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시급한 ‘사회적 대화’[뉴스와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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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머리띠와 주먹 구호.
근로자의 날인 1일 서울 광화문과 국회 앞에 모인 양대 노동단체들의 모습은 1980년대와 다르지 않았다.
노동 관련 제도는 물론 사회적 대화의 틀도 변함이 없다.
세상은 바뀌고 있는데, 노동계는 물론 사회적 대화도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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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머리띠와 주먹 구호. 근로자의 날인 1일 서울 광화문과 국회 앞에 모인 양대 노동단체들의 모습은 1980년대와 다르지 않았다. 노동탄압, 노동해방 등이 쓰여 있는 깃발에 ‘파업가’‘연대투쟁가’ ‘단결투쟁가’ 그 당시 쟁가도 여전했다. 양대 노총 집행부들이 단상에서 대정부 투쟁 구호를 외치고 시위 참여자들이 따라 하는 ‘아지’ 방식도 그대로였다. 젊은 세대들이 양대 노조에 이질감을 느끼는 이유이기도 하다. 외국인 관광객의 눈에는 근대 역사 재연 행사라고 설명해도 믿을 것으로 보인다. 안타까운 것은 이는 재연 행사가 아닌 현재의 노사정 단면이라는 점이다.
1980년대와 2024년은 다른 시대를 넘어 다른 나라다. 노동 시장 환경은 디지털, 에너지 산업 전환에 따라 빠르게 변해왔고 일자리도 바꿨다.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면서 이전 공장 시대의 제조업 일자리는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과거 제조업 등 2차 산업의 비중은 국내총생산(GDP)의 40%를 넘었다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반면, 서비스업 등 3차 산업 비중은 40% 선에서 현재 60%를 넘어섰다. 종사자를 비교하면 더 커진다. 2021년 시행한 경제총조사를 보면 제조업 종사자 비율은 28%, 서비스 업종 종사자 비율은 72%로 벌어졌다. 일자리가 다양해지면서 갈등 구조도 달라지고 있다. 제조업 중심의 과거엔 노동계와 경영계로 이원화됐던 갈등 구조가 현재는 원청과 하청, 정규직과 계약직, 노동계와 영세상인, 청년과 중장년, 생산자와 소비자 등 복잡다단해지고 있다. 이에 따른 부작용은 이미 차고 넘친다. 변화에 맞는 법과 제도가 개선돼야 하지만, 구시대적인 현재의 노사 시스템으론 요원할 수밖에 없다. 한석호 전 전태일재단 사무총장은 지난 30일 문화정책포럼에서 “노사관계는 87년 체제의 노동 대 자본, 노동단체 대 경제단체의 대립 시스템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동 관련 제도는 물론 사회적 대화의 틀도 변함이 없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극복·국민 통합을 위한 사회적 합의 기구로 노사정위를 출범한 뒤 대타협을 이뤄냈지만, 이후부터 현재까진 사실상 공전을 거듭해오고 있다.
사회적 대화 기구부터 재구조화해야 한다. 먼저 현재 전체 노동자의 12%에 불과한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양대 노조 외에 88%의 미조직 근로자를 참여시킬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대기업 정규직보다 열악한 수많은 영세 자영업자의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 이들의 대표성을 찾기 어려우면 해외에서처럼 노사정 전문가들로 구성된 개혁위원회를 구성해 의제를 논의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공익위원의 역할을 확대하는 방법도 있다. 기구의 권한도 강화해야 한다. 사회적 대화에 빠져 있는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건강보험을 심의 결정하는 각종 위원회에 적극 참여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아울러 노사정 합의가 무산되지 않고 정책으로 이행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세상은 바뀌고 있는데, 노동계는 물론 사회적 대화도 그대로다. 과거의 대립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한 노사 관계 속에선 정부가 사회적 대화에 기대하는 ‘양보와 타협’은 순진한 이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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