비는 익숙함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이 일본 맥주를 1순위로 선택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

두 번째는 우리나라 맥주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애초에 국내 맥주 회사인 하이트와 OB는 일제강점기에 아사히와 기린 맥주 공장에서 출발한 곳이다. 해방 이후 일본과의 교류가 끊기면서 국내 맥주들은 일본 맥주와는 다른 독자적인 방향을 밟기 시작했다지만 출발점이 동일하기에 다른 맥주들보다 비슷한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더욱이 기후적인 측면 또한 영향을 미친다. 여름이 덥고 습한 지역의 맥주들은 더위를 식힐 목적으로 많이 마시기에 부드럽고 청량한 맛을 중요시 여긴다. 이 때문에 여름이 우리만큼 습하고 무덥지 않은 유럽 지역의 맥주는 확실히 우리나라 맥주와는 맛의 결이 다를 수밖에 없다. 바로 이 익숙한 브랜드, 비슷한 맛이란 점이 소비자들로 하여금 일본 맥주를 쉽게 선택하게 만든다.

하지만 정말 이 요인만 있다면 일본 맥주들도 수입 맥주의 역성장 상황을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현재 일본 맥주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바로 아사히의 신제품 덕분이다. 2023년 국내에 출시된 아사히 생맥주캔은 마치 참치캔처럼 맥주캔 상단부가 열리며, 캔을 따면 생맥주처럼 거품이 부드럽게 올라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 덕분에 출시 초기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큰 화젯거리가 되었고, 많은 사람이 이 제품을 구하기 위해 편의점을 돌아다닐 정도였다. 이 아사히 생맥주캔이라는 신제품을 중심으로 사람들은 일본 맥주 구매를 늘리기 시작했고, 덕분에 수입 맥주 시장이 축소되는 와중에도 일본 맥주들만 3배 이상의 성장을 기록하며 다시금 예전의 위상을 찾을 수 있었다.

이 점을 생각해보면 중요한 것은 결국 소비자들의 관심을 얻을 수 있는 참신한 제품이다. 현재 맥주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것은 대체재가 많기 때문이다. 이미 하이볼은 주점에서도 맥주를 밀어낼 정도로 대세가 되었고 위스키 소비 또한 크게 늘었다. 이에 비하면 맥주는 수십 년째 변함이 없는 오래된 상품이다. 물론 맥주 기업들도 다양한 맛을 출시했지만 맛의 변화에 소비자들은 오히려 거부감을 가졌다. 아사히는 여기서 맛이 다른 것만이 신제품이 아니라 제공하는 형식을 다르게 하는 것도 신제품이라는 점을 증명했다.

그 점에서 일본 맥주가 잘 팔리는 이유는 이렇게 정리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소비자들은 익숙한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은 싫어한다.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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