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레오 크림 양이 왜 이래?”…꼼수 인상 ‘슈링크플레이션’, 과태료 문다

김지호 2024. 5. 3.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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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함께 낮췄거나 변경 비율 5% 이하면 예외
공정위 “제조사와 소비자 사이 정보비대칭 해소”
지난해 11월 쿠키 ‘오레오’가 슈링크플레이션 논란에 휩싸였다. 오레오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갈무리
“크림 양이 왜 이래?”

지난해 쿠키 ‘오레오’가 슈링크플레이션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오레오 쿠키 크림이 줄었들었다’는 내용의 글이 확산한 것이다. 크림 양이 두 배로 늘었다는 ‘더블 스터프 오레오’에 정상적인 양의 크림이 들었고 일반 버전에는 덜 들어갔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논란이 지속되자 당시 오레오 제조사인 몬델리즈 측은 “쿠키와 크림의 비율을 바꾸지 않았다”고 의혹을 일축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줄어든다’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눈에 보이는 가격 대신 용량을 줄이는 속임수 의미한다. 한국소비자원
지난해부터 ‘슈링크플레이션(가격 변동 없이 크기와 용량을 줄이는 것)’이 세계적으로 성행했다.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슈링크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이 가격종합포털 참가격에서 관리하는 가공식품 209개를 조사한 결과 1년(2022년 12월~2023년 11월)간 3개 품목 19개 상품의 용량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바프’(HBAF)의 허니버터아몬드 등 견과류 16개 제품, CJ제일제당의 백설그릴비엔나(2개 묶음), 서울우유협동조합의 체다치즈 20매 상품과 15매 상품 등의 용량이 적게는 7.7%에서 많게는 12.5%까지 줄었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설치한 ‘슈링크플레이션 신고센터’에 같은 해 12월8일까지 접수된 53개 상품 중에선 9개 상품의 용량이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몬덜리즈 인터내셔널의 호올스 7종과 연세대학교 전용목장우유 2개 상품의 용량이 10.0∼17.9% 줄었다. 언론에서 다룬 제품 10개도 추가 조사해 9개 제품의 용량이 준 것을 확인했다. 동원에프앤비의 양반 참기름김·들기름김, 해태 고향만두, 오비맥주의 카스 캔맥주(8캔 묶음), CJ제일제당의 숯불향 바베큐바, 풀무원의 올바른 핫도그 등 핫도그 4종의 용량이 1.3∼20.0% 줄었다.
2022년 12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한국소비자원이 가격종합포털 참가격에서 관리하는 가공식품 209개를 조사한 결과 3개 품목 19개 상품의 용량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들의 원성이 커지자 정부는 슈링크플레이션 예방 대책을 내놓았다. 이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제재를 마련한 것이다. 용량을 줄이고도 이를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는 슈링크플레이션 행위가 부당한 소비자거래행위로 지정돼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3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사업자의 부당한 소비자거래행위 지정 고시’ 개정안을 발령했다. 이번 고시 개정으로 물품을 제조하는 사업자가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고 용량 등을 축소하는 행위는 앞으로 부당한 소비자거래행위로 분류된다.

상품 제조업자는 용량이 축소될 경우 ▲포장 등 표시 ▲제조사 홈페이지 게시 ▲제품 판매장소(온라인 포함) 게시 중 하나의 방법으로 용량이 변경된 날로부터 3개월 이상 이를 소비자에게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 의무를 위반할 경우 소비자기본법에 따라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다만 용량 축소 시 가격을 함께 낮춰 단위가격이 변하지 않거나 용량 변경 비율이 5% 이하인 경우는 고지 의무가 부여되지 않는다.

이번 고시 개정은 기업들이 상품의 용량·규격·중량·개수를 축소하고도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아 소비자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실질적인 가격 인상을 부담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추진됐다.
용량 축소 시 가격을 함께 낮춰 단위가격이 변하지 않거나 용량 변경 비율이 5% 이하인 경우는 고지 의무가 부여되지 않는다. 한국소비자원
공정위는 사업자들이 개정 고시를 준수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배포할 예정이다. 개정 고시는 사업자 준비 기간 등을 고려해 발령일로부터 3개월 후인 오는 8월3일부터 시행된다.

용량 변경 고지 대상 품목은 가공식품류 80개와 일용잡화 및 생활용품류 39개다. 단위가격 표시의무품목과 한국소비자원 및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가격 조사 대상 품목 등을 참고로 해 실생활에 밀접한 품목이 선정됐다.

공정위는 “이번 개정안으로 제조사와 소비자 사이 정보비대칭을 해소하고 소비자들이 온전한 정보를 바탕으로 더욱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기업이 시장에서 더 인정받는 거래 문화가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지호 기자 kimja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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