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수석 부활과 대통령 소통의 正道[포럼]

2024. 5. 3.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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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4·29 여야 영수회담이 끝난 뒤 민정수석실을 부활시킨다고 했다.

대통령이 제왕처럼 절대권력을 휘두를 수 있었던 배경인 '민정수석실', 왕수석으로서 '뒷조사'와 '정치적 탄압'을 위해 5대 사정기관(검찰·경찰·국가정보원·국세청·감사원)을 총괄하면서 온갖 정보를 장악하고 이를 정권 유지 수단으로 활용했던 흑역사가 반복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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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윤석열 대통령이 4·29 여야 영수회담이 끝난 뒤 민정수석실을 부활시킨다고 했다. 민정수석은 박정희 정부 때 신설돼 문재인 정부 때까지 운영했던 사정담당 비서 업무를 총괄하는 수석비서관실을 대표하는 자리다. 윤 정부가 2년 전인 2022년 5월 10일 출범하면서 기존 민정수석실이 폐지되고 산하의 법률비서관과 공직기강비서관만이 살아남아 비서실장의 직할 체제로 운영됐다.

민정비서관과 반부패비서관을 폐지한 것은 △여론 및 민심 동향 파악 △공직·사회기강 관련 업무 보좌 △법률문제 보좌 △청와대 직속 감찰 조직의 장이 필요 없어서라기보다는, 과거 정부 시절 폐해가 훨씬 컸다는 진단에 기초했던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일성으로,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으며 세평 검증으로 위장해 국민 신상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다며 그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민정수석실 폐지 이유를 밝혔다. 대선 공약들 중에서도 ‘민정수석 폐지’를 출근 첫날 재확인했던 것은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를 청산하겠다는 구상의 일단을 피력한 것으로, 윤 정부가 역점을 둔 정치개혁 의제 가운데 하나였다.

말 그대로 국민의 안녕 유지 및 행복 증진을 꾀하는 행정, 즉 국민의 뜻과 생활 형편(民情·민정)을 살피는 일이 부족했었다는 진단을 바탕으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과 국민 간의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불통·독선의 이미지가 굳어졌고 이런 평가가 지난 총선 결과로 나타났다고 본 것이다. 취임 직후 출근길 문답(doorstepping) 등 참신한 시도가 없지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국민의 뜻과 생각을 잘 들으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적대적인 여야 관계를 고려하면 더욱더 국민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려 애쓰는 모습이 절실한 덕목일 수밖에 없다.

민정수석실 부활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윤 정부의 초심대로 청와대를 포기하고 용산시대를 열었던 처음의 마음가짐을 유지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제왕처럼 절대권력을 휘두를 수 있었던 배경인 ‘민정수석실’, 왕수석으로서 ‘뒷조사’와 ‘정치적 탄압’을 위해 5대 사정기관(검찰·경찰·국가정보원·국세청·감사원)을 총괄하면서 온갖 정보를 장악하고 이를 정권 유지 수단으로 활용했던 흑역사가 반복돼선 안 된다. 미국이 1930년대 대공황으로 국민이 어렵던 시절 불황 극복을 위해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노변담화 방식으로 국민에게 라디오를 통해 호소했던 것처럼, 한 걸음 한 걸음 국민에게 다가가 마음의 문을 열게 해야 한다.

노동·연금·의료·교육 개혁 등 국정 어젠다를 이성적 근거에 기반해 과학적인 방식으로 추진하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하지만 절대적 열세인 입법부 구조를 생각하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정서적으로 그리고 진심으로 국민과 소통하려는 모습을 자주 보이는 것이 훨씬 우선순위가 높다. 국민을 논리로 설득하려 하기보다는 같은 눈높이에서 먼저 손을 내밀고 끌어안는 모습의 첫걸음이, 소통을 위한 민정수석실 부활이기를 기대한다. 치솟는 생활물가 등으로 지친 국민은 설득의 대상이 아니라 소통의 대상이다. 출근길 문답 등 진솔하게 노력하는 대통령의 진정성이 절실한 때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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