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A 투어 복귀 못하면 은퇴!"..로고 없는 '빈 모자' 쓴 노승열, 그래서 더 강해졌다

김인오 기자 2024. 5. 3. 13:2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노승열, 임성재 기권으로 더 CJ컵 바이런 넬슨 출전
첫날 2언더파 69타 치고 중위권 랭크
"올해 안되면 은퇴한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
노승열이 2일(현지시간) 더 CJ컵 바이런 넬슨 1라운드를 마친 후 경기 소감을 밝히고 있다.

(MHN스포츠 매키니(미국), 김인오 기자) "올해 잘 안되면 은퇴한다는 생각으로 골프채를 휘두르고 있어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멤버로 오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노승열이 그야말로 '배수진'을 쳤다. 7개월 전 태어난 딸을 보면서 어깨는 더 무거워졌지만 후회가 남지 않도록 '마지막 승부수'를 던지겠다는 각오다.

노승열은 2일(현지시간) 미국 택사스주 댈러스 인근 매키니시의 TPC 크레이그 랜치(파71)에서 열린 PGA 투어 '더 CJ컵 바이런 넬슨' 1라운드를 2언더파 69타, 공동 77타로 마쳤다. 2라운드에서 타수를 줄여낸다면 컷 통과도 가능한 위치다.

행운의 출전 기회를 귀하게 사용했다. 노승열은 애초 이번 대회 156명 엔트리 안에 들지 못하고 대기 순번 4번을 부여받았다. 4명의 선수가 기권을 해야 출전할 수 있었다.

출전이 불투명했던 노승열은 대회 전 연습라운드를 하면서 차분하게 기다렸다. 2명이 기권하면서 1일 저녁에는 대기 순번이 2번까지 올랐다.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그래도 기다릴만한 순번이었다.

노승열이 2일(현지시간) 열린 더 CJ컵 바이런 넬슨 1라운드에서 퍼트 방향을 살피고 있다.

개막 당일에는 첫 조가 출발하기 전 일찍 골프장에 도착했다. 다행히 대회장 근처 15분 거리에 집이 있어 이동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오전 8시 15분에 전화벨이 울렸다. PGA 투어 직원은 노승열에게 출전 확정을 통보했고, 30분 후인 8시 45분에 티박스로 달려갔다.

디펜딩 챔피언 제이슨 데이(호주)와 전 세계랭킹 1위 조던 스피스(미국)가 노승열을 반갑게 맞아줬다. 현재 투어에서의 위치는 조금 다르지만 과거 함께 라운드를 한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라 큰 부담은 없었다.

이날 노승열에게 기회를 준 기권 선수는 후배 임성재였다. 그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일정을 소화하면서 감기 몸살이 왔고, 1라운드 아침에 기권을 선언했다.

마음 졸이는 시간을 보낸 탓에 다른 선수보다 호흡이 고르지 않았고, 데이와 스피스를 따르는 수많은 갤러리의 응원도 견뎌야 했다. 갤러리 중에 동양인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주눅들지 않고 플레이를 이어갔다. 전반에 버디 1개와 보기 1개로 기회를 엿보던 노승열은 후반에 보기 없이 버디만 2개를 잡아내 중위권 성적표를 제출했다. 

긴장된 18홀 경기, 그리고 긴 하루를 보낸 노승열은 의외로 담대했다. 그는 "(임)성재 덕분에 경기를 할 수 있어 즐거웠다. 그보다 성재가 빨리 컨디션을 회복했으면 좋겠다"며 후배를 걱정한 뒤 "최고 기량을 가진 두 선수에게 많이 배운 하루다. 둘 다 아이언 플레이가 탁월했다. 내가 조금 더 좋아지려면 아이언 연습에 집중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1라운드를 돌아봤다. 

2012년 PGA 투어에 데뷔한 노승열은 2014년 취리히 클래식에서 첫 우승을 거두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우승 이후 이렇다 할 성적에 내지 못했고, 2017년 군에 입대해 PGA 투어로 돌아왔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노승열이 2일(현지시간) 열린 더 CJ컵 바이런 넬슨 1라운드에서 샷을 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컷 탈락을 반복하면서 페덱스컵 랭킹 172위로 마쳤고, 결국 시드를 잃었다. PGA 투어는 페덱스컵 랭킹 125위 이내 선수들에게 다음 시즌 시드를 준다. 연말에 큐스쿨에 도전했지만 역시 실패했다. 올 시즌은 콘페리투어(2부 투어)에서 활동하며 PGA 투어 재진입을 노리고 있다.

노승열에게 최근 근황을 물었다. 그런데 마음 깊숙한 곳에 담아 두었던 어려운 얘기를 털어놨다. 미국에서 함께 고생하는 아내와 가족에게 말할 수 없었던 고민이었을까. 긴 얘기 후 그의 표정은 한층 밝아졌다. 

노승열은 "약 7년 동안 톱10에 한 번도 들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자신감을 많이 잃었다. 샷이 안되니까 첫날 잘 쳐도 다음날이 되면 또 걱정을 하게되고 경기를 망치게 된다. 진짜 평범한 선수, 아니 평균 이하의 선수가 되버렸다. 그래도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다. 7개월 전에 태어난 딸을 보면서 힘도 얻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그간의 마음 고생을 얘기했다. 

후원사 로고가 없는 '빈 모자'를 쓰고 있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변변한 지원 없이 힘들게 이어가고 있는 투어 생활, 거기에 가장의 무게까지 견뎌내고 있었다.

그래서 포기는 없다고 했다. 노승열은 "재작년부터는 골프를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렇다고 한국이나 다른 나라 투어를 간다는 생각은 안했다. 올해가 마지노선이라 생각한다. 안되면 은퇴를 한다는 생각으로 단단하게 준비했고, 시즌에 임하고 있다. 끝까지 미국 무대에서 도전하고 싶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노승열은 이번 대회를 '터닝포인트'로 삼고 있다. 성적보다는 무너진 멘탈을 다시 일으키고, 최고의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부족한 부분을 확인하는 것으로도 만족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도 익숙한 코스이고 좋은 스코어를 낸 적도 있어서 기대감은 감추지 않았다. 

노승열은 "지난해 이 대회 1라운드를 11언더파로 끝내고 선두에 올랐다. 아무래도 좋은 기억이 있으면 긍정적인 플레이가 가능할 것 같다. 오늘은 대기를 하다가 연습을 20분밖에 못했는데 내일은 충분한 연습으로 짜임새 있는 경기를 펼쳐보겠다"며 선전을 다짐했다. 

사진=매키니(미국), 김인오 기자. Getty Images for THE CJ CUP Byron Nelson

노승열이 2일(현지시간) 열린 더 CJ컵 바이런 넬슨 1라운드에서 샷을 하고 있다.

 

 

Copyright © MHN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