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FA 한국형 승강제 시스템 구축? 규정 보완 등 기본부터 충실해야

김형중 2024. 5. 3.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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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닷컴] 김형중 기자 = 기본이 안 되어 있으면 내실은 없다. 당연한 이야기다.

대한축구협회(KFA)는 2020년 K3와 K4리그를 출범시켰다. 모태는 실업축구였다. 2007년 실업축구인 내셔널리그의 하위 리그 개념으로 K3리그가 처음 출범했다. 이후 2020년 프로 리그인 K리그1과 K리그2와 아마추어 동호인 리그인 K5~K7리그 사이의 허리 역할을 하는 세미프로 리그로서 K3, K4리그 새출발 한 것이다.

지난 3월 협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형 승강제 시스템을 발표했다. 협회는 “2부 리그(K리그2)와 3부 리그(K3리그)간의 승강제를 실시하기로 프로축구연맹과 최근 합의했다. 2026년 시즌 성적을 기준으로 2027년 승격과 강등팀이 정해진다. 4부(K4리그)와 5부(K5리그)간 승강도 동시에 실시하기로 했다. 이로써 프로축구인 1부리그부터 동호인 축구인 7부리그까지 한국 성인 축구 전체의 승강 시스템이 3년 뒤에 사실상 완성될 예정이다. 프로축구가 첫 출범한 1983년 이후 44년만에 구축하게 된 것”이라고 발표했다.

한국형 디비전 시스템 구축은 2013년 협회 수장에 오른 정몽규 회장이 2016년 발표한 주요 추진 목표 중 하나였다. 축구 종주국 잉글랜드처럼 프로와 아마추어 간의 원활한 승강제를 통해 저변을 확대하고 기반을 탄탄하게 만들겠다는 것이 취지다. 결국 지금까지 운영되지 않았던 프로와 세미 프로(K2~K3), 세미프로와 아마추어(K4~K5) 사이의 승강제를 도입해 1부부터 7부까지 오가는 진정한 승강제를 이룬다는 것이다.

여러가지 난항이 있었다. 특히 프로와 세미프로 사이의 의견 차가 컸다. 그러나 K3리그를 운영하는 협회와 K리그2를 운영하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치열한 논의 끝에 다양한 보완책을 마련하며 합의했다는 게 협회의 설명이다.

이론만 보면 매우 올바른 길이다. 하지만 최근 일어난 사건을 보면 시기상조일 수 있다는 걱정이 앞선다.


지난 27일 목포에서 열린 목포시민축구단과 강릉시민축구단의 K3리그 경기에서 굉장히 위험한 일이 발생했다. 강릉시민축구단의 박선주가 공중볼 경합 중 상대 선수와 머리끼리 충돌하며 큰 부상을 입었다.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머리 뼈가 보일 정도로 이마가 깊게 찢어졌다고 한다. 그러나 대회 규정 탓에 박선주는 구급차를 이용하지 못했고, 예비로 대기해 있던 승합차를 타고 목포기독병원으로 후송되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상태가 좋지 않아 신속히 상급병원으로 옮겨야 한다는 담당 의사의 소견이 있었지만 해당 병원에 구급차가 없는 상황이었다. 구단과 가족은 경기장에 배치된 구급차 사용을 요청했지만 경기 감독관이 거절했다. 규정상 안 된다는 것이었다. 결국 사설 구급차를 통해 상급병원으로 이송됐고, 다행히 수술을 잘 마칠 수 있었다.

박선주가 경기장에 대기한 구급차를 사용하지 못한 것은 경기 감독관과 주심의 판단이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의식이 없거나 심장 이상 등 상황에서만 구급차를 이용한다. 박선주는 의식이 있었기 때문에 현장에서 일반 차량을 이용하면 된다고 판단했다. 구급차가 사용되면 복귀까지 경기는 중단된다"라고 전했다.

대한축구협회가 운영하는 K3, K4리그의 규정 제24조 4항에 따르면, 경기장에 자동제세동기(AED)와 산소호흡기가 비치된 구급차량 1대 이상을 반드시 배치해야 한다. 또한 배치된 구급차가 경기 중 긴급한 후송 상황으로 경기장을 떠날 것을 대비하여 홈 팀은 예비차량(사무국 차량)을 반드시 준비하고 해당 차량에 '구급차 예비차량'임을 표시하고 경기 중 대기해야 한다. 또한, 유관중 시 관중의 안전을 위해 구급차 추가 배치를 적극 권장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강릉시민축구단 관계자는 "규정을 어긴 쪽은 없다. 다만 규정상 구급차를 사용할 수 있는 조건이 너무 까다롭다. 만약 선수가 이송 중에 의식을 잃었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선수는 자기가 차량에 탑승한 것도 기억 못하고 있다"라며 "규정상 잘못된 부분은 없지만, 운영의 묘라는 게 있지 않나"라며 아쉬워했다.

실제 국제축구연맹(FIFA)도 경기 중 머리 부상에 대해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의식 여부와 관계 없이 머리 부상이 발생할 때에는 주심이 즉각 경기를 중단하고 의료진을 투입한다. 그만큼 엄격하게 다루는 부상 중 하나이고, 그 관리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K3리그는 ‘도전을 향한 열정, 비상하는 K3’를 슬로건으로 쓴다. 선수들의 도전과 열정은 충분하다. 그러나 여건과 환경이 여전히 아마추어라면, 절대 비상할 수 없다.

2027시즌부터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성인 축구 리그가 승강제를 운영한다. K리그2 팀이 K3리그로 갈 수 있고, 반대로 올라올 수도 있다. 2년 여의 시간이 짧겠지만, 대한축구협회는 지금부터 운영 리그의 규정을 손봐야 한다. 그래야 승강제도 원활히 정착할 수 있다.

사진 =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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