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CGV·롯데시네마 줄폐업…곳곳서 임대차 해지 '잡음'

류병화, 차준호 2024. 5. 3.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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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영화관들, 장기 임대차 계약 골칫거리로 전락
재무구조 개선 위해 영화관 임대차 계약 해지 나서
건물 소유주 운용사 ‘비상’…일방적 계약 파기 우려
이 기사는 05월 02일 09:2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사진=뉴스1


극장을 상영하는 대형 멀티플렉스 운영사들이 악화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지방 영화관 구조조정에 나섰다. 20년짜리 초장기 임대차 계약을 해지해 리스 부채를 줄이려는 움직임이다. 재무구조 개선 과정에서 극장 소유주인 영화관 펀드 자산운용사들과 마찰까지 이어지며 이중고를 겪고 있는 양상이다.

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롯데컬처웍스는 최근 대전 둔산점 임대인인 리치먼드자산운용에 대전 둔산점 영업 종료에 따른 임대차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공문을 송부했다. 롯데컬처웍스는 계약 해지 근거로 상가건물 임대차 보호법을 제시했다. 

위약금 소송에서 승기를 잡았던 롯데컬처웍스는 수익이 나지 않는 지방 영화관을 줄여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컬처웍스는 지난해 경북 경산점 임대차 계약 해지에 따른 민사 소송에서 “위약금의 62%를 주지 않아도 된다”는 판단을 받았다.

영화관 업계 1위 CJ CGV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임대차 계약 해지에 나서고 있다. 지난 2월 인천 논현점을 폐쇄한 뒤 JB자산운용에 ‘영화관 폐업 관련 협의 요청’ 공문을 보냈다. 2034년까지 남아 있는 임차 계약을 해지한단 내용을 담았다. 잔여 임대차 계약에 따른 위약금은 1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영화관 펀드를 운용하는 운용사들은 “임의 계약 해지가 불가능한 구조로 짜여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점포 늘리기 경쟁을 위해 초장기 계약을 맺었다가 업황 악화를 이유로 막무가내식 해지를 벌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장기 임대차 계약 맺었던 멀티플렉스-운용사

롯데시네마 대전 둔산점은 2014년 연 영화관이다. 당시 롯데쇼핑 영화관 사업부(현 롯데컬처웍스)는 2034년까지 20년간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월 1억원가량 임차료를 지급하는 구조로 짰다. 영화관 매입 펀드로 유명한 리치먼드운용은 에쿼티와 대출을 포함해 약 200억원에 영화관으로 쓸 층을 인수했다. CJ CGV가 계약을 해지한 인천 논현점도 영화관 산업이 거침없이 성장하던 2014년 처음 계약을 맺었다.

영화관 운영회사들은 영화관 건물 소유주와 15~20년짜리 장기 임대차 계약을 맺어왔다.영화관 운영회사들은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장기 임대차 계약으로 시장을 선점하려 했다. 영화관 건물 소유주도 영화관 운영회사가 이탈하면 새 임차인을 구하기 어려워 장기 임대차 계약 구조를 원했다. 영화관 인테리어는 스크린, 음향 시설, 좌석 등을 갖추고 있어 임차인이 나가면 일반적인 음식점, 카페로 활용하기 어렵다. 맞춤형으로 시공해야 하는 건물 소유주와, 점포를 늘리려는 영화관 운영회사 모두 안정적인 장기 임대차 계약을 선호했던 이유다.

벼랑 끝 영화관에 일방 계약 취소 본격화

상황이 뒤바뀐 건 코로나19 이후 영화관 산업의 업황이 꺾인 이후부터다. 영화관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워지자 초장기 임대차 계약은 재무구조를 악화시키는 ‘악성 계약’으로 전락했다. 영화관 산업에 불리하게 작용한 회계 기준 변경 여파가 컸다. 2019년부터 장기 임차한 영화관을 모두 리스부채로 계상하도록 하면서 부채가 급격하게 불어났다. 2018년 무차입으로 출범한 롯데컬처웍스는 지난해 완전자본잠식(-211억원)에 빠졌다. 향후 지급해야 할 임차료를 나타내는 리스부채는 5655억원에 달했다. 이중 5년 초과 리스부채는 2208억원이다. 재무구조가 더욱 나쁜 CJ CGV는 리스부채만 지난해 말 1조6239억원으로 집계됐다.

벼랑 끝에 몰린 영화관 운영사들이 수익성이 떨어지는 지방 영화관의 임대차 계약 파기를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늘어나고 있다. 영화관 운영사가 일방적으로 해지한 뒤 법원에서 승기를 잡아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컬처웍스는 2022년 JB자산운용이 보유한 대구 경산점 임대차 계약을 임의 해지해 운용사와 갈등을 빚었다. 2035년까지 맺은 계약을 해지해 13년어치인 약 131억원의 위약금이 발생했고 민사 소송으로 이어졌다. 1심 법원에서는 위약금 중 50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사실상 38% 수준의 위약금만 내고 임대차 계약을 해지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영화관 재무구조 개선 위해 강공…운용사들 ‘비상’

영화관 운영사들이 나빠진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게 부동산 IB 업계의 지적이다. 롯데컬처웍스는 대전 둔산점 계약을 깰 때 소상공인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을 꺼내들었다. 코로나19로 영업이 어려워 임대차 계약을 해지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코로나19 여파가 줄어든 엔데믹 상황에서 무리수를 두는 것 아니냔 지적이 나왔던 대목이다. 또 영업이 잘 되지 않았던 이유는 인근에 대전 센트럴점을 새로 연 영향도 있다는 게 운용사의 주장이다. CJ CGV가 임대차 계약을 해지한 인천 논현점도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잔여 기간이 10년인 임대차 계약을 해지했다.

문제는 계약 상대방인 건물 소유주들도 수익자에게 배당금을 지급해야 하는 펀드 운용사들이란 점이다. 운용사들이 갑작스러운 계약 해지로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결국 소송으로 이어지는 등 갈등이 늘어나는 추세다.

한 부동산 운용업계 관계자는 “롯데나 CJ를 믿고 임대차 계약을 맺게 되는데 상황이 어렵다고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순 없는 것 아니냐”며 “부동산 IB 업계에서 대기업그룹 임차인에 대한 신뢰가 깎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전했다.

류병화 / 차준호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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