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초즙 상처에 쓱”…사람처럼 ‘셀프 치료’하는 오랑우탄, 첫 발견

김예슬 동아닷컴 기자 2024. 5. 3.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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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야생 수마트라 오랑우탄(Pongo abelii)이 얼굴에 상처를 입은 뒤 스스로 약초를 상처에 발라 치료하는 모습이 세계 최초로 발견됐다.

3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수컷 수마트라 오랑우탄인 라쿠스가 식물의 잎을 먹고, 씹어서 으깬 뒤 상처에 발라 치료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라쿠스가 식물 치료를 습득한 배경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연구원들은 이 지역의 다른 상처 입은 오랑우탄도 면밀히 관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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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인도네시아 야생 수마트라 오랑우탄(Pongo abelii)이 얼굴에 상처를 입은 뒤 스스로 약초를 상처에 발라 치료하는 모습이 세계 최초로 발견됐다.

3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수컷 수마트라 오랑우탄인 라쿠스가 식물의 잎을 먹고, 씹어서 으깬 뒤 상처에 발라 치료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이 같은 내용의 논문은 과학 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라쿠스는 오른쪽 눈 아래 뺨이 깊이 파이는 상처를 입었다. 이에 라쿠스는 아카르 쿠닝(학명 Fibraurea tinctoria)이라는 식물에서 잎사귀 몇 개를 따냈다. 아카르 쿠닝은 동남아 열대우림에서 발견되는 덩굴식물로 항균과 항염 작용을 하는 약초로 알려졌다.

라쿠스는 약 30분 동안 약초의 줄기와 잎을 씹어 즙을 낸 뒤 상처에 7분 동안 반복해서 발랐다. 치료 5일 후부터 상처가 아물기 시작했고, 한 달 뒤 라쿠스 얼굴에 났던 상처가 완전히 치유됐다.

연구팀은 라쿠스가 30여 분에 걸쳐 상처 부위에만 즙을 반복해서 발랐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약초를 치료에 이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라쿠스는 다른 부위에는 약초 즙을 바르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 연구가 야생 동물이 약효가 있는 식물을 이용해 상처를 치료하는 행동에 대한 첫 보고라고 밝혔다. 약초를 이용한 적극적인 치료 행동이 인간과 유인원이 같은 조상을 공유한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일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침팬지 등 다른 영장류 동물이 약효가 있는 식물을 씹거나 삼키는 행위는 알려져 있었지만, 상처 치료에 사용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인 것이다.

다만 라쿠스가 약초의 효능을 스스로 알아냈는지, 아니면 다른 오랑우탄으로부터 배운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라쿠스가 식물 치료를 습득한 배경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연구원들은 이 지역의 다른 상처 입은 오랑우탄도 면밀히 관찰할 예정이다.

논문의 주요 저자인 라우머는 이번 연구 결과와 관련해 “인간과 유사한 행동을 찾은 것이 매우 흥미롭다. 우리는 그들과 비슷하다”면서 “이번 연구가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한 오랑우탄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예슬 동아닷컴 기자 seul5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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