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과격 시위 확산에 민주당 골머리…해결 열쇠 쥔 네타냐후 [필동정담]
유럽 파시즘 쌍두마차였던 독일과 이탈리아는 같은 노선인 프랑코를 대놓고 지지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는 중립을 외치면서도 공산주의에 반대해 프랑코 뒤를 봐줬다. 하지만 당시 미국과 유럽 지식인들은 정부 뜻을 거슬러 프랑코에 대항하고자 의용부대를 꾸려 스페인에 갔다. 소설가 조지 오웰이 스페인에서 친공화국 의용부대원으로 참전해 쓴 ‘카탈로니아 찬가(Homage to Catalonia)’도 그때 나왔다.
미국 대학가는 다양한 인종의 용광로인 만큼 국제 전쟁은 학생들 관심사다. 미국 개입을 놓고 찬반 논의와 시위가 빈번하다. 1968년 베트남전쟁과 2003년 이라크전쟁에 미군 참전 반대 시위가 대표적이다.
흥미로운 점은 학생들 판단이 결과적으로 옳았다는 것이다. 베트남전과 이라크전 모두 엄청난 재정과 인력을 쏟아붓고도 소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스페인 내전 역시 미국 대학생과 지식인들의 희망과 달리 프랑코가 집권하면서 스페인은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는 1975년 죽을 때까지 장기 독재하면서 갖은 탄압을 자행해 막대한 인명 피해를 냈고 자급자족을 강조하며 경제를 나락에 빠트렸다. 프랑코에 반대한 미국 대학생들의 선견지명이 옳았던 것이다.
최근 미국 대학가에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을 놓고 반전(反戰) 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컬럼비아대를 시작으로 미국 내 30개 이상 대학으로 번져 지금껏 1000여 명이 체포됐다. 서부 로스엔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지를 놓고 학생들 간 충돌도 발생했다. 일부 대학은 출입을 통제하고, 과격 학생들은 일부 건물을 점거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공격과 인질 납치에 대한 이스라엘 측 보복 규모가 과도하고 장기화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실제 이스라엘군 공격은 3만명 넘는 사망자와 140만명에 달하는 피란민을 발생시켜 ‘팔레스타인 제거’가 목표가 될 정도로 잔인하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피란민들이 모여있는 가자 지구 남단 라파에 대한 공격을 예고하자 세계 여론은 들끓고 있다.
대다수 학생은 미국 정부가 인명 살상을 멈추지 않고 있는 이스라엘을 계속 두둔하는데 반대한다. 공정과 인권,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에 민감한 젊은이들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무자비한 공격과 뻔뻔한 발언을 더 이상 참기 힘들다. 네타냐후는 “반유대주의 폭도들이 미국 주요 대학을 점령했다. 이는 1930년대 독일 대학에서 일어난 일을 연상시킨다”면서 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로 비유했다.
하지만 미국 여론은 이에 반발한다. 2차 대전 때 이스라엘이 당한 홀로코스트와 달리 이번엔 자신들이 가해자가 돼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학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근본적인 배경에는 나라에 따라 차별 대응하는 미국 대외정치의 ‘이중잣대’가 숨겨져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이스라엘의 거친 행보와 이로 인한 미국 내 반감은 최대 악재 중 하나다. 유대인 표 계산에 분주한 정치권은 선뜻 ‘반이스라엘’을 떠들 분위기가 아니다. 2017년 분쟁 지역인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공식 수도로 인정하는 등 바이든처럼 친이스라엘 행보인 도널드 트럼프 역시 학생들 시위에 사실상 침묵하고 있다. 바이든은 네타냐후에게 팔레스타인 공격을 멈춰달라고 전화로 사정할 뿐이다. 하지만 결정은 막가파인 네타냐후에 달렸다.
김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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