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멀리포트] 상처 입은 오랑우탄, 약초 발라 치료한다

송복규 기자 2024. 5. 3.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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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오랑우탄이 상처에 약초를 발라 회복하는 모습이 처음으로 포착됐다.

이자벨 로머(Isabelle Laumer) 독일 막스플랑크 동물행동연구소(MPIAB) 박사 연구진은 2일(현지 시각) "인도네시아 숲에 서식하는 수마트라 오랑우탄이 얼굴에 큰 상처를 입은 뒤 약초를 먹고, 으깬 약초를 상처에 발라 치료하는 모습을 확인했다"고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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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서 눈가 상처에 약초 바르는 모습 포착
온천 치료 동물도 있지만 약초 사용은 처음
인도네시아에서 발견된 약초를 사용해 상처를 회복한 수마트라 오랑우탄 '라쿠스'./Isabelle Laumer

야생 오랑우탄이 상처에 약초를 발라 회복하는 모습이 처음으로 포착됐다. 오랑우탄은 치유 효능이 있는 식물을 구별하고, 상처에 바르기 좋은 형태로 만들었다. 과학자들은 이 모습은 인간과 유인원이 공통조상에서 나왔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이자벨 로머(Isabelle Laumer) 독일 막스플랑크 동물행동연구소(MPIAB) 박사 연구진은 2일(현지 시각) “인도네시아 숲에 서식하는 수마트라 오랑우탄이 얼굴에 큰 상처를 입은 뒤 약초를 먹고, 으깬 약초를 상처에 발라 치료하는 모습을 확인했다”고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2022년 라쿠스(Rakus)라는 이름을 붙인 수컷 수마트라 오랑우탄을 관찰하던 중 오른쪽 눈가에서 큰 상처를 발견했다. 라쿠스는 상처를 입은 지 3일이 지난 뒤부터 식물을 먹기 시작했는데, 잎사귀를 삼키지 않고 다시 뱉어 상처에 발랐다. 상처를 다 덮을 정도로 7분 동안 같은 부위에 바르기를 반복했다. 약초를 바른 뒤에는 30분 이상 이 약초를 먹었다.

인도네시아에서 발견된 수마트라 오랑우탄 '라쿠스'가 사용한 약초 ‘아카르 쿠닝'./Isabelle Laumer

라쿠스가 상처에 바른 식물은 ‘아카르 쿠닝(Fibraurea tinctoria)’이다. 동남아 열대우림에서 자라는 아카르 쿠닝은 항균과 항염증, 항진균, 항산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약초다. 전통의학에서 진통, 해열이나 이질과 당뇨병, 말라리아 치료에 사용됐다.

약초를 사용한 효과는 금방 나타났다. 라쿠스 눈가의 상처는 약초를 바른지 5일 뒤부터 아물기 시작했고, 몇 주 지난 뒤에는 모두 회복됐다. 연구진은 “오랑우탄이 의도적으로 약초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라쿠스가 가능한 식물을 치료하는 데 사용할 인지 능력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에서 발견된 수마트라 오랑우탄 '라쿠스'의 회복 과정./Isabelle Laumer

다른 동물도 이전에 치유 행동을 보였다. 개가 상처를 입으면 혀로 핥으며, 원숭이나 곰이 온천에서 상처를 치료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하지만, 민간 의료에서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약초를 동물이 사용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연구진은 상처 치료법을 스스로 알아낸 것인지, 다른 오랑우탄에게서 배운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강조했다. 라쿠스는 1980년대 후반에 태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상처 치료 형태는 인간에게 보편적일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유인원에서도 발견될 수 있다”며 “의학적 특성을 가진 물질을 상처에 인식하고 적용하는 데 공통된 기본 메커니즘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Scientific Reports(2024), DOI: https://doi.org/10.1038/s41598-024-589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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