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노예계약⋅무속인..민희진의 9가지 주장 팩트체크 [Oh!쎈 이슈]

선미경 2024. 5. 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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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조은정 기자]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의 대표 민희진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경영원 탈취 시도 의혹 관련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앞서 하이브는 민희진 대표가 뉴진스를 데리고 본사로부터 독립하려 한다는 제보를 받아 관련 증거 수집에 나섰다. 하이브는 A 씨 등 어도어 경영진이 대외비인 계약서를 유출하고, 하이브가 보유하고 있는 어도어 주식을 팔도록 유도했다는 정황을 포착해 감사권을 발동했으며 A 씨가 하이브 내부 정보를 어도어에 넘긴 것으로도 파악했다. 이와 관련, 민희진 대표는 공식입장을 통해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 사태'에 문제를 제기하자 하이브로부터 해임 통보를 받은 것이라고 반박했다.민희진 대표가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24.04.25 /cej@osen.co.kr

[OSEN=선미경 기자] 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법적 공방이 시작된 가운데, 어도어 측이 재반박에 나섰다. 민희진 대표의 기자회견에서 언급했던 내용들을 아홉 가지 쟁점으로 정리해서 다시 반박하며 거듭 입장 표명에 나선 것. 억측과 오해를 해소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는 어도어 측의 주장은 과연 모두 타당할까.

앞서 지난 2일 어도어 민희진 대표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세종은 하이브와의 이번 갈등과 관련한 주요 쟁점 아홉 가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어도어 측이 밝힌 입장은 1)경영권 탈취 의혹, 2)금전적 보상, 3)내부 고발 및 감사의 과정, 4)첫 번째 걸그룹으로 데뷔시켜주겠다는 하이브의 약속, 5)데뷔시 뉴진스 홍보를 하지 말라고 한 부분, 6)노예 계약이 아니었다는 주장, 7)기타 주주간계약과 후속 보도, 8)무속인이 단순 지인이라는 사실, 9)하이브는 뉴진스를 아끼지 않는다는 사실 관련 내용이었다.

아홉가지 쟁점으로 재반박에 나선 민희진 대표 측 주장에 오류가 없는지 살펴봤다.

1. 경영권 찬탈은 실체 없는 헛된 주장일까.

민희진 대표 측은 하이브에서 제기한 경영권 탈취 의혹과 관련해 “실체가 없는 헛된 주장이다. 또 근거로 제시한 자료들은 경영권 탈취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하이브와의 지속적인 갈등 속에 나온 상상이다. 어떠한 구체적인 계획도, 실행도 없었다”라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이번 의혹을 바라보는 시각은 여러 가지다. 상상은 머릿속의 생각이며, 사담(私談)은 개인간의 사적 대화를 말한다. 한 회사의 대표와 경영진이 나눈 경영권 찬탈 모의를 단순한 상상으로 볼 수 있을까. 더욱이 이번 감사에서 파악된 문건은 말이 아닌 생각이 정리된 것으로 봐야한다는 의견이다. 하이브 측이 실제 수개월간의 계획과 실행을 입증하는 근거들을 대화록과 문서에서 확인했다고 밝힌 만큼, 사실 관계는 수사 과정에서 명백히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서 내부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지목된 L씨에 대해 ‘꼬리 자르기를 당할 것이니 하이브에 협조하라는 회유를 받았다’는 주장은 합당한 것일까. 하이브 경영진은 L씨가 꼬리 자르기의 피해자가 될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일 수 있다. 하이브는 민희진 대표가 경영권 탈취 계획에 대해 L씨에게 ‘사담으로 처리하라’라고 지시한 문건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 부분 역시 꼬리 자르기를 시도한 정황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또 민희진 대표 측은 L씨와 관련해 “해당 문건을 작성한 당사자인 부대표 L씨는 피고발인에서 제외됐음을 확인했다. 하이브는 대화가 오고 간 내용의 앞뒤 문맥을 고려하지 않고 애초의 목적이 경영권 탈취인 것처럼 악의적으로 짜깁기했으며 의도적으로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했다”라고 주장했다.

민 대표 측 주장과 달리 L씨는 등기임원이 아니라 하이브에서 고발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하이브 측은 경영권 탈취 행위를 계획 및 실행한 의혹을 사고 있는 어도어의 등기임원(민희진 대표, 신동훈 VP)을 고발했다. L씨는 등기임원이 아니며, 추후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로 전환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민희진 대표 측이 이번 의혹과 관련된 문건을 사담, 상상으로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민 대표 역시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안과 동떨어진 내용의 모바일 메신저 대화 일부나 중간을 삭제한 상태로 선택적으로 공개한 바 있다.

2. 금전적 보상(인센티브)의 금액(20억 원) 문제가 아니라 결정의 기준이 문제다?

민희진 대표는 지난 기자회견에서 어도어 설립 후 2년 만에 335억 원의 영업 이익을 달성했고, 인센티브 20억 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센티브 결정의 기준과 그 결정 과정의 투명성에 대해 지적했다고 반박했다.

그렇지만 민 대표의 문제 제기에 투명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민희진 대표는 처우협상 내내 자신이 박지원 하이브 CEO보다 고작 10억 원 더 많은 인센티브를 받는다며 욕설과 폭언을 일삼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지원 CEO는 부임 이후 지속적인 사업 확장과 성장 모델 구축, 매출과 영업이익 등 흑자 경영을 해왔다. 모회사의 CEO보다 더 많은 보상을 받는 산하 레이블 대표가 인센티브의 투명성을 지적하는 것이 정당한가라는 지적이다.

3. 내부고발과 감사, 여론전은 계획적이었나.

민희진 대표는 기자회견과 지난 2일 입장문을 통해 여러 차례 내부고발 관련 답변과 감사 과정에 대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민 대표 측은 “4월 22일 오전 10시 박지원 대표가 어도어의 내부고발 이메일이 회신했다고 한다. 동시에 하이브는 부대표 노트북을 압수하는 등 감사를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동시에 민 대표의 사임을 요구하는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왔고, 몇 시간 뒤 어도어 경영진에 전격 감사권을 발동했다는 뉴스가 보도됐다”라면서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내용까지 편집해 실시간 중계처럼 보도했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하이브 측이 밝힌 입장에 따르면 민희진 대표가 주장한 의혹 제기 이메일에 A4용지 6장 분량의 답변서를 4월 22일 회신 완료했고, 민 대표는 약 2시간 뒤 해당 답변을 확인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후 즉각적인 감사 조치가 행해진 것은 이미 민희진 대표가 하이브를 비방하는 여론전을 계획(5월 여론전 문서)을 사전 포착한 것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이브 측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해당 문서에는 아티스트 컴백시 본인들의 경영권 탈취를 위한 하이브 비방 여론을 제기하면 하이브가 꼼짝 못할 것이라는 내용이 있었다.

더욱이 감사는 비위 사실을 확인한 즉시 착수하는 것이 원칙이며, 하이브 감사위원회의 승인을 얻은 것. 검찰의 압수수색이 사전 고지되지 않듯 중대한 비위에 대한 감사 역시 증거인멸 우려가 있어 당사자에게 사전 고지 없이 신속하게 시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하이브 구성원이 클라우드로 업무를 진행, 문서와 자료를 클라우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만큼 PC 회수와 교체를 업무방해로 보기 힘들다는 의견도 있다.

[사진]어도어 제공.

4. 뉴진스는 왜 하이브의 첫 번째 걸그룹이 되지 못했나.

민희진 대표는 지난 기자회견에서 무엇보다 하이브와 뉴진스의 관계에 대해서 여러 차례 힘주어 말했다. 하이브에서 뉴진스를 첫 번째 걸그룹으로 데뷔시켜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결국 민 대표가 지분을 포기하며 어도어 설립을 요청해 뉴진스 멤버들을 이전시켜 데뷔시킬 수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 주장에도 오류는 있었다. 뉴진스가 하이브의 첫 번째 걸그룹으로 데뷔하지 못한 것은 앞서 하이브 측 입장에 따르면 민희진 대표가 쏘스뮤직이 아닌 본인의 별도 레이블에서 데뷔시키겠다고 강력히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서 법인 설립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됐고, 걸그룹 인원들을 쏘스뮤직에서 육성한 만큼 양수도를 위해 경영진의 동의 등 절차가 필요했던 것이다.

5. 하이브는 뉴진스의 데뷔 홍보를 막았나.

그러면서 민희진 대표는 하이브에서 뉴진스의 홍보를 막았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민 대표 측은 “하이브는 사쿠라가 쏘스뮤직에 합류한다는 사실과 뉴진스 멤버 구성에 대한 정보도 함께 노출될 우려가 있었다고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를 뿐만 아니라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다”라며, “당시 하이브는 시장에 르세라핌이 민희진 걸그룹일 수도 있다는 혼선을 주고 싶어했으며, 그에 따라 어도어에 뉴진스 홍보를 하지 말아달라고 박지원 대표가 전화와 SNS를 통해 노골적으로 부탁해온 사실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통상적으로 대형 기획사에서 신인의 홍보에 있어 정보 노출에 대한 우려가 큰 것은 자주 확인할 수 있는 일이다. 뉴진스의 홍보만 막았다기 보다는 뉴진스와 르세라핌 양 팀의 뉴스 밸류를 보호하기 위한 요청으로 해석할 수 있다.

6. 주주간계약은 노예계약이다?

민희진 대표는 지난 기자회견에서 하이브와의 주주간계약으로 인해 평생 회사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2일 입장문에서는 “경업금지조항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며, “다만 경업금지의 대상사업과 기간이 합리적이어야하는데, 현재 주주간계약은 그렇지 않다”라며 불공정을 해결하고자 한다는 입장이었다.

경업금지는 함께 회사를 성공시키는 취지로 해석할 수 있다. 더욱이 1~2천억 원대 막대한 보상을 받는 레이블의 대표에 대해 일정한 경업금지는 계약관례상 일반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희진 대표는 멀티플 30배, 추가 지분 5%에 대한 풋옵션 적용 등 보상액을 늘리려는 추가 조건을 요구했던 것을 알려졌는데, 그렇게 된다면 지분 가치가 곧 수천억 원대로 불어난다. 이러한 천문학적인 보상에 경업금지 같은 제약이 없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는 반응이다. 더욱이 제3자에게 발설하는 것이 금지된 주주간계약 내용을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것 역시 문제가 될 수 있어 보인다.

[사진]하이브, 어도어 제공.

7. 현재의 갈등은 금전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인가.

민희진 대표 측은 주주간계약 관련 후속 보도에 대해서 “하이브는 풋옵션과 관련해 민 대표가 30배수를 주장하였다며, 마치 현재의 갈등이 금전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호도하고 있다. 하지만 30배수는 차후 보이그룹 제작 가치를 반영한 내용으로, 여러 가지 불합리한 요소를 가지고 있던 주주간계약을 변경하는 과정에서의 제안 중 하나일 뿐이며 협상 우선순위에 있는 항목도 아니었다”라고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아직 데뷔도 하지 않아 성과 측정이 불가능한 이벤트를 보상의 근거로 삼는 것이 가능할까. 민희진 대표 측에서 보이그룹 제작 가치를 반영한 내용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는 아직 시현되지 않은 가정이다. 이 가정으로 민 대표가 얻을 보상을 늘리는 것은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일이 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8. ‘지인’이라는 무속인의 경영 개입은 없었나.

민희진 대표 측은 하이브가 주장한 ‘주술 경영’에 대한 입장도 전했다. 민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무속인에 대해서 “지인이 무속인일 뿐”이라는 입장이었으며, 2일 밝힌 입장문에서는 “뉴진스의 성공과 어도어가 단시간 내 이룬 놀라운 실적은 합리적인 경영 의사 결정에 기반한 것이다. 하이브가 어도어의 성공을 폄하하고 부정하기 위한 이러한 프레임을 짜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하이브가 문제로 지적한 부분은 민희진 대표의 지인이 무속인이라 점이 아닌, 해당 지인(무속인)이 경영 전반에 세세히 개입한 ‘행위’였다. 하이브 측은 민희진 대표가 인사, 채용 등 중요한 회사 경영 상항을 여성 무속인에게 코치받아 이행해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 지난 달 25일 하이브 측이 공개한 대화록(포렌식을 통해 확보)에 따르면 무속인은 2021년 민희진 대표에게 “3년 만에 회사를 가져오라”라고 조언했으며, 민 대표는 하이브 주식의 매도 시점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9. 하이브는 뉴진스를 아까지 않는다?

민희진 대표는 기자회견부터 지난 2일 입장문까지 하이브가 뉴진스를 아끼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특히 뉴진스의 5월 컴백을 앞두고 이번 이슈를 터트렸다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민희진 대표의 주장과 달리 하이브 측은 뉴진스의 컴백을 차질 없이 진행하고, 멤버들이 흔들리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신경 쓰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이는 뉴진스를 아끼지 않는다는 주장과는 거리가 있다. 또 하이브는 아티스트 보호를 위해 되도록 언급을 피하며, 민희진 대표에게 제기한 문제에만 집중하기도 했다.

반면 민희진 대표는 기자회견 내내 뉴진스를 언급한 것은 물론 ‘우리 애들’, ‘엄마’라고 표현하는 등 아티스트를 끌어들였다. 뉴진스 멤버들의 상태에서도 직접적으로 거론하는 등 오히려 더 이목을 집중시켰다. 과연 하이브는 뉴진스를 아끼지 않는다는 일방적인 주장이 타당한 것일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seo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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