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패전에 ‘아홉수’까지 떠올린 전 승률왕···엄상백의 ‘2승’ 소감 “에라 모르겠다 하고 던졌다”[스경x인터뷰]

김은진 기자 2024. 5. 3. 10:3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KT 위즈 제공



엄상백(28·KT)은 2022년 승률왕이었다. 2021년 후반기에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해 완전히 안정된 투수가 되어 돌아온 엄상백은 이듬해 선발과 중간계투를 오가면서 대활약을 했다. 33경기에서 11승2패 평균자책 2.95를 기록했다. 33경기 중 선발로 22경기에 등판했고 10승(2패)을 거뒀다. 그해 승률 0.846으로 승률왕을 차지했다.

지난해에도 후반기에 부상으로 멈출 때까지는 7승(6패)으로 무난히 달렸던 엄상백은 올시즌 시작에는 좀처럼 이기질 못했다. 4월까지 등판한 7경기에서 벌써 6패(1승)를 기록했다. 이기지 못하면 전부 패전을 안았다. 현재 리그 최다 패전 투수다.

개막 직후에는 구위가 올라오질 않았지만 4월 들어서는 좋은 공을 던지기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는 도무지 풀리질 않았다.

5월의 첫 경기, 지난 2일 광주 KIA전에서 엄상백은 오랜만에 승리투수가 됐다. 5이닝 6피안타(2홈런) 9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고 KT가 12-5로 승리했다. 엄상백은 2승째를 거뒀다. 4월9일 NC전(5이닝 4피안타 1실점) 이후 첫승이었다.

이날도 초반에는 엄상백에게 승운은 없어 보였다. 1회말에 2루타, 내야 안타, 도루, 볼넷으로 1사 만루 위기에 몰린 뒤 희생플라이로 선제점을 내줬고, 2회말에는 선두 두 타자 이우성과 한준수에게 연속으로 솔로홈런을 맞았다. 둘 다 엄상백이 잘 던지는, 느린 체인지업에 맞은 홈런이었다.

KT 엄상백이 지난 2일 광주 KIA전에서 온힘을 다해 투구하고 있다. KT 위즈 제공



홈런이 연속으로 나오자 엄상백은 마치 ‘너무한다’는 표정으로, 공을 다시 받아 터덜터덜 마운드로 돌아갔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 뒤 완벽한 투구를 했다. 2개의 홈런 이후 엄상백은 2회초와 4회초 각각 2루타 1개씩만 맞은 채 12명의 타자를 전부 삼진과 범타로 잡아냈다. KIA에서 가장 뜨거운 타자 김도영은 삼진 2개와 직선타로 돌려세웠다. 전부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썼다.

엄상백은 경기 뒤 “잘 될 때 보면 타자가 잘 친 타구가 정면으로 가 잡히고 그러는데 나는 요즘 계속 빗맞은 안타가 많이 나왔다. 그런 게 하나 나오면 공을 5~10개는 더 던지게 된다. 홈런도 너무 많이 나오고 그러니까, 내가 (한국나이로) 29살인데 ‘이거 아홉수인가’ 하는 생각까지 했다. 그래서 오늘도 홈런 맞은 뒤로는 진짜 ‘에라 모르겠다. 그냥 나 할대로 던지자’하고 던졌다”고 말했다.

전과 달리 유난히 경기가 안 풀리고 그렇다보니 투구 수가 초반에 크게 늘어 이닝을 오래 버티지 못하는 경기가 많았다. 이날도 엄상백은 2회를 마친 뒤 투구 수가 이미 59개였다. 그러나 이후 호투해 5회까지 106개를 던지고 투구를 끝냈다.

엄상백은 “항상 많은 이닝을 던져야겠다는 생각 하나만 하고 등판한다. 오늘도 못해도 5이닝은 던져야겠다 생각하고 마운드 올라갔는데 2회 끝나고 보니 이미 60개를 던졌길래, 어떡하나 오늘도 진짜 사고다 생각했다”며 “솔직히 공은 지금 계속 좋아지고 있다. 공은 좋은데 그래도 결과가 좀 나와야 치고 나가는 힘을 받는데 계속 안 풀리기만 하고 1승6패를 하니까 어지러웠다. 못 던져서 패전했으니 할 말 없지만 그래도 이거 계산해보면 25패 페이스”라고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웃었다.

KT 위즈 제공



그래도 5월의 시작, 잘 버텼고 타자들의 도움도 받았다. 2회말 연속타자 홈런을 내준 뒤 잘 버텨내자 KT 타선이 3회초 바로 5점을 뽑아 역전해줬다. 상대 KIA의 실책이 쏟아지기도 했다.

엄상백은 “어쨌든 오늘 승리를 했다. 과정보다 결과 갖고 좋은 생각하면서 경기해야 할 때도 있는 것 같다. 그런 식으로 지금이라도 올라가고 있으니 또 끌어올려보겠다. 다음 경기부터 즐겁게 하겠다”고 웃었다.

이날 승리 뒤 이강철 KT 감독은 “선발 엄상백이 초반 3실점을 했지만 자기 피칭을 하면서 5회까지 책임져줬다. 엄상백의 피칭 덕분에 승리를 지킬 수 있었다”고 했다. 초반에 홈런을 맞았고 2이닝 만에 59개나 던졌지만 그대로 무너지지 않고 바로 일어선 뚝심의 투구를 팀 승리 원동력으로 꼽았다.

엄상백은 “경기 초반에 안 좋다보니 다음에는 좀 더 몸을 많이 풀고 올라가보려 한다. 공이 좋아지고 있으니 올라갈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다. 많은 이닝을 던져서 내가 던지는 날은 불펜 투수가 많이 안 나오게 하고 싶다”며 “다음에는 좋은 생각 하면서 잘 던져보겠다”고 말했다.

광주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