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애리조나주, 부활할 뻔했던 ‘160년 전 임신중지 금지법’ 폐지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160년 전 제정된 임신중지 금지법이 법원 판결로 부활할 뻔했다가 이를 영구 폐지하는 법안이 입법되면서 효력을 잃게 됐다.
AP통신은 2일(현지시간) 민주당 소속인 케이티 홉스 애리조나 주지사가 임신중지 금지법 폐지 법안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홉스 주지사는 “오늘 우리는 1864년 남북전쟁 시대의 임신중지 전면 금지법을 폐지했다”며 “생식·출산을 선택할 여성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내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고 밝혔다.
임신중지 금지법 폐지안은 입법 회기 종료 후 90일이 지난 오는 8월에 발효된다. 이 법은 6월 초순부터 몇 주간 효력을 지닐 수 있지만, 애리조나주 법무부는 이 기간에도 임신중지 범죄 혐의를 적용해 기소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1864년 제정된 임신중지 금지법이 폐지되면 2022년 제정된 임신 15주 이후의 임신중지 금지법만 유지된다.
앞서 애리조나주 대법원은 지난달 9일 산모의 생명이 위태로운 경우를 제외하고 강간이나 근친상간에 의한 임신에도 모든 시기에 임신중지를 전면 금지한 1864년의 주법을 다시 시행할 수 있다고 판결해 이 법이 부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이에 민주당 소속 주 의원들은 ‘1864년 임신중지 금지법 폐지 법안’을 발의했고, 이 법안은 지난달 24일 주 하원을 통과했다. 이어 상원에서도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힘을 보태면서 이 법안이 의회 문턱을 넘을 수 있었다.
애리조나주는 특히 미 대선의 승패를 좌우할 경합주로 꼽혀 임신중지 금지법을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의 주요 관심사로 다뤄졌다.
앞서 공화당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임신중지 문제에 대해 “각 주가 투표나 입법에 의해 결정할 사안이며, 결정된 것은 해당 주의 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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