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잘해서 한국 사람이랑 사귀고 싶어요”...중동에 한국어 배우기 바람인데 배울 곳 찾기 힘드네 [파일럿 Johan의 아라비안나이트]

2024. 5. 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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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럿 Johan의 아라비안나이트-22]

중동에 오래 살면서 느낀점 중 하나는 생각보다 ‘한류가 인기가 많다’는 것이었다. K팝과 K드라마 덕분이다. 여기에 한국음식도 인기를 끌고 있다. 예전 현지인들 사이에 쉬는날 ‘스시’를 먹는게 특별한 다이닝이었다면 이제는 ‘코리안 바베큐’를 먹는게 트렌드인 것이다.

때문에 체계적인 한국어 교습 기관의 부재는 조금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한국문화가 좋아서 이제는 자막없이 한국드라마를 보고 싶어하는 현지 외국인들의 열망을 모두 담기에는 중동지역이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체계적인 인프라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현지에 살고 있는 한국인 교민의 자녀들이 배울 수 있는 한글학교도 부족한 실정이었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중동지역 중에 한국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두바이에서도 이러니 다른 곳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때문에 한국어를 체계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기관의 설립은 중동 지역에 거주하는 모두의 오랜 숙원이었으니…

중동 거점 세종학당 UAE에…한국어 교육 보급 총괄
문병준 주두바이대한민국 총영사가 샤르자 거점 세종학당 개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이러한 속사정이 있었기에 최근 아랍에미리트의 샤르자 국립 도서관인 지혜의 집(House of Wisdom)에서 열린 ‘거점 세종학당 개원식’에는 시작전부터 많은 관심이 모여졌다.

이 자리에는 문병준 주두바이대한민국 총영사, 이용희 주아랍에미리트한국문화원장, 셰이크 파힘 알 카시미(H.E. Sheikh Fahim) 샤르자 정부관계부 집행위원장, 샤르자국립대학교 총장, 신민철 아랍에미리트연합국 한인회장 및 현지 한국어 교육 전문가 등 총 50여 명이 참석했다.

‘거점 세종학당’은 재단의 지역본부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 재단에서 직접 설립·운영하는 해외사무소를 말한다. 베트남(2017년), 인도네시아(2017년), 미국(2018년), 프랑스(2021년)에 이어 다섯 번째로 설립된 샤르자 거점은 앞으로 중동 지역 한국어 확산의 총괄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재단 이해영 이사장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아랍의 문화 수도’ 샤르자에 거점 세종학당을 개원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신 현지 관계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앞으로 샤르자 거점 세종학당은 중동·아프리카 지역 외국인 학습자들이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제대로 배우고 향유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샤르자 거점 세종학당은 2024년 상반기 한국어 입문 과정을 개설하고, 하반기부터는 세종학당 기본교육 과정을 바탕으로 한국어 정규 과정과 한글날 행사, 다양한 한국문화 수업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중동 지역에 소재한 11개국 14개 세종학당을 밀착 지원하는 기능과 한국어교원 양성과 재교육, 교재 출판 등 현지 한국어 확산에 필요한 사업의 중추적인 역할도 수행할 예정이다.

“한국어 배워서 한국친구 사귀고 싶어요”
아랍에미리트 샤르자 대학교에서 열린 한글 시범수업 풍경.
이날 아랍에미리트 세종학당 개원식이 끝나고 오후에는 인근 샤르자 대학교에서 한글 시범수업이 있었다. 세종학당 전문 교사의 가르침 아래 히잡을 두른 여학생들이 옹기종기 교실에 앉아 수업에 참여했다. 교사가 칠판을 보면서 “기역 니은 디귿”이라고 읽자 학생들 역시 따라했다.

이날 수업을 진행한 정연숙 세종학당 교사는 “학생들이 K드라마나 K팝에서 한국어를 처음으로 접하고, 더 나아가 구체적으로 문자로 배우고 글을 배우면서 구현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느꼈다”며 “본인들이 원래부터 흥미가 있기 때문에 굉장히 집중력이 높고 수업을 잘 경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도 만족감을 나타냈다. 샤르자대학교 4학년에 재학중인 쿨로드 메슬림 씨(23)는 “원어민과 함께 공부하는 것이 실제 발음을 익히고 질문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더 유용하다고 생각한다”며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언어 학습을 선호하며 훨씬 더 좋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집중하면서 한글 수업을 경청하고 있다.
한국어를 잘하게 되면 무엇이 하고 싶냐는 질문에는 그는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여 한국 사람들과 대화하고, 친구를 사귀고, 언어 장벽을 극복하고 싶다”며 “작년 한국에 가려 했지만 못했다. 올해는 꼭 가고 싶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국어로 말하고 한국을 좋아하며 한국을 위해 일하기를 바라는 외국인들이 우리의 든든한 우군임은 물론이다. 따라서 한국의 문화영토를 넓히고 국가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세계 각지의 한국어 애호인을 적극적으로 품을 필요가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한국어 보급체계는 중국 ‘공자학원’, 독일 ‘괴테인스티튜트’, 영국 ‘브리티시 카운슬’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갈길이 멀다. 적극적인 한국어 보급을 위해 해외 한국어 전문기관인 세종학당을 강화하고 앞으로도 한국어와 한국 문화의 해외 보급에 대해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원요환 UAE항공사 파일럿 (前매일경제 기자)]

john.won320@gmail.com

아랍 항공 전문가와 함께 중동으로 떠나시죠! 매일경제 기자출신으로 현재 중동 외항사 파일럿으로 일하고 있는 필자가 복잡하고 생소한 중동지역을 생생하고 쉽게 읽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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