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계산기' 두드리는 네타냐후 vs 신와르…협상 운명 달렸다
"가자 전쟁에 정치적 미래 걸린 두 사람…타협 여지 매우 좁아"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반년 넘게 이어진 가자지구 전쟁이 휴전과 라파 지상전 확대의 기로에 선 가운데 휴전 협상의 운명이 이스라엘과 하마스를 이끄는 두 '강경론자'들의 정치적 계산에 달려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하마스 가자지구 지도자인 야히아 신와르는 모두 가자지구 전쟁에 자신들의 정치적 미래가 걸린 상태다.
두사람은 또한 상대가 원하는 방식으로 휴전을 할 바에는 차라리 전쟁을 계속 이어가겠다며 타협의 여지를 거의 주지 않고 있어 미국과 이집트, 카타르 등의 중재로 이어져 온 휴전 및 인질석방 협상을 가로막는 결정적 방해 요인이 되고 있다.
우선 네타냐후 총리 입장에서는 가자지구 전쟁을 자신을 향한 내부의 비판 여론을 밖으로 돌리는 데에 이용해 온 상황에서 휴전 자체가 달갑지 않은 선택지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네타냐후 총리의 지지율은 이번 전쟁을 촉발한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을 막는 데 실패했다는 책임론에 계속 하락세를 보이다 전쟁이 장기화하고 나서야 안정 국면에 들어섰다.
그러나 이스라엘 국민 사이에서는 전쟁이 끝나면 그가 사임해야 한다는 여론이 여전히 지배적이며, 이런 상황에서 장기 휴전에 들어가는 것은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생명을 끝낼 위험이 있다고 WSJ은 짚었다.
또 네타냐후 총리 연정을 뒷받침하는 세력 중 하나인 극우 인사들은 하마스 제거를 위해 휴전 없이 전쟁을 밀어붙이라고 계속해서 압박하는 상황이다.
전직 이스라엘 고위 외교관인 알론 핀카스는 WSJ에 "네타냐후 총리의 목표는 단 하나, 그의 정치적 생존이며 이것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며 "이는 곧 상황이 네타냐후 총리의 손에 달려있다면 휴전 및 인질 협상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가자지구 내 하마스 지하 터널 깊숙이 숨어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신와르는 네타냐후 총리와 달리 전쟁이 끝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신와르의 궁극적인 목표는 하마스의 생존으로, 이를 보장하지 않는 휴전 협상에 동의할 바에는 차라리 전쟁을 더 길게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휴전 협상에 참여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신와르는 하마스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전쟁이 완전히 끝나야 한다고 믿고 있다.
따라서 그는 궁극적으로 전쟁 종료로 이어질 장기 휴전을 포함하지 않은 제안에는 동의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WSJ은 짚었다.
특히 신와르는 반년째 이어진 전쟁으로 큰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도 하마스가 앞으로 최소 수개월, 심지어 수년까지도 전쟁을 견딜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에런 데이비드 밀러 선임연구원은 "시간과 지하 터널, 인질들의 존재는 신와르에게 반드시 협상해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하마스 측이 협상을 중재하는 아랍국가들에 전달한 내용에 따르면 신와르는 시간은 자신의 편이며 더 오래 기다릴수록 이스라엘을 향한 국제 사회의 압박 강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타미르 헤이만 전 이스라엘 군사정보국장은 신와르 입장에서 완전한 휴전 없이, 자신과 하마스의 생존 및 재정비를 보장하지 않는 수준의 협상에 동의해 얻는 것보다는 더 나은 협상안을 위해 기다림으로써 얻는 것이 더 많다며 "현재 하마스의 최우선 순위는 전쟁을 멈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이스라엘이 중재국들이 제시한 휴전 협상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협상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마저도 시간을 벌기 위한 네타냐후 총리의 전략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WSJ은 전했다.
협상 내용에 대해 잘 아는 한 당국자는 네타냐후 총리가 일단 제시된 협상안에 동의해 시간을 번 뒤 구체적인 협상 내용으로 들어갔을 때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하마스가 이날 이스라엘 측의 휴전안을 '긍정적인 태도'로 검토하고 있으며 조만간 협상 대표단을 이집트 카이로로 파견하겠다고 밝히면서 네타냐후와 신와르가 강경한 입장차를 좁히고 극적으로 협상 타결에 이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하마스가 휴전안에 동의 의사를 밝힌다면 공은 다시 이스라엘 쪽으로 넘어간다.
네타냐후 총리로서는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걸고 휴전에 대한 결단을 내려야 하는 때가 올 수 있다.
이스라엘 민주주의 연구소의 요하난 플레스너 소장은 "만약 신와르가 (협상안에) 동의한다면, 이는 네타냐후 연정 입장에서 전쟁 이후 가장 어려운 정치적 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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