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편향성 증폭시키는 ‘필터 버블’[IT 칼럼]

2024. 5. 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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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Timothy Hales Bennett on Unsplash



미국에서 대권 경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소셜미디어의 정치적 영향력에 대한 논란도 함께 커지고 있다. 지난 4월 말 공개된 퓨 리서치 센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성인 78%가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정치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답했다. 소셜미디어의 정치적 영향력은 다음과 같이 여러 방면에서 나타난다.

첫째, 소셜미디어는 사람들에게 뉴스와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해 정보의 접근성을 대폭 향상한다. 또한 개인이나 소규모 그룹이 다른 사람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기에 전통적인 미디어가 다루지 않는 의제나 시각도 공유될 수 있다.

둘째, 소셜미디어는 선거 캠페인 방식을 혁신적으로 변화시켰다. 정치인과 정당들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과 같은 플랫폼을 사용해 유권자들과 직접 소통하고, 자신들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려고 한다. 또한 이러한 플랫폼에서 유권자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캠페인 전략을 빠르게 조정하고 있다.

셋째, 소셜미디어는 특히 젊은 세대의 정치 참여를 증가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젊은 유권자들은 전통적인 뉴스 채널보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접하고, 정치적 사안에 관해 토론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젊은 세대의 정치적 목소리가 과거보다 훨씬 더 크게 드러나는 결과를 낳는다.

그런데 소셜미디어의 이러한 역할은 여러 이슈를 동반한다. 정보의 질과 정확성에 대한 문제가 대표적이다. 소셜미디어는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빠르게 퍼질 수 있는 구조적 특성이 있어 가짜 뉴스나 오보가 유권자들에게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추천 알고리즘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도 심각하게 고려될 필요가 있다. 추천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과거 행동 데이터를 분석해 그들의 취향과 관심사에 맞는 콘텐츠를 자동으로 추천한다. 이는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고 플랫폼 이용 시간을 극대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와는 별개로, 정보의 필터링이 가져오는 부작용 또한 심각하다. 가장 큰 문제는 ‘필터 버블(Filter Bubble)’ 현상이다. 이는 사용자를 자신의 관심사나 기존 의견과 일치하는 정보에 주로 노출되게 해 다양한 관점이나 반대 의견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현상을 뜻한다. 예를 들어 특정 정치적 관점을 지닌 뉴스 기사나 의견을 선호하는 사용자는 알고리즘에 의해 비슷한 성향의 콘텐츠가 계속해서 추천돼 상반된 의견이나 다른 관점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어진다.

필터 버블은 단순히 정보 접근의 제한을 넘어 사용자의 의견을 더욱 극단적으로 만들 수 있다. 동일한 관점의 정보만 지속해서 접할 때, 사용자는 자신의 견해가 더 널리 퍼져 있거나, 더 옳다고 믿게 되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에 빠질 수 있다.

이처럼 알고리즘이 민주주의 가치와 열린 사회를 저해할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기술이 갖는 영향력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 소셜미디어에서 사용되는 여러 알고리즘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관심은 더욱 커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알고리즘의 불가해한 블랙박스 속에서 우리의 자유와 선택권은 서서히 사라지고 말 것이다.

류한석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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