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가슴곰 복원 사업 20년…"온 국민 사랑받은 푸바오처럼 반달곰에도 관심을"

2024. 5. 3. 13:1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두성 ‘반달곰친구들’ 고문
우두성 '반달곰친구들' 고문이 지리산에서 밀렵꾼이 설치한 올무를 제거하고 있다. [사진 반달곰친구들]

'한국 출생 1호 판다'로 폭발적 인기를 누린 푸바오가 지난달 한국인들과 아쉬운 이별을 고했다.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따라 중국 쓰촨성 '자이언트판다 보전연구센터'로 옮겨지면서다.

푸바오는 떠났지만 곰을 보전하기 위한 복원 사업은 국내에서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1982년 천연기념물 지정에 이어 2012년엔 멸종 위기 야생동물 1급이 된 반달가슴곰이 대상이다. 전남 구례군을 기지로 삼고 2004년 러시아에서 반달가슴곰 여섯 마리를 들여와 방사한 것으로 시작된 복원 사업이 올해로 20년째다. 그 결과 국내에 서식하는 야생 반달곰은 지난해 86마리까지 늘었다.

이에 대해 사단법인 '반달곰친구들' 우두성 고문은 “멸종 위기라는 게 알려진 시점엔 반달곰도 푸바오 못지않게 귀한 대접을 받았는데 개체 수가 늘면서 오히려 관심이 덜해진 것 같다"며 "개체 수를 늘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서식지 보호라는 측면에선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구례 토박이인 우 고문은 1996년 지리산자연환경생태보존회를 설립한 뒤 30년 가까이 국립공원 보전에 앞장서 왔다. 반달곰 복원 사업을 이끈 주역이기도 하다. 반달곰으로 대표되는 야생동물 보호를 위해 2017년 ‘반달곰친구들’을 창립해 초대 이사장을 지낸 뒤 현재는 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단군신화에도 등장하는 반달곰은 일제강점기를 지나 한국전쟁과 산업화 과정 등을 거치면서 주요 서식지가 파괴되거나 포획에 내몰리며 생존 기반을 잃었습니다. 1980년대 들어서는 전국적으로 보신 풍조가 만연하면서 밀렵도 기승을 부렸고요. 반달곰을 잡기 위해 지리산에 전국의 밀렵꾼들이 몰려들었죠. 온 산이 총포와 스프링 올가미, 감자 폭탄, 청산가리 등 밀렵구로 가득했어요. 이런 불법을 방치한 결과 10년 만에 대여섯 마리로 급격히 줄었습니다."

무자비한 밀렵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반달곰 이야기가 당시 매스컴을 타면서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이후 1996년 야생동물 매매가 금지된 데 이어 야생동물보호법·총포화약류단속법 등 관련 법이 잇따라 시행되면서 자연 생태계가 조금씩 되살아났다. 그 사이 반달곰 서식지도 지리산을 넘어 백두대간을 따라 점차 그 범위가 넓어지는 추세다.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에 따르면 강원도 비무장지대는 물론 최근 화천군 평화의 댐 인근에서도 반달곰 발자국이 발견됐다.

"반달곰이 안정적으로 서식하려면 우선 나무가 커서 구멍에 들어가 잠도 자고 새끼를 기를 수 있을 정도여야 합니다. 곰이 살려면 최소한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자연림이어야 하죠. 우리 국토의 70%가 산이라고는 하지만 천연숲이 적고 대부분 조림지예요. 또 야생동물이 살아가려면 최소 400㎢는 돼야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그 규모를 유일하게 충족하는 곳이 바로 지리산입니다."

지난해 2월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사업이 환경부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면서 지리산을 끼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도 케이블카 설치 추진에 나서는 모습이다. 남원시 육모정과 지리산 정령치를 잇는 13㎞ 구간에 전기 열차를 설치하는 지리산 산악열차 시범사업도 예정돼 있다. 우 고문은 "산이 깎이고 쪼개질수록 반달곰이 살아갈 곳도 사라진다"고 안타까워했다.

"옛 어른들은 산에 갈 때 여럿이 노래를 부르며 가거나 지팡이로 돌을 탁탁 쳐서 일부러 소리를 냈어요. 큰소리를 싫어하고 겁이 많은 곰에게 '여기 사람이 지나고 있으니 오지 말라'고 알려주는 배려였죠. 국립공원공단이 10년간 수집한 위치 정보만 봐도 반달곰이 탐방로 주변 10m 이내에 찍힌 건 0.4%에 불과하거든요. 멸종 위기의 반달곰을 지키려면 그들이 '야생'임을 우선 인정해야 합니다. 복원하거나 방사하는 대상을 넘어 그저 숲에 살게만 해주면 돼요. 그게 진정 반달곰과 공생하는 길입니다."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SUN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