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민폐’였던 남유럽 ‘PIGS(돼지들)’…이젠 부러움 대상 [디브리핑]

2024. 5. 3.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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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포르투갈 등 관광호조로 경제 성장
“이탈리아·스페인·그리스·포르투갈, EU 성장 20~50%
독일·프랑스 등은 성장 둔화
스페인 마드리드의 대표적인 쇼핑거리 '그란 비아(Gran Via)'. [123rf]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금융위기로 지난 2012년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탈퇴까지 몰렸던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 남부 유럽 국가들의 경제 성장세가 가파르다. 한때 이들 4개국의 국가명 머리글자를 묶어 ‘PIGS(돼지들)’라는 불렸던 오명도 벗어나게 됐다. 반면 독일 등 유럽 주요국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며 유럽의 경제 판도가 바뀐 모습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이탈리아 등 남부 유럽 국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이후 경제가 급속도로 회복되면서 유럽 경제 회복에 기여하고 있다. 수 년 간의 구제 금융과 긴축 정책으로 투자를 유치하고 성장과 수출을 되살리면서 사상 최고의 실업률을 역전시키는 변화를 일으키면서다.

프랑스 무역보험기관 코파스(Coface)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2021∼2023년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포르투갈 등 4개국이 유럽연합(EU) 연간 경제성장의 25~50%가량을 담당했다.

그리스의 경우 마이크로소프트, 화이자 등 다국적 기업의 투자 증가와 기록적인 관광, 재생에너지 투자 등에 힘입어 유로존 평균 성장률보다 두 배 가까운 기록을 보였다. 특히 유럽연합(EU)이 지난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7500억유로(약 11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 패키지를 지원한 것도 경기 침체 대응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그리스의 경제성장률은 2021년 8.4%, 2022년 5.6%, 2023년 2%를 기록했다. 반면 EU 평균 GDP 성장률은 2021년 5.4%, 2022년 3.5%, 2023년 0.4%를 기록했다.

OECD의 보고서에 따르면 그리스 경제는 2024년에는 2%, 2025년에는 2.5%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포르투갈의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1.4% 성장했으며 스페인의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7% 증가했다. 저성장 기조가 두드러졌던 이탈리아도 0.3% 성장률을 기록하며 선방했다.

NYT는 “각국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세금과 법인세를 인하했으며 고용주들이 근로자들을 쉽게 고용하고 해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임시계약의 광범위한 사용을 줄이는 등 한 때 경직된 노동시장에 변화를 밀어붙였다”고 설명했다.

관광 수입 호조도 유럽의 제조업 중심지의 부진을 상쇄하는 데 도움이 됐다. 특히 유로존의 물가 상승률이 안정적인 기조를 보이고 있어 스페인, 그리스 및 포르투갈 경제 성장의 주요 동력인 관광산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4월 유로존 물가상승률은 3월과 마찬가지로 2.4%를 기록해 둔화세가 정체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WSJ는 “남부 유럽 국가들이 후발국에서 성장 동력으로 전환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급감한 관광객이 급격히 회복하고, 에너지 가격 급등에서 무역 갈등에 이르기까지 대륙의 대형 제조업이 겪은 일련의 타격을 모두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경제학자들은 유럽 남부 국가들의 관광호조가 얼마나 더 이어질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지만, 냉각된 인플레이션이 가계의 구매력을 높이고 에너지 비용을 낮추면서 이 지역의 경제 회복이 올해 말에 강화될 것으로 점쳤다.

런던 베렌베르크 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홀거 슈미딩은 “유럽 남부 국가들은 유럽 위기를 계기로 정신을 가다듬었고 구조적으로 이전보다 더 건전하고 역동적이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6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유로타워에서 시민들이 거리를 걷고 있다. 김영철 기자

반면 유로존의 경제 대국인 독일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면서 경기 침체에 직면해왔다. 국제 무역과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하는 수출 중심 모델을 기반으로 경제를 구축했던 탓에 미중 갈등과 같은 지정학적 갈등의 직격탄을 맞았다고 NYT는 전했다.

실제 독일의 1분기 GDP는 전분기 대비 0.2% 증가해 지난해 4분기에 -0.5%를 기록한 데서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했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0.2%를 기록해 지난해 3분기 -0.1%, 4분기 -0.2%에 이어 3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프랑스의 경우 올해 1분기 GDP 성장률은 지난해 동기 대비 1.1% 증가했지만 최근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프랑스의 2023년도 재정 적자는 GDP의 5.5%로 정부 전망치를 크게 상회했다. 프랑스 통계청(INSEE)이 지난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프랑스의 지난해 재정적자는 1540억유로(약 225조원)로 집계됐다. 이에 프랑스 정부는 올해와 내년에 약 200억유로의 저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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